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이슈 넘버링
누굴 위한 챗봇인가 2편
일처리도 챗봇 마음대로
소비자 불만 가득한 챗봇
과연 기업에 좋기만 할까

소비자와 상담 시 챗봇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소비자와 상담 시 챗봇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언젠가부터 챗봇이 기업 고객 상담 코너의 ‘얼굴마담’이 됐습니다. 상담을 요청하면 상담원보다 챗봇이 먼저 다가와 어떤 문의를 할지를 묻습니다.

# 문제는 챗봇이 정작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질문이 조금만 복잡해도 엉뚱한 답을 늘어놓거나 링크 하나를 툭 던지는 건 예삿일입니다. 잠깐 시선을 돌리면 곧바로 상담이 종료되는 경우도 숱합니다. 챗봇이 세상에 나온지 십수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고치지 못한 고질적 문제들이죠. 

# 그럼 소비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닌 챗봇은 정말로 기업에 꼭 필요한 서비스일까요? 더스쿠프 IT언더라인 ‘누굴 위한 챗봇인가’ 2편입니다.

우리는 지난 1편에서 기업과 소비자가 챗봇을 각각 어떻게 바라보는지 살펴봤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상담원 역할을 해주는 챗봇은 무척 유용해 보입니다.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데다, 24시간 운영까지 가능하니까요. 기업들이 앞다퉈 챗봇을 상담 시스템에 적용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눈여겨볼 점은 소비자를 위해 도입한 챗봇을 정작 소비자들은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닙니다. 챗봇과의 대화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가 힘들어서입니다. 

기업들은 챗봇이 많은 일을 대신해줄 것이라 여기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습니다. 챗봇이 상담해줄 수 있는 기능들은 검색해보면 ‘요청이 조금만 복잡해지면 상담원을 연결하거나 관련 정보가 담긴 링크를 건네는 것’뿐입니다. 소비자더러 알아서 해결하라는 태도이니, 소비자로선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챗봇은 사전에 정해둔 패턴대로만 반응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그 이외의 문장에는 답변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다양한 고객 문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습니다. 
이는 챗봇의 고질적 문제입니다. AI 모니터링 업체 ‘피들러 AI’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아밋 파카가 자신의 SNS에 남긴 게시물에는 이런 문제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2018년에 쓴 글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지적입니다. “…챗봇은 자연어를 처리하는 부분에선 극적인 발전을 이뤘지만, ‘대본에 맞춰진 수동형 시스템’이란 게 여전히 큰 단점이다. 조금만 예상 밖의 질문을 하면 ‘이해하지 못했다’는 대답만 돌아온다. 이런 점에선 검색창에 물어보는 것보다 못하다….”

■ 챗봇 멋대로 = 챗봇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기술적인 결함도 존재합니다. 화면을 잠깐 내리거나 다른 작업을 하면 상담 연결을 종료하기 일쑤입니다. 특히 인터넷 연결이 끊기기 쉬운 모바일 환경에서 이런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유선 인터넷과 휴대전화 요금제의 결합할인을 받기 위해 이동통신사 챗봇과 상담했다는 강의석(가명)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실까요. “챗봇이 상담원을 연결해 주겠다면서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기다리다가, 메신저 알림이 와서 잠깐 화면을 내렸거든요. 답장하고 다시 이통사 앱으로 들어갔는데, 그새 챗봇 상담이 종료됐더라고요. 이게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결국엔 상담원에게 직접 전화해 통화했고요. 챗봇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어요.”

법적 규제도 아직은 전무합니다.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사들이 모여 만든 사단법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는 2023년 9월 ‘챗봇 윤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 존중 원칙, ▲프라이버시 보호, 정보보안 원칙, ▲다양성 존중 등 인간의 윤리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핵심으로 내세웠죠. 하지만 여기에 챗봇의 품질과 성능을 언급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이 챗봇의 품질을 향상하는 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 기업에 좋을까 = 소비자가 챗봇에 느낀 불쾌한 감정은 개인의 경험에 그치지 않습니다. 챗봇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에도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챗봇이 단기적으론 비용 절감에 도움을 줄지 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선 브랜드 인지도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겁니다.

챗봇은 소비자의 요청에 정해진 패턴대로만 반응한다. 챗봇의 한계가 명확한 이유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챗봇은 소비자의 요청에 정해진 패턴대로만 반응한다. 챗봇의 한계가 명확한 이유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브랜딩 전문 스튜디오 ‘베어리브랜디드’는 6월 30일 자사 홈페이지 글에서 “브랜딩을 논할 때 한가지 간과하는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그건 바로 사용자 경험(UX)이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습니다. 

“고객이 브랜드와 맺는 모든 접점이 결국 브랜드에 관한 전반적인 인식을 형성한다. 긍정적인 경험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지만, 부정적인 경험은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 혼란스럽고 불쾌한 첫인상은 브랜드 인지도를 깎아내리고, 부정적인 방향으로 소비자에게 각인될 수 있다.”

챗봇은 기업 입장에선 분명 매력적인 도구입니다. 인건비를 줄여주고, 24시간 고객을 맞아주니까요. 하지만 챗봇의 한계에서 기인한 불편함을 떠맡는 건 소비자입니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불만이 쌓이고, 기업은 부지불식간에 기업 평판이 깎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겁니다. 기업만 편하고 소비자는 불편한 챗봇 시스템. 한번쯤 점검해봐야 하는 문제 아닐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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