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우리 골목은 왜 무너졌나 4편
프랜차이즈 본사 출점 경쟁 심화
가맹점 늘려 수익성 높이기 때문
자영업자 숨 옥죄는 차액가맹금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모델 폐해
문 닫는 동네 음식점이 늘고 있다. 부쩍 오른 식자재 가격, 임대료뿐만 아니라 갈수록 치열해지는 점포 간 경쟁도 동네 음식점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짚어볼 건 동네 음식점 간 경쟁이 심화한 덴 대형 프랜차이즈들의 ‘탐욕’이 숨어 있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를 빼놓곤 골목상권의 침체를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요한 이슈다.
115만2600명(2025년 1분기·음식점 및 주점업 기준). 외식업 종사자 수다. 이들의 가족까지 고려하면 수백만명의 생계가 외식업에 달려 있다. 문을 닫는 골목상권 음식점이 쏟아지는 건 그래서 위험한 신호다.
수많은 미디어는 연일 천편일률적인 원인만 내놓는다. 오를 대로 오른 식자재 가격, 임대료, 인건비 등등…. 과연 이들 때문일까. 식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골목상권에 봄바람이 불어올까.
그렇지 않을 공산이 크다. 골목상권을 침체의 늪에 빠뜨린 근본 원인이 따로 있어서다. 그 두번째 원인은 프랜차이즈의 탐욕이다.[※참고: 임대료, 인건비 등은 고질적인 문제여서 생각해 볼 점이 많다. 이 이야기는 다른 기획을 통해 진단해볼 계획이다. 첫번째 원인 ‘대기업의 탐욕’은 視리즈 2편과 3편에서 에서 자세히 다뤘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출점 경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2019년 4792개에서 2023년 9873개로 2배가량 늘어났다. 팬데믹 국면이던 2021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2020년 5404개→8999개·66.5%).
사회적 거리두기로 배달 수요가 증가하자 배달·포장을 위주로 하는 소규모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났기 때문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2만9126개에서 지난해 18만942개으로 40.1% 증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진단① 비즈니스 모델의 유혹 = 골목상권이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가득 찼다는 건데, 이들이 출점 경쟁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한국식 프랜차이즈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수익 대부분은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부재료 등에 붙이는 마진(이하 차액가맹금)이다.
그래서 프랜차이즈가 더 많은 돈을 벌려면 가맹점을 대폭 늘려야 한다. 가맹본부가 ‘저렴하고 손쉬운 창업’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등을 낚시에 가까운 홍보 문구로 창업주를 모집하는 이유다.
차액가맹금이 적은 것도 아니다. 외식업종 가맹점의 연 평균 차액가맹금(2023년 기준)은 2300만원이다. 차액가맹금이 가맹점의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2%에 달한다. 표면적으론 금액이 크지 않고 비중도 낮지만, 냉정하게 봐야 한다.
A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100원짜리 커피 원두를 가맹점에 110원을 받고 보냈다고 치자. 여기서 발생하는 10원이 차액가맹금이다. 비율은 낮지만, 원재료·부자재 가격에 등에 덧붙이는 마진이어서 가맹점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업종별 차액가맹금은 어떨까. 치킨 업종의 차액가맹금이 3500만원(이하 매출 대비 비중 8.6%)으로 가장 컸다. 다음은 제과제빵(2300만원·5.7%), 커피(2200만원·6.8%), 한식(2200만원·5.1%), 피자(2100만원·5.0%) 순이었다. 외식 자영업자의 평균 마진율이 8.9%(한국농촌경제연구원·2024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프랜차이즈의 차액가맹금은 과한 수준임에 분명하다.
문제는 이같은 프랜차이즈의 ‘비즈니스 모델’이 예비 창업자뿐만 아니라 골목상권에 ‘독毒’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통계가 가맹점의 폐점률이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2.3%였던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 폐점률은 2020년 12.2%, 2021년 12.6%, 20022년 14.5% 등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2023년에는 14.9%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올랐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국경제인협회가 7월 10일 발표한 ‘자영업자 2025년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전망 설문조사’ 따르면 자영업자의 43.6%가 ‘향후 3년 이내에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중 ‘2~3년 내 폐업을 고려 중이다’는 응답이 13.4%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1년~1년 6개월 내 폐업(10.0%)’ ‘6개월~1년 내 폐업(9.6%)’ ‘1년 6개월~2년 내 폐업(5.4%)’ ‘6개월 내 폐업(5.2%)’ 순이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막무가내로 신규매장을 내서 가맹점들을 출혈경쟁의 늪으로 빠뜨린다. 과다 출점이든 근접 출점이든 가맹점 단위 매출을 위축시키는 요인인데,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이를 의식하지 않는다. 가맹점이 많아야 돈을 벌기 때문이다. 한국식 프랜차이즈의 고질병이다.”
■ 진단② 필수품목의 덫 =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가맹점을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또 있다. ‘필수품목’도 교묘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필수품목은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맹점이 가맹본부로부터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품목이다. 커피 업종에선 원두나 플라스틱컵, 치킨 업종에선 닭고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브랜드 통일성과 무관한 자잘한 품목까지 ‘필수’로 정하거나 시중가격보다 비싸게 공급하는 가맹본부가 적지 않다. 일례로 2022년 패스트푸드 브랜드 A는 네임펜, 빗자루, 주방세제 등의 제품 구매를 강요해 논란을 일으켰다.
A 브랜드 측은 “이들 품목을 ‘필수’가 아닌 ‘권장’ 품목으로 두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다른 제품을 사용하면 가맹점 평가 점수를 깎아 불이익을 준 것으로 밝혀졌다. 2023년엔 육류 외식 브랜드 B가 가맹점에 머리끈, 손거울, 스마트폰 거치대까지 필수품목으로 지정해 공정위로부터 직권조사를 받았다.
이를 막기 위해 공정위가 나섰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필수품목 거래조건을 가맹점주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시 협의의무를 부여한다는 ‘구입강제품목 거래조건 변경 협의에 대한 고시’를 제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가맹점주는 불필요한 필수품목이 많다고 토로한다. 공정위가 발표한 ‘2024년도 가맹분야 서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싼 가격에 비해 떨어지는 품질’ ‘불필요한 품목 강제 지정’ 등 필수품목을 둘러싼 불만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점주의 55.2%가 ‘필수품목 관련해 문제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가맹본부가 정한 필수품목 중 불필요한 품목이 있다’고 말한 비율은 78.7%에 달했다.
프랜차이즈가 골목상권을 장악한 건 이제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상생의지가 없다면 침체한 골목상권엔 희망의 싹이 틀 수 없다는 거다. 이 때문에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탐욕을 억제하고 견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와 동등한 지위에서 협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가맹점주의 협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가맹점주단체 등록제’를 실시하고 가맹점주의 ‘상생협의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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