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 창업자 황동명 도큐핸즈 대표
무리한 욕심으로 창업에 뛰어들면 쓴맛을 보기 십상이다. 300만원으로 산 운동화로 연 매출 1억원을 올리는 황동명(31) 대표는 욕심을 경계하고 작은 다리 하나하나를 연결하다보니 대교(大橋)가 되어 있었다고 말한다.
# 올6월 17일 서울 노고산동에 위치한 ‘토즈’ 세미나실에서 일본 소호무역 강의가 열렸다. 세미나실은 50여명의 사람으로 꽉 들어찼다. 직장인부터 자영업자, 대학생까지 다양했다. 카페를 보고 책을 보고 알음알음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강의를 들으려는 목적은 단 하나. 일본 소호무역의 1인자 도큐핸즈 황동명(31) 대표의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서였다. 황동명, 그는 누구일까.
# 대학교 3학년이던 2006년, 그는 오사카로 여행을 갔다. 딱히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친구들과 관광을 할 요량이었다. 오사카 이곳저곳을 구경하던 그는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아이템을 발견했다. 한국보다 70% 이상 싸게 파는 나이키 운동화였다. 그는 “싼값에 운동화를 사서 한국에 내다 팔면 돈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곧바로 휴학계를 내고 다시 오사카로 갔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종잣돈 300만원을 탈탈 털어 나이키 운동화 30켤레를 샀고, 국내 오픈마켓에 내놨다. 폭발적인 반응을 끌진 못했지만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가 많았다. 매주 2~3개 운동화가 팔렸다. 그렇게 1년, 황 대표는 월 8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소호무역업체 도큐핸즈의 어엿한 CEO가 돼 있었다.|
운동화 하나 뿐이던 아이템은 기저귀·젖병·주방용품으로 늘어났다. 2007년부턴 일본에서 여성 속옷을 들여와 팔았다. “아이템을 찾기 위해 일본을 돌아다니다가 일본산(産) 여성속옷의 보정효과가 탁월하다는 걸 알았어요. 때마침 한국에선 여성 몸매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었죠. ‘아! 이거다’ 싶었어요.” 내친 김에 그는 여성 속옷 전문 온라인 쇼핑몰 ‘니꼬걸’(2007)까지 차렸다.
하지만 도큐핸즈의 성장세는 2010년 들어 한풀 꺾였다. 월 매출이 1500만원에 달했지만 수익을 남기기 어려웠다. 일본에서 물건을 떼와야 하는 업종의 특성상 지출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템이 많아질수록 재고 부담도 함께 늘어났다. 그의 집은 재고로 넘쳐날 지경이었다.
황 대표는 재고를 줄일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그때 생각한 아이템이 구매대행업이다. 그는 “일본제품이 필요한 국내기업이나 개인의 주문을 받아 제품을 구입하면 재고 부담을 털어버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구매대행을 위해 그는 ‘TH 트레이딩’이라는 회사도 별도로 차렸다.문제는 어떻게 신뢰를 얻느냐였다. 구매대행업은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돈을 먼저 받아 제품을 구입한 후 전달한다. 이런 이유로 구매대행업체의 첫째 생존 요건은 신뢰다.
신뢰 없는 구매대행업체에 돈을 먼저 줄 기업이나 개인은 어디에도 없다. 그는 발품을 파는 전략을 썼다. 관심이 있을 만한 업체를 먼저 찾아가 영업을 했다. 신뢰를 주기 위해 나이키 운동화를 팔던 경험까지 끄집어냈다. “제 포트폴리오를 보고 신뢰를 하는 이들이 많았어요. 보따리 장수로 시작했지만 열심히 일한 덕을 톡톡히 본 것 같아요. 더구나 구매대행을 통해 저렴한 단가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는 기업과 개인이 늘어났죠. TH 트레이딩의 매출은 연간 1억원이 넘어요.”
단돈 300만원, 30켤레 운동화로 시작해 지금은 매출 1억원이 넘는 젊은 CEO 황동명.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그는 “욕심을 부리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교(大橋)는 한번에 만들 수 없습니다. 작은 다리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연결해야 하죠. 창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출발이 미미해도 노력만 하면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늦게 핀 장미꽃이 더 아름답다는 얘기다. 전직 보따리장수의 냉철한 조언이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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