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장기판이 사라진 지 50여일이 훌쩍 지났다. 종로구청은 ‘문화재 보호’ ‘시민 안전 확보’ 등을 이유로 7월 31일 탑골공원에서의 오락 행위를 금지했는데, ‘부실한 공론화 과정’ ‘사라진 노인 여가’ 등 숱한 논쟁거리를 남겼다. # 특히 이번 ‘장기판 금지령’은 초고령 사회로 치닫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담론이 무엇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장기판을 빼앗긴 채 한숨짓고 있는 지금 노인의 초라함이 젊은 세대의 미래 자화상일지 몰라서다. 넘버링 ‘탑골공원 장기판 금지령의 고찰’ 2편이다. 우리는 ‘탑골공원
# 30여년간 매일같이 수십명의 노인들이 모여 여가를 즐기던 ‘장기판’이 사라졌다. 종로구청이 지난 7월 31일 ‘탑골공원 앞 장기판 금지령’을 시행하면서다. 종로구청 측은 “장기판을 중심으로 음주ㆍ고성방가ㆍ노상방뇨 등의 문제가 빈발했다”란 명분을 내걸었지만, 논쟁적 요인이 많다. 장기판 금지령을 내리면서 노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지 않은 데다, 빈곤율ㆍ자살률 등 노인 문제와 사회적 비용을 간과한 측면이 없지 않아서다. # 노인인구 1000만 시대, 지금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더스쿠프 넘버링 ‘탑골공원 장기판
# 사교육 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처음 사교육을 시작하는 연령은 갈수록 낮아지고, 1인당 사교육비는 나날이 치솟고 있다. ‘만 0세’에 사교육을 시작하는 비중은 2016년 11.9%에서 2024년 32.9%로 증가했고, 지난해 1인당 사교육비는 47만4000원으로 전년(43만4000원) 대비 10%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선 와 닿지 않는 통계란 목소리가 많다. “월평균 50만원이 아니라 100만원 아니냐”는 거다. 한국 사교육 시장 이대로 괜찮은 걸까. 視리즈 더 불편해진 사교육 천태만상 마지막 편
# 소수 정예로 운영하는 5세 대상 영어유치원(영어학원 유치부)에 들어가기 위해 치르는 ‘4세 고시’. 아직은 대치동 등 사교육열이 뜨거운 일부 지역의 이야기지만, 학부모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 적지 않은 학부모의 마음에 ‘우리 아이는 괜찮을까’란 의문을 심어주기 충분해서다. # 우리는 ‘더 불편해진 사교육 천태만상’ 1편에서 외신들이 주목한 한국 ‘Hagwon’의 민낯을 살펴봤다. 2편에선 영유아마저 줄 세우는 사교육 공화국의 불편함을 짚었다.5살 아이를 키우는 주부 A씨는 이렇게 토로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4세
# 1980년대 ‘Chaebol(재벌)’이란 말이 영어사전에 등재됐다. 한국 경제의 그림자를 ‘고유명사’로 풍자한 첫번째 사례다. 한국의 고질적 문제를 비판한 두번째 말은 ‘Gapjil(갑질)’이다. 뉴욕타임스가 2018년 처음으로 사용했다. # 공교롭게도 최근 외신에서 한국을 꼬집은 말이 등장했다. 사교육 광풍을 꼬집은 ‘Hagwon(학원ㆍ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이다. 우리의 교육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사교육을 시키는 학부모, 사교육을 당하는 학생 모두 ‘피해자’인 건 아닐까. 더스쿠프가 ‘더 불편해진 사교육 천태만상’ 1~
# 서울 원룸 평균 월세 72만원(2025년 5월 기준ㆍ다방). 경제활동을 하는 직장인에게도 만만찮은 금액이다. 대학생들에겐 어떨까. 부모님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그나마 사정이 낫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엔 학업보다 아르바이트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 여기에 한해 700만원에 이르는 등록금, 오를 대로 오른 생활물가까지 대학생을 짓누르는 요인은 한두개가 아니다. ‘월세의 습격’으로부터 대학생들을 구제할 대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밥 주는 하숙집이 다시 뜨고 있다.” 최근 언론에선 대학가를 중
“경단녀의 잠재력은 대단해요. 그걸 이끌어내는 게 조직의 역할입니다.” 이재은(46) 서초여성일자리주식회사(이하 서여주) 대표가 지난 5년간 깨달은 가치다. 서여주는 경단녀의 고용 안정을 위해 설립한 기관이다. 이곳을 거쳐간 경단녀들은 대부분 경력단절 이전의 역량을 회복했다. 경단녀가 위축되지 않고 적응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시스템을 갖춘 덕분이다. 5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이 대표를 통해 서여주가 일궈온 성과를 짚어봤다.이재은 서초여성일자리주식회사(이하 서여주) 초대 대표. 여성지 기자, 교육공학 박사, 겸임교수, 커리어
# 경력단절여성들은 평균 8.9년의 ‘단절 기간’을 겪는다. 일과 멀어진 시간만큼 사회로 다시 나오는 덴 용기가 필요하다. 일하는 감을 회복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경력단절여성들에겐 ‘디딤돌’이 있어야 한다. # ‘서초여성일자리주식회사(이하 서여주)’는 경력단절여성들의 디딤돌을 자임하고 있다. 이곳은 2021년 설립한 여성고용특화기관이다. 경력단절여성들이 자신의 경력을 발휘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재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처음엔 ‘잘되겠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지만, 5년이 흐른 지금 서여주는
# 한국은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다. 특별한 경로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다크웹(Dark Web)에선 마약을 값싸고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마약사범은 2년 연속 2만명을 넘어섰고, 실제 약물 중독자는 최대 100만명에 달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 문제는 약물 중독에 빠져 있는 이들을 사회로 복귀시킬 범정부적 시스템이 약물 확산의 속도를 쫓아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때 ‘마약청정국’으로 불렸던 우리나라의 초라한 자화상自畵像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유명인의 약물 중독 논란이 터져 나온다. 최근엔
한 사람의 자살은 주변의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자살 유가족은 깊은 고통을 안고 평생을 살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고민하는 이를 살리는 게 수많은 사람들을 구하는 길이기도 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자 1위란 오명을 쓰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지금 논의해야 할 건 무엇일까. 지난해 자살 사망자(이하 자살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11월까지 누적 자살자가 전년 동기 대비 4.1%(1만2746명→1만3271명)나 늘었다. 2023년 자살자가 1만3987명으로 10년 만에(2013년·1만44
