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Seek한 분석
번개장터 수수료 장사 논란 일어
번개페이 이용 의무화한 데 이어
수수료 3.5%에서 6%로 인상
수수료 정책 바꾼 이유 적자 때문
번개머니 등 혜택 제공한다지만
부담 이용자에게 전가한다는 비판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논쟁의 도마에 올랐다. 그 중심엔 수수료 기반의 결제 시스템 ‘번개페이’가 있다. 번개장터가 지난해 8월 서비스 내 모든 결제를 번개페이로 일원화한 데 이어 올 9월엔 그 수수료를 두배 가까이 인상했기 때문이다. ‘적자의 늪’에 빠져 있는 번개장터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 모르지만, 이용자 사이에선 ‘수수료 장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직장인 박경민(33)씨는 잘 사용하지 않는 디지털 카메라를 팔기 위해 번개장터 등 중고 거래 플랫폼 곳곳에 판매글을 올렸다. 며칠 후 번개장터를 통해 한 구매자가 연락을 해왔고, 곧바로 거래가 성사됐다. 금액은 25만원. 거래는 번개장터 내 결제 시스템인 ‘번개페이’를 통해 진행하기로 했다.
거래는 별 탈 없이 끝났지만, 문제는 ‘정산 후’였다. 정산액을 확인해보니, 경민씨에게 최종적으로 정산된 금액은 23만5000원에 불과했다. 판매 수수료가 무려 1만5000원이나 부과됐던 거다. 경민씨는 “수수료가 너무 과한데”라고 생각했지만 버스는 이미 떠난 후였다.
# 대학생 김서정(24)씨는 번개장터에서 평소 갖고 싶었던 캐릭터 인형 판매글을 발견했다. 번개톡을 통해 판매자에게 연락하자 ‘수수료 때문에 혹시 다른 방식으로 거래할 수 있겠냐’는 답장이 왔다. 서정씨는 계좌번호를 달라고 답장했지만 번개톡에선 ‘메시지가 전송되지 않았다’는 알림이 왔다. 번개장터가 휴대전화 번호나 계좌, 송금, 이체 등의 단어가 들어간 메시지를 전부 차단했기 때문이었다.
서정씨는 결국 SNS 아이디를 메모지에 적은 후 메모지를 찍은 사진을 판매자에게 보냈다. 서정씨는 “번개장터는 안전해서 좋긴 한데 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비판이 많다”고 말했다.
■ 번개페이 의무화의 속셈 =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엔 독특한 결제 시스템이 있다. 안전결제 서비스 ‘번개페이’다. 2018년 4월 출시한 번개페이는 결제 대금 예치 서비스다. 물건을 거래할 때 구매자가 지불한 돈을 번개장터에서 보관하고 있다가 물품 배송이 끝나면 판매자에게 지급한다.
번개장터의 경우 구매자가 거래 최종 확정 버튼을 누르면 금액이 정산된다. 수수료는 3.5%로 싸진 않지만 ‘먹튀’를 방지할 수 있어 이용도가 꽤 높았다.[※참고: 번개장터는 번개페이의 수수료를 지난 9월 6%로 인상했다. 이 이야기는 후술했다.]
이런 번개페이를 두고 불만이 터져나온 건 번개장터가 수수료 정책을 재정비한 2024년 8월 1일부터다. 우선, 번개장터 내 모든 결제는 번개페이를 통해서만 할 수 있게 의무화했다.
이전까지 이용자는 일반 계좌 거래, 카카오페이, 번개페이 등 편한 방식을 골라 거래할 수 있었다. 번개페이는 비싼 물건이나 한정판 상품을 거래할 때 사기 위험을 피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이용했는데, 2024년 8월 도입한 의무화 정책으로 모든 거래에 3.5%의 수수료를 적용하게 됐다