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 조의 경알못 스터디카페
엔비디아, 어닝서프라이즈 기록
그런데 주가 하락세로 돌아서
실적과 주가 엇갈린 이유 뭘까
3분기 급증한 매출채권이 원인
4개 기업에 집중된 매출도 문제

실적이 좋으면 주가도 상승한다. ‘경알못’도 이쯤은 안다. 한데, 엔비디아에선 최근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3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했는데, 주가는 되레 하락세를 탔다. 왜일까. 여기엔 매출채권, 매출 집중도, 쇼트 포지션 등 ‘경알못’이 이해하기엔 다소 어려운 내용이 들어 있다. 젠지 조의 경알못 스터디카페에서 엔비디아의 엇갈린 지표를 다뤘다. 

엔비디아가 발표한 3분기 실적이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진은 안키트 파텔 엔비디아 개발자 마케팅 수석 디렉터.[사진 | 연합뉴스]
엔비디아가 발표한 3분기 실적이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진은 안키트 파텔 엔비디아 개발자 마케팅 수석 디렉터.[사진 | 연합뉴스]

‘AI 거품론’이 거세게 일었지만 엔비디아는 끄덕 없었다. 11월 19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3분기에 매출 570억6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 549억2000만 달러를 21억 달러나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늘어났다. 매출은 지난해 3분기 350억8200만 달러에서 62.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4.7% 늘어났다(218억7000만 달러→360억1000만 달러).

엔비디아는 4분기엔 매출 650억 달러를 넘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블랙웰(Blackwell) 판매량은 차트에 표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클라우드 GPU는 품절 상태”라며 “우리는 인공지능(AI)의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고 말했다.[※참고: 블랙웰은 엔비디아가 2024년에 공개한 AI 반도체 아키텍처다. 호퍼(Hopper) 아키텍처의 후속 기술로 이해하면 쉽다.] 

엔비디아가 이렇게 ‘깜짝 실적’을 기록했지만, 정작 주가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실적 발표 다음날인 20일 장중 최대 5%까지 상승하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2% 떨어진 186.52달러로 장을 마쳤다. 21일엔 178.88달러로 주가가 1.0% 더 떨어졌다.

엔비디아의 실적과 주가가 엇갈린 이유는 뭘까. 여기엔 3분기 급격하게 늘어난 매출채권이 영향을 미쳤다. 엔비디아의 매출채권은 2분기 230억7000만 달러에서 333억9000만 달러로 44.7% 늘어났다. 이는 판매한 제품만큼 받지 못한 돈도 많다는 걸 의미한다. 매출채권은 기업이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외상 판매대금’을 일컫는다. 

시장은 AI 생태계의 수익성 구조를 의심하고 나섰다. 보케 캐피털 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킴벌리 포리스트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품이 잘 팔린다면 왜 대금 회수가 더딘지’ 의문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몇몇 전문가는 AI 칩 제조사, AI 개발사, 클라우드 업체 간 거래 구조가 순환적이라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엔비디아의 주가가 반대로 흐른 덴 또다른 이유도 있었다. 다름 아닌 매출의 과도한 집중도였다. 엔비디아가 공시한 바에 따르면 3분기 매출의 61.0%가 이름을 밝히지 않은 4곳의 기업에서 발생했다. 2분기 56.0%에서 5%포인트 더 증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들 4곳을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오라클 등 빅테크로 추정했는데, 시장에선 이들의 실적이 악화하면 엔비디아 역시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돌았다. 엔비디아의 주가가 뒷걸음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유명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엔비디아 주가 하락에 베팅한 사실이 드러나며 엔비디아의 기초체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 ‘사이언 에셋 매니지먼트’는 11월 3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주식 100만주에 풋옵션(쇼트 포지션)을 걸었다는 사실을 공시했다. 엔비디아의 주가가 결국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는 거다. 버리는 소셜미디어 X를 통해 “AI 기업의 수익구조는 2005년의 집값 낙관론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마이클 버리는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한 인물이다. 그는 당시 대규모 공매도(쇼트 포지션)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유명해졌다.[※참고: 쇼트 포지션은 가격 하락에 베팅해 수익을 내는 전략이다. 자산을 빌려 매도한 뒤 더 낮은 가격에 되사서 갚는 공매도를 뜻한다.] 

이처럼 엔비디아의 주가가 떨어진 덴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엔비디아의 펀더멘털에 AI 거품론이 겹치면서 엔비디아 주가의 ‘하방 압력’이 세졌다는 얘기다. 그러자 이번엔 엔비디아가 나섰다.

11월 24일 ‘팩트체크 FAQ(Frequently Asked Questions·자주 묻는 질문)’란 제목의 7쪽짜리 문서를 주주들에게 보냈는데, 여기엔 최근 시장에서 불거진 매출채권, 재고, 현금흐름, 회계처리 등 회사 재무 상태를 둘러싼 의혹들이 상세히 정리돼 있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특히, 엔비디아는 매출채권을 두고선 “수금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3분기 매출채권 회전일수는 52일로, 과거 평균인 53일은 물론 2분기 54일보다 줄었다”고 말했다.[※참고: 매출채권 회전일수는 매출채권을 현금으로 회수하는 데 걸리는 평균 일수를 말한다.] 

엔비디아가 직접 실적을 해명하자 주가가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다. 11월 24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 거래일(178.88달러) 대비 2.1% 상승하며 182.55달러로 마쳤다. 등락을 거듭한 주가는 12월 1일 181.46달러를 기록했다. 가파르게 늘어난 매출채권, 과한 매출 집중도 등 여전히 남아 있는 논란거리가 변동성에 영향을 미쳤다. 과연 엔비디아의 주가는 어떤 방향으로 흐를까.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