# 경제 관료의 말은 으레 원론적이다. 좋든 나쁘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경우가 드물다. 자신의 말에 따라 시장이 의도치 않게 출렁일 수 있어서다. # “… 내년 경제성장률은 1.8%다. 그것이 우리의 실력이라 생각하고 ….” 그런데 2월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말은 다소 거칠었다.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꼬집는 차원을 넘어 비판적인 견해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근무한 경험 때문에 ‘관료스럽지’ 않았던 걸까. 각설하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1991년만 해도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자살자는 7.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치를 밑돌았다. 하지만 고도성장기를 지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자살자(1998년·10만명당 18.6명)가 급증했다. # 2003년부턴 OECD 회원국 중 자살자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정부는 이듬해인 2004년 ‘자살예방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1년째 추진하고 있지만, 뾰족한 성과는 아직 없다. # 얼마 전에도 한 배우가 목숨을 끊었다. 또 얼마 전엔 유망 스타트업 CEO가 목숨을 스스로 내던졌다. 언제까지 우린 자살공화국
산모 10명 중 8명이 이용하는 ‘산후조리원’. 출산 후 회복을 위해 산모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주에 4000만원을 웃도는 산후조리원에서 ‘조리원 천국’을 경험하는 산모가 있는가 하면, 평균 300만원대 산후조리원도 부담스러워하는 산모 또한 적지 않다. 임신과 출산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숱하지만 정작 ‘공공산후조리원’은 21개에 불과하다.■ 양극화 논란 = “조리원 천국.” 1996년에 처음 등장한 산후조리원은 이제 산모들에게 필수코스가 됐다. 식사부터 신생아관리, 산모관리까지
# “채용 시 스펙보다 직무 능력을 중요하게 본다.” 지난 십수년간 기업들이 ‘스펙보다 능력’을 외쳐왔지만 어찌 된 일인지 구직자들의 ‘스펙 경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스펙 쌓는 데 드는 비용이 월평균 44만원이니 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첫 직장에 입사하는 평균 나이가 31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많은 청년들이 긴 시간을 그저 스펙만 쌓으며 보내고 있다는 얘기다. # 당연히 고스펙자가 넘쳐나지만 기업들은 “뽑을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왜 이런 역설적 상황이 펼쳐지는 걸까. 재단법인 ‘교육의봄’은 “채용 방식을 돌아볼 때”라고
# 정부가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시작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6개월간의 여정이 오늘 시작한다. 지난 8월 한국에 입국한 100명의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서울 시내 157개 가정에 배치된다. 1년여의 짧은 준비기간 탓에 출발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시범사업의 결과를 면밀히 평가해 제도를 가다듬어야 한다.# 문제는 정부가 시범사업 시작 전부터 ‘엑셀’을 밟아대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상반기 1200명 규모의 본사업’을 시작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그 사이 여당을 중심으로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 합계출산율 0.72명(2023년 기준). 저출생은 한국 사회를 흔드는 가장 크고 중요한 변수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지금 정부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를 들고 나왔다. 2022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처음 제안한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문’으로 지난해부터 급물살을 탔다. # 서울시는 이렇게 짧은 준비기간을 거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9월 3일 시행한다. 필리핀 출신 외국인 가사관리사 100명이 서울 시내 157개 가정에서 일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 지급하는 이용금액은 월 238만원(하루 8시간·주
# 정부가 9월 3일부터 시행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노동자 100명이 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들은 앞으로 4주간 특화교육을 거쳐 현장에 투입된다. # 하지만 “월 200만원 필리핀 가사관리사 이용하실 건가요?”란 질문에 선뜻 “그럴게요”라고 답할 수 있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그리 많지 않을 거다. 한국어가 제대로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데다, 평범한 가정에 월 200만원이 큰돈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실질임금이 가파르게 줄어든 고물가 시대다. 정부가 9월 3일부터 시행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