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인터뷰 | 유상건 노무사
산업안전에 쏠리는 관심
중처법 도입 초기와 마찬가지
근로감독관도 확대하지만
실질 효과 내려면 경력 필요
노무사까지 현장에 활용해야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 사고에 정부와 국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이앤씨 사고 현장 브리핑. [사진 | 뉴시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 사고에 정부와 국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이앤씨 사고 현장 브리핑. [사진 | 뉴시스]

# 산업 안전을 향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재명 대통령은 근로감독관의 명칭을 ‘노동경찰’로 바꾸고 인원을 대폭 늘리겠다고도 했다. 산재 사고가 터졌을 때 ‘직보’하라는 이례적인 영令까지 내렸다. 노동법을 전문으로 하는 노무사의 입장에서 이런 변화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 노무사협회 전 청년위원회장이었던 유상건 노무사를 만나 젊은 노무사의 시각에서 새 정부의 방향을 논해봤다. 

✚ 이재명 정부의 산업 안전 정책을 어떻게 보고 있나. 
“산업 안전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발생한 후의 대처보다는 산업 안전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을 핵심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 새 정부의 정책적 방향은 옳은 것 같다. 
“그렇다. 일이 벌어지고 나서 손해배상을 하는 것보단 애초에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나. 소 잃고 외양간을 튼튼하게 고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좋은 건 소를 잃을 일이 없도록 예방하는 거다.” 

하지만 예방은 완전할 수 없다. 여야 정치권이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해 2022년부터 시행했지만, 그 법의 기준을 넘는 산재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참고: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사망 혹은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 등이 발생할 경우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는 법이다.] 예방으로 모든 산재를 막아낼 순 없다는 얘기다. 

✚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는 등 산업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는데,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측면이 없지 않다.” 

✚ 자세히 말해달라. 
“혹시 중대재해처벌법의 첫 판결(2023년)을 혹시 기억하는가.”

✚ 어떤 내용이었나. 
“원청업체 대표에게 내린 첫 판결의 처벌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었다. 어떤 법이든 첫 판결은 그 법이 현장에서 어떤 무게감을 가질지 가늠해준다. 이런 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첫 판결은 예상했던 수준을 벗어났다. 그 이후 중대재해처벌법을 대하는 기업들의 위기감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새 정부가 ‘산업 안전’의 예방 작업에 힘을 쏟고 있는 건 이런 현실을 인식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와 내년 두해에 걸쳐 ‘근로감독관’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현재 근로감독관은 3100명 수준인데, 그중 29.0%인 900여명만이 산업안전을 맡고 있다. 나머지 2200여명은 임금체불 등 노동 분야 위주로 현장을 살핀다. 이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자가 일만 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일을 막으려면 ‘산업안전감독관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 정부가 근로감독관을 2026년까지 1300여명 충원하기로 한 것은 현장의 문제점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필요한 일이다. 현장에 있다 보면 근로감독관 자체가 과로하는 경우도 숱하다. 일하다 돌아가시는 분들도 있다. 감독 인원이 늘어날 필요는 차고 넘친다.”

✚ 정부에서 근로감독관의 명칭을 ‘노동경찰’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장에서 더 강력하게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되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일부 있지 않겠나. 일부 보완한다면, 노동경찰 중에 노무사를 일정 비율 채용하면 어떨까 한다.”

유상건 노무사는 인터뷰에서 ‘노동경찰’이란 명칭을 사용했지만, 독자 편의를 위해 기사에선 현재 명칭인 ‘근로감독관’을 유지했다. 
 
✚ 왜 노무사를 근로감독관으로 채용해야 하나. 

“근로감독관들이 현장에 나가면 사측에선 노무사가 나와서 대응한다. 당연히 사측 노무사는 강하게 방어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인력이 현장에 파견된다면 근로감독관이 현장에서 정책 목적에 맞춰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듯하다.” 

✚ 근로감독관도 전문가일 텐데 굳이 노무사를 채용할 필요가 있겠나. 
“근로감독관은 현장에서 ‘판사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법률 위반 여부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이 필요하단 거다. 이런 능력과 경험치는 하루이틀만에 생기는 감각이 아니다. 인원을 충원한다고 해서 근로감독관의 역할이 커지거나 효율화하는 건 아니다.”

✚ 인원이 늘어나니 현장을 꼼꼼히 살필 수 있지 않을까.
“시험에 막 붙은 노무사도 제 역할을 하는 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 2년은 현장에서 일을 배우고 습득해야 한다. 그 기간이 지나야 노무사로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산업 안전과 산업 재해 분야는 서류 위주로 판단할 수 있는 임금·노동 분야와 다르다. 현장 경험이 무척 중요하다. 이는 근로감독관도 마찬가지다.” 

✚ 업무기간이 길어야 효과가 날 수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문제는 그 기간 인력이 숙련되길 기다리다가 정책 기조가 바뀌면 모든 게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첫 판결을 곱씹어보면 더욱 그렇다. 근로감독관을 노동경찰로 부르는 것보다 중요한 건 ‘정책’의 지속성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한 공무원들에게 산업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강도 높게 감독할 것을 주문했다. 노동법 전문가인 노무사들 역시 그 변화를 느끼고 있다. 새 정부의 의지는 현장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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