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고령운전자 가해 사고 건수 증가
고령운전자로 인한 사망자 늘어
서울시, 자진해서 면허 반납하면
인센티브 주는 제도 운영 중인데
올해 고령 면허 반납자 감소하면서
금액 상향·인원 확대하는 계획 수립
다만, 반납자 늘릴 수 있을지 미지수

고령 운전자의 사고 건수가 늘고 있다. 인지, 신체, 판단 능력이 결여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심각성을 인지한 서울시는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70세 이상 운전자에게 지급하던 인센티브(선불 교통카드)를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엔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 자칫 예산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올해 서울시 고령자 면허 자진 반납률이 2%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서울시 고령자 면허 자진 반납률이 2%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3월 17일 오전 9시 30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터널 사거리에서 승용차가 앞차를 들이받으면서 차량 7대가 잇따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3개월이 훌쩍 흐른 7월 3일 오후 5시 15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로 택시가 돌진해 3명이 다쳤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9월 20일 오전 10시 32분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승용차가 햄버거 가게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가게 앞 인도를 지나던 행인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이들 세 사고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가해차의 운전자가 65세 이상의 운전자라는 점이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2019~2023년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1만4632명 중 65세 이상 운전자로 인한 사망자는 3678명으로 전체의 25.1%를 차지했다.

문제는 65세 이상 운전자의 과실로 사망한 이들의 비중이 2019년 23.0%에서 2023년 29.2%로 6.2%포인트나 커졌다는 점이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3명은 65세 이상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 때문에 유명을 달리했단 얘기다. 이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18.2%ㆍ2023년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기준)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비중만이 아니다. 건수도 늘었다.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2019년 22만9600건에서 지난해 19만8296건으로 13.6% 줄었지만, 65세 이상 운전자의 사고 건수는 같은 기간 3만3239건에서 3만9614건으로 19.2% 늘어났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령층은 청ㆍ장년층보다 신체ㆍ판단ㆍ인지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령 운전자의 사고를 줄이기 위해 서울시는 2019년부터 70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10만원이 충전돼있는 선불 교통카드를 지급하고 있다. 면허의 반납을 유도해서 고령 운전자의 운전 비율을 떨어뜨리겠단 거다.[※ 참고: ‘노인복지법’에서는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도로교통법’ ‘서울특별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지원 조례’에서도 65세 이상을 고령 운전자로 정했다. 다만, 서울시는 70세 이상을 지원 대상 연령으로 정했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70세 이상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내놨을까. 면허를 자진해서 반납한 서울 거주 70세 이상 운전자는 2020년 1만4046명, 2021년 1만5204명, 2022년 2만2626명, 2023년 2만5489명 등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올해 들어선 반납 운전자의 수가 주춤하고 있다. 문성호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한 서울 거주 70세 이상 운전자는 1만4242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한해(2만5489명)의 55.9% 수준이다. 추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올해 운전면허 반납자는 2만명을 밑돌 게 분명하다.

이 때문인지 서울시는 70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자진반납 인센티브를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끌어올리는 내용을 담은 예산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지원 대상 수도 올해 1만7000명에서 2만35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예산안이 확정되면, 70세 이상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 예산은 올해 17억원에서 내년 47억원으로 176% 늘어난다.

문제는 인센티브를 2배로 올리고 지원 대상을 확대하면 면허를 자진해서 내놓는 70세 이상 운전자가 늘어날 것이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계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인센티브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건 운전면허를 반납할 때 1회뿐이다. 인센티브를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리더라도 다 쓰면 그걸로 끝이란 얘기다. 인센티브가 70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반납을 유인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쉬운 점은 또 있다. 인센티브를 지원받는 대상이 아닌 65~69세 운전자들의 사고 건수가 늘고 있다는 거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65~69세 운전자 교통사고 건수는 2020년 1만4916건, 2021년 1만5612건, 2022년 1만6952건, 2023년 1만9104건으로 해마다 늘어났다. 65~69세 운전자로 인한 사망자 역시 2020년 256명에서 2023년 305명으로 증가했다.

물론 시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지원 대상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인센티브 대상을 70세 이상에서 65세 이상으로 낮추면 관련 예산이 가파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이 때문에 70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반납 정책의 한계를 메울 만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딘 지자체들도 있다. 전남 장흥군청은 지난 11월부터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게 ‘차로 이탈 경보장치’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는 지난 10월부터 65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정기예금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성남시 관계자는 “고령 운전자들이 자진해서 면허를 반납할 때 일회성으로 끝나는 교통카드ㆍ지역 화폐보다 현실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건의가 많았다”며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도로교통 안전과 고령운전자의 경제적 안정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문성호 서울시의원은 “고령 운전자와 시민 모두의 안전을 위해 고령 운전자들의 면허 자진 반납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며 “서울시민 안전을 위해 ‘선불 교통카드’보다 현실적인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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