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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온2 초반 인기몰이
그런데도 엔씨 주가는 급락
과금 방식, PVP 시스템 등
신작에 드러난 엔씨 고질병

엔씨소프트의 신작 ‘아이온2’가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하루에만 100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게임을 즐길 정도다. 그런데도 상황은 복잡하게 흐른다. 신작이 흥행하고 있음에도 정작 주가는 급락해서다. 지금 엔씨소프트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기대작 아이온2를 출시했음에도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하락했다.[사진 | 뉴시스]
기대작 아이온2를 출시했음에도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하락했다.[사진 | 뉴시스]

엔씨소프트가 19일 자정에 새로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이온2를 한국과 대만에서 론칭했다. 모바일과 PC에서 모두 즐길 수 있는 이 게임은 2008년 출시해 큰 인기를 모았던 ‘아이온: 영원의 탑’의 후속작으로, 엔씨소프트의 최고 기대작이자 현재까지 유일하게 출시한 2025년 신작이다.

과거 흥행작의 계보를 잇는 게임이어서인지 이용자 반응은 뜨겁다. 출시 직후 아이온2 서버에 수만명의 대기열이 생길 정도로 접속자가 몰렸다. 지난 21일엔 아이온2의 평균 일간활성화사용자(DAU)가 150만명을 넘어섰다(엔씨소프트 발표). 초반 인기몰이엔 성공했다는 얘기다.

관건은 아이온2가 엔씨소프트에 얼마나 많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느냐다. 지난 5월 엔씨소프트가 발표한 내년 매출 목표액은 2조원이다. 2024년(1조5781억원)보다 26.7% 많다. 이를 위해 ‘리니지 시리즈’ 등 기존 게임에서 1조4000억~1조5000억원, 신작에서 최소 6000억원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올해 유일한 신작인 아이온2가 목표액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 그래야 ‘매출 2조원’ 목표를 무리 없이 달성할 수 있다.

증권가에선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 교보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3개 증권사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아이온2의 매출이 4366억~7738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진구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17일 보고서에서 “막대한 규모의 이용자와 셀럽(인터넷 방송인 등)의 진입으로 선순환 효과가 증폭할 것”이라면서 “(아이온2의) 매출을 우려하는 것은 순진한 판단”이라고 전망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지표가 낙관적인데도 주가는 되레 휘청였다는 점이다. 아이온2 출시일인 19일 엔씨소프트 주가는 19만1700원으로 전일(22만4500원) 대비 14.6% 빠졌다. 다음날에도 2.4% 하락한 18만7000원을 기록해 약세가 이어지다가 출시 3일째인 21일에 19만1300원으로 소폭 회복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이 기간에 아이온2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면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아이온2 출시 직후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스마트폰으로 게임하기가 힘들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섬세한 조작이 어렵고 글씨 크기가 작다는 게 이유였는데, 이는 엔씨소프트가 모바일보단 화면이 큰 PC를 염두에 두고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설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금課金(사용료 부과) 방식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아이온2 출시를 앞두고 엔씨소프트는 게임 캐릭터를 강화하는 아이템 ‘영혼의 서’를 유료로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아이템이 여러 아이템을 묶어 판매하는 ‘패키지’에 포함돼 있어 이용자들의 공분을 샀다. ‘영혼의 서’ 자체가 유료는 아니었지만, 패키지에 끼워 팔았으니 유료 판매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리니지 시리즈’ 등의 과금 모델이 엔씨소프트의 고질병으로 지적돼온 걸 생각하면, 이용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무리가 아니었다.

사진은 아이온2 운영진의 라이브 방송.[사진 | 뉴시스]
사진은 아이온2 운영진의 라이브 방송.[사진 | 뉴시스]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는지 엔씨소프트는 아이온2를 출시한 지 15시간 만인 오후 3시쯤 긴급 라이브 방송을 켜고 시스템 개선을 약속했다. 모바일에서 캐릭터가 반자동으로 움직이는 ‘어시스트 모드’를 추후에 도입하고, ‘영혼의 서’를 비롯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아이템의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운영진은 “구매 시 더 많은 혜택을 드리려는 의도였으나 생각이 짧았다”고 해명했다. 

과금 논란이 수그러들자 이번엔 PVP(플레이어 대 플레이어 전투)가 문제로 떠올랐다. 레벨이 높은 유저가 게임을 막 시작한 낮은 레벨의 유저를 무차별로 공격하는 ‘저렙(낮은 레벨) 학살’이 벌어지면서다. 이번에도 미숙한 운영이 논란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쓰러뜨린 유저의 레벨에 상관없이 동일한 보상이 지급됐기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전작에서도 말이 많았던 시스템을 답습했다”는 이용자의 비판이 줄을 이었다. 

이 문제는 엔씨소프트가 21일 새벽 5시에 급하게 ‘저렙 학살’에 제약을 거는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일단락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유저의 의견을 게임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자는 게 현재 기조”라면서 “불편한 부분들을 빨리 수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높은 관심만큼이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아이온2는 엔씨소프트의 ‘효자 게임’이 될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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