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부의 재무설계 2편
직접 요리해도 식비 많다면
일주일 식단 되돌아봐야
식단표에 맞춰 재료 구매하고
반찬 가짓수 줄이는 것도 고려

많은 직장인이 식비를 아끼기 위해 직접 요리를 한다. SNS에선 ‘식비 아끼는 레시피’ ‘가성비 최고 요리’ 등의 요리 콘텐츠가 넘쳐나고, 조회수도 수백만건에 달한다. 문제는 이렇게 직접 요리해도 식비가 줄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점인데, 그럴 때 원인은 대개 ‘식단표’에 있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식비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법을 소개한다.

식단표를 정기적으로 짜야 식재료 낭비를 줄일 수 있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식단표를 정기적으로 짜야 식재료 낭비를 줄일 수 있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젊은 맞벌이 부부 사이에선 ‘경제권 분리’를 놓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월급을 합치자는 쪽보단 ‘각자 알아서 하자’는 의견이 강한 듯하다. 공과금 같은 정기 지출에 필요한 금액을 각자의 소득에서 일정 부분 각출하고, 남은 돈은 알아서 관리하는 식이다.

현재 상담 중인 박중태(가명ㆍ53)씨, 이희영(가명ㆍ50)씨 부부도 따로 경제권을 갖고 생활하는 케이스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아내 희영씨가 ‘암호화폐 투자’라는 개인 사업을 시작하면서 부부는 소득을 분리했다. 얼마 가지 못해 희영씨는 적잖은 손해를 입어 사업을 접었고, 본래 했던 영업직을 다시 시작했다.

상황이 예전으로 돌아왔지만, 부부가 서로 ‘딴 주머니’를 차는 재정 상태는 변하지 않았다. 문제는 아내가 사업할 때의 씀씀이가 몸에 배었는지, 버는 족족 돈을 낭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용돈에 신용카드 할부금까지 한달에 200만원 가까이 되는 금액을 아내 혼자서 쓴다. 

그러면서 가계부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그 규모는 갈수록 커져만 갔다. 남편 중태씨는 할 말이 많았지만, 그러다 아내와의 관계가 나빠질까 노심초사만 하고 있다. 현재 부부는 이 부분을 놓고 필자와 상담을 진행 중이다.

지난 시간에 파악한 부부의 재정 상태는 이렇다. 월소득은 760만원이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중태씨가 560만원, 중소기업을 다니는 희영씨가 200만원을 번다. 정기지출은 748만원,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지출은 월평균 93만원이다. 금융성 상품은 없다. 부부는 한달에 841만원을 쓰고 81만원씩 적자를 본다. 1편에서 식비를 12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20만원 줄여 적자를 81만원에서 61만원을 줄여 놓았다. 자산으론 자가 아파트(3억9000만원)가 있고, 자동차 할부금(2800만원)이 부채로 잡혀 있다.

부부의 재무 목표는 4가지다. 첫째는 가계부 적자를 해소하고 안정적인 여유자금을 확보하는 것인데, 이 부분은 지출 줄이기를 통해 개선하는 중이다. 둘째는 아내 희영씨의 소비 패턴을 바꾸는 것이다. 현재 희영씨는 자신이 번 소득(200만원) 전부를 용돈으로 쓰고 있다. 옷과 미용, 쇼핑에 과다 지출하고 있는데, 희영씨는 ‘남편과 사전에 상의한 부분이다’면서 바꾸려 하지 않고 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나머지는 자녀 교육비를 모으고, 자동차 할부금과 신용카드 할부금(총 240만원)을 갚는 것이다. 하지만 희영씨가 자신의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재무 목표를 달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희영씨가 아직까진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설득을 해봐야 할 듯하다.


그러니 일단은 줄일 수 있는 지출부터 줄여보기로 했다. 희영씨가 양보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가능한 한 모든 지출항목을 살펴봤다. 먼저 지난 시간에 1차례 줄였던 식비(100만원)를 다시 살펴봤다. 배달음식 주문 횟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12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였는데, 조금 더 아낄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부부는 필자와 함께 다시 한번 식생활 패턴을 점검했다. 부부는 그날그날 먹고 싶은 요리를 정하고 장을 본다. 그러다 보니 요리하고 남은 식재료가 적지 않은데, 대부분은 활용하지 못하고 유통기한이 지나 버린다. 그때마다 또 장을 봐야 하니, 이러면 직접 요리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

부부는 앞으로 일주일치 식단을 짜고 그에 맞춰서 식재료를 구매하기로 했다. 끼니마다 들어가는 식재료를 많이 겹치게 하되, 조리 방식을 달리해 매번 다른 요리를 먹는 느낌이 들게끔 식단을 짰다. 또 반찬 가짓수를 4~5개에서 2~3개로 줄였다. 이러면 식재료 낭비를 최소화하고, 요리하는 수고도 덜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부부는 식비를 100만원에서 80만원으로 한번 더 줄였다.

다음은 통신비(21만원)다. 현재 부부는 이동통신3사의 요금제를 사용하고, 휴대전화ㆍIPTV(인터넷TV)와 묶어 할인받는 ‘결합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막상 부부는 IP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당연히 IPTV를 해지해 결합요금제를 취소하고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로 바꾸는 게 합리적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부부는 최종적으로 통신비를 21만원에서 15만원으로 6만원 절감했다.

유류비도 55만원에서 45만원으로 10만원 줄였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불필요한 출차 횟수를 줄였다. 주말에도 불필요한 장거리 운행을 최소화했다. 아내가 자차로 데려다 주던 두 자녀(17ㆍ15)의 학원 등하원도 대중교통으로 바꿨다.

월평균 93만원씩 쓰는 비정기지출도 골고루 손봤다. 의류비는 350만원(이하 1년 기준)에서 300만원, 휴가비는 2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줄였다. 아내가 자신의 용돈에서 의류비와 휴가비를 쓰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명절ㆍ경조사비 역시 2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삭감했다. 이에 따라 비정기지출을 월평균 93만원에서 78만원으로 15만원 줄었다.

데이터를 많이 쓰지 않는다면 알뜰폰으로 바꾸는 게 합리적이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데이터를 많이 쓰지 않는다면 알뜰폰으로 바꾸는 게 합리적이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이렇게 1차 줄이기가 끝났다. 부부는 식비 20만원(100만→80만원), 통신비 6만원(21만→15만원), 유류비 10만원(55만→45만원), 비정기지출 15만원 등 51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부부의 적자 규모도 61만원에서 10만원으로 감소했다.

이제 더 줄일 수 있는 건 보험료(65만원)와 아내의 용돈(160만원), 그리고 신용카드 할부금(40만원)뿐이다. 신용카드 할부금도 사실상 아내가 내고 있으니, 아내가 한달에만 200만원을 쓴다고 봐야 한다. 

아내 용돈만 효과적으로 줄인다면 부부의 재무 솔루션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텐데, 희영씨가 얼마나 협조해줄지가 의문이다. 과연 부부는 지출 줄이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계속해서 이야기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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