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무슨 일이 2편 성희롱 평가 제외 논란
청소년 위한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서울시, 위탁운영업체로 강서대 선정
회계부정, 성희롱 등 과거 이력 논란
민원·이의신청 잇따르자 재심의 진행
재심의 절차 공정했는지 의문 제기
성희롱 논란 평가조차 하지 않아
서울시 이해하기 힘든 해명들
# 자! 한가지만 생각해보자. 내 아이가 학대·학폭·따돌림 등을 이유로 ‘서울시청소년복지상담센터’를 다니면서 심적 위안을 얻고 있다. 그런데, 이 센터를 위탁운영하는 업체가 ‘회계부정과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터졌던 곳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안심하고 아이를 센터에 보낼 수 있겠는가.
# 황당하게도 서울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최근 서울시는 ‘서울시청소년복지상담센터’의 위탁운영업체를 선정했는데, 공교롭게도 그곳은 ‘회계부정’ ‘성희롱’‘직장 내 괴롭힘’ 등 중대한 문제가 터졌던 사립대학이다.
# 서울시는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하자 “사립대학의 ‘성희롱 논란과 징계 행위’는 행정처분이 아니기 때문에 심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서울시 고위층의 자녀가 ‘서울시청소년복지상담센터’를 다니고 있어도 이렇게 해명할 수 있었을까. ‘서울시청소년복지상담센터에서 벌어진 일’ 2편에서 이 이야기를 해봤다.
우리는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입찰서 무슨 일이’ 1편에서 지난 8월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위탁운영기관으로 선정된 강서대학교의 논란을 살펴봤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복기하면 다음과 같다.
강서대가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위탁기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인 8월 26일 서울시에 민원 한통이 접수됐다. 민원을 제기한 곳은 놀랍게도 강서대가 2021~2024년 위탁운영했던 ‘강서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였고, 그 내용은 회계부정·성희롱 등으로 중대한 문제였다.[※참고: 서울시는 왜 ‘성희롱 논란’ 터진 곳에 청소년상담시설 맡겼나·11월 24일].
논란은 민원에서 그치지 않았다. 강서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의 민원 제기 후 하루 만인 8월 27일 응찰기업 중 1곳인 한국청소년육성회가 서울시에 ‘입찰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민원과 이의신청서가 잇따라 접수되자 서울시는 9월 30일 ‘위탁기관 선정 적격자 재심의’를 진행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회계부정, 성희롱 논란 등 중대한 이슈가 있었는데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자! 이쯤에서 시선을 지난 8월에 진행한 ‘서울특별시 청소년시설 위탁운영단체 모집’ 입찰 과정으로 돌려보자. 좀 더 쉬운 설명을 위해 8월 13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1차 평가, 9월에 실시한 재심의를 2차 평가로 표현했다.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입찰서 무슨 일이’ 1편에서 언급했듯 응찰기업 3곳(강서대·한국청소년육성회·C사)의 1차 평가 점수는 다음과 같았다. 1차 평가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강서대의 총점은 86.94점(정량적 평가 18.0점+정성적 평가 68.94점). 정량적 평가에선 18.0점으로 응찰기업 3곳 중 최저점을 기록했지만 정성적 평가에서 최고점인 68.94점을 받았다.
한국청소년육성회의 총점은 85.37점(정량 18.8점+정성 66.57점), C사는 83.13점(정량 18.7점+정성 64.43점)이었다. 정량적 평가에서 꼴찌를 했던 강서대가 정성적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결과를 뒤집은 셈이다. 문제는 1차 평가가 ‘온전한 상태’에서 치러진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강서대는 회계부정과 성희롱 자료를 서울시에 제출하지 않았다. 1차 평가는 이런 중요한 서류들이 누락된 상태에서 치러졌다.
이는 간단하게 볼 사안이 아니다. 서울시 청소년시설 위탁운영단체 모집 공고에 따르면, 제출된 신청서류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선정을 무효로 할 수 있다. 강서대가 의도적으로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만으로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박탈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서울시가 강서대를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우선협상대상자로 발표한 8월 14일 후 이런 절차적 흠결들이 공론화됐다. 언급했듯 8월 26일엔 ‘강서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가 관련 민원을 제기했다. 다음날인 27일에는 한국청소년육성회가 강서대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한 결과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서울시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서울시는 ‘선정 무효’ 대신 ‘재심의’를 선택했다. 강서대가 의도적으로 서류를 미제출한 건 아니란 이유에서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재심의를) 판단한 것은 아니다”면서 “1차 평가를 진행했던 심의위원들이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자. “강서대의 서류 미제출이 고의성이 있는지 없는지, 이것이 위탁기관 선정을 무효로 할 만큼 중대성이 있는지 판단했다. 재심의를 진행하면서 심의위원들에게 서류 사실 불일치에 따른 선정 무효 여부를 물었고, 심의위원 9명 중 7명이 선정 무효에 반대했다.”
이런 절차를 밟아 강서대는 뒤늦게 ‘회계부정’ ‘성희롱’이 적시된 서류를 제출했고, 9월 30일 재심의가 열렸다. 그렇다면 우여곡절 끝에 진행된 재심의에선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재심의에서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그렇다면 재심의에선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강서대의 점수는 기존 86.94점에서 85.75점으로 1.19점 떨어졌다. 정량적 평가에서 회계부정으로 0.3점이 감점됐고, 정성적 평가에서 0.89점 깎였다. 하지만 당락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1차 평가에서 2위를 차지한 한국청소년육성회(총점 85.37점)보다 0.38점 높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결과가 ‘공정한 재심의’를 통해 나왔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첫째, 심의위원 교체 여부다. 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제9조(적격자 심의위원회) 제2항을 살펴보자. “심의가 끝나면 심의위원회는 해산한 것으로 본다.” 이에 따르면 1차 평가를 마친 심의위원회는 ‘해산한’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재심의는 ‘새 심의위원회’를 구성한 뒤 진행하는 게 서울시 조례에 맞는 절차다.
