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12ㆍ3 계엄 1년: 권력자 하수인③
존재해야 할 이유 못 찾은 공수처
성과 없이 끝난 ‘비상계엄’ 수사
2021년 출범 후 5년 흘렀지만…
직접 기소한 사건 6건에 불과해
세금 먹는 하마란 오명까지 써
‘제식구 감싸기’ 논란까지 터져
12·3 비상계엄 직후 빈수레가 따로 없다는 비판을 받았던 공수처. 과연 공수처는 뭔가 달라졌을까. 그렇지 않다. 12·3 비상계엄 이후 1400여건에 달하는 사건이 접수됐지만, 공수처의 기소 건수는 단 1건이었다. 그마저도 후배에게 ‘가사 도우미의 전과 기록을 조회해 달라’고 요청한 검사를 기소한 게 전부다. 올해 252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공수처, 이대로 괜찮은 걸까.
수사기관의 칼끝이 권력을 정조준하는 건 쉽지 않다. 검경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권력을 오용 혹은 남용한 사용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2021년 1월 21일 입법부·사법부·행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인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2020년 7월 설립)가 출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전담 기구다. 이름에 걸맞게 수사 대상은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대법원장, 검찰총장, 장성급 장교 등 고위공직자다. 이 때문인지 공수처는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떠오르며 고위공직자의 부패와 비리를 척결할 것이란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실적은 초라했다. 한해 수백억원의 세금을 쓰면서도 직접 기소한 사건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곽규택 의원(국민의힘)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 3월까지 3025건의 사건이 공수처에 접수됐지만 기소 사건은 1건도 없었다. 선별입건을 폐지하고 모든 사건을 입건하는 전건입건제全件立件制를 도입한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접수한 사건 8785건 중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4건에 불과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수처에 배정된 예산이 813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성적표였다. 공수처가 ‘기소 한 건당 200억원을 쓰는 세금 먹는 하마’ ‘쓸모 없는 조직은 폐지해야 한다’는 비판을 받은 이유다.
■ 계엄과 헛발질 = 검찰개혁의 상징에서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던 공수처가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윤석열 대통령(이하 당시 직책)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다.
[※참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회가 계엄 선포 4시간 만인 12월 4일 1시께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통과시키며 종료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 30분께 추가 담화문을 통해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공수처는 비상계엄 선포 하루 만인 12월 4일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 대한 내란·직권남용 혐의 고발 사건을 수사4부에 배당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공수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방부 조사본부와 함께 ‘12·3 비상계엄’ 사건 공조수사본부(이하 공조본)를 구성했다. 공수처가 적시한 윤 대통령의 혐의는 내란 우두머리죄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크게 두가지였다.
하지만 공수처 수사는 번번이 도마에 올랐다. 공수처는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면서 윤 대통령에게 세차례(2024년 1월 16일·19일·26일)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윤 대통령이 별다른 입장조차 내놓지 않은 채 버티자 공수처는 ‘물수처’란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폭발한 것은 올 1월 3일 공수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가 실패하면서다. 공수처는 법원이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발부(2024년 12월 31일)한 지 3일이 지나서야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결과는 또 실패였다. 대통령경호처의 완강한 거부에 막혀 5시간 30분 만에 물러서고 말았다.
12일 후인 1월 15일 우여곡절 끝에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성공했지만 공수처의 헛발질은 계속됐다. 대면 조사는 윤 대통령의 묵비권 앞에 무너졌고, 강제구인 시도 역시 때마다 실패했다. 그렇게 망신살이 뻗친 채 공수처는 지난 1월 23일 ‘12·3 비상계엄’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수사 착수 51일 만이었다. 공수처가 공수空手처를 자처했다는 비판을 받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 세금 먹는 하마 = 그로부터 1년이 흐른 지금, 공수처는 ‘빈수레’란 오명을 씻어내는 데 성공했을까. 그렇지 않다. 공수처의 수사력 부재와 혈세 낭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공수처는 수많은 질타를 받았다. 이번에도 투입 예산 대비 저조한 성과가 도마에 올랐다.
주진우 의원(국민의힘)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이후 공수처엔 1400여건의 사건이 접수됐지만, 기소는 단 1건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그 1건은 후배(검사)에게 처남 집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의 전과를 조회해 달라고 요청한 검사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기소한 거다(2025년 3월 28일). 그런데도 올해 공수처엔 지난해보다 46억원 늘어난 252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수백억원의 혈세가 사실상 허공으로 날아간 것이나 다름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식구 감싸기’ 논란까지 터졌다. 지난 11월 26일 ‘채상병 특검’이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재승 차장검사, 전 부장검사 3명 등 전현직 공수처 관계자를 무더기로 불구속기소했다. ‘채상병 특검’은 이날 공수처가 제식구를 감싸기 위해 사건을 방치하고, ‘채상병 수사외압’ 사건의 수사를 방해했다며 이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고위 공직자의 부정부패와 비리·권력남용을 수사해야 할 공수처가 되레 조사 대상으로 전락한 셈이다. 공수처는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끝에 설립됐다. 하지만 정작 공수처는 지금의 사법개혁에선 계륵 신세가 돼버렸다. 공수처는 과연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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