서울시는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강서대가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1차 평가를 진행한 심의위원회의 ‘심의권’이 박탈된 것으로 봤다. 이를 근거로 심의위원회를 재구성하지 않았고, 재심의 절차를 밟았다.”
언뜻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여기엔 오류가 숨어있다. 강서대가 ‘심의권 박탈’이란 중대한 이슈를 만들어냈는데, 어떤 이유에서 1차 평가를 무효화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 한발 물러나 ‘재심의’를 추진한 서울시의 선택을 존중하더라도 의문이 남는다. 강서대의 서류 미제출로 심의위원의 ‘심의권’이 박탈됐다면, ‘평가 전체’를 다시 진행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합당하다.
하지만 서울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재심의에선 ‘회계부정’ ‘성희롱 논란’ 등 서류 심사(정량적 평가)만 했다. 응찰기업 3곳을 다시 불러서 그들의 입장이나 해명, 혹은 재발방지책을 묻는 절차(정성적 평가)를 생략했다.
이런 논란에 서울시는 알 수 없는 해명만 늘어놨다. “재심의는 법상 정량적 평가만 하게 돼 있다. 정성적 평가를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응찰기업의 이야기를 들을 이유가 없었다.”[※ 참고: 이 말은 이 자체로 어폐가 있다. 법상 정량적 평가만 할 수 있다고 했지만, 2차 평가에서 ‘정성적 평가’ 점수도 깎였다. 이는 정량적 평가가 정성적 평가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서울시는 강서대의 ‘성희롱 사건’을 감점 요인에서 아예 제외했다. 강서대가 위탁경영했던 곳에서 벌어진 ‘성희롱 사건’을 평가하지 않았다는 거다. 서울시는 무엇을 근거로 이런 결정을 했을까. 이 이야기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1문 1답 방식으로 풀어서 설명했다.
기자: “강서대의 성희롱 사건이 1차 평가 과정에서 제외됐다고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 “(강서대가 1차 평가에서) 성희롱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후 이의신청이 들어와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기자: “재심의에선 성희롱 논란을 반영했나?”
서울시 관계자: “그 부분은 감점이 안 됐다. 성희롱 같은 경우엔 벌금이나 행정처분의 이상의 처벌을 받은 경우에만 감점이 된다.”
기자: “그럼 강서대가 C교수에게 내린 징계는 행정처분이 아니기 때문에 감점 요인에서 제외됐다는 얘기인가.”
서울시 관계자: “그렇다.”
여기서 서울시 관계자가 말한 행정처분은 공권력 행사나 그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사립대학인 강서대가 내린 징계 행위는 행정처분이 아니어서 ‘심사대상’에서 배제했다는 얘기다. 이렇게 ‘성희롱 논란’을 기계적으로 빼버려도 괜찮은 걸까.
강서대가 위탁운영을 맡은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방황하는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보듬는 기관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는 따져봐야 할 이슈다.[※참고: 강서대는 C교수에게 성희롱 사건(2021년 9월~2022년 1월) 이유로 2022년 9월 정직 1개월 등의 징계를 내렸다. 이 이야기는 1편에서 자세히 다뤘다.]
기자: “서울시가 위탁을 맡기는 기관의 대부분은 민간법인이다. 민간법인은 성희롱 사건이 터져도 내부적으로 처리하면 아무런 제약 없이 청소년 시설을 위탁받을 수 있다는 얘기인가.”
서울시 관계자: “그럼 만약 기자가 속한 단체에서 성희롱 사건이 있었다고 다른 걸(기사) 못 쓰는 것이냐? (강서대 성희롱 논란을) 법적 위반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에) 반영을 안 한 거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의 주장대로면 성희롱 사건이 터진 법인도 행정처분만 받지 않으면 얼마든지 위탁업체로 선정될 수 있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다른 기관도 아니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위탁기관을 선정하는 건데, 정량적 평가뿐만 아니라 정성적 평가에서도 이를 배제한 건 이해할 수 없는 조치다.”
백번 양보해 “행정처분이 아니어서 (성희롱 논란을) 정성적 평가에서 배제했다”는 서울시의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또다른 문제가 꼬리를 문다. 성희롱은 위탁기관의 정량적 평가에서 주요 비위행위(원스트라이크아웃)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유다.
그런데도 ‘성희롱 논란’이 있었던 강서대는 아무런 검증도 받지 않은 채 압도적인 점수를 받으면서 우선협상대상자에 올랐다. 이런 역설적인 결과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서울시가 숱한 논란을 해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1차 평가와 재심의에서 ‘절차적 흠결’이 있었는지 따져보면 된다. 만약 흠결이 있었다면 규정대로 심의위원회를 다시 꾸려서 ‘공정한 평가’를 진행하면 그만이다. ‘성희롱 논란’을 허투루 넘긴 심의위원 9명이 모두 남성이었다는 건 우연의 일치라 치더라도 그들 모두가 ‘청소년 복지상담’ 관련 전문성을 갖고 있었는지는 살펴봐야 한다. 서울시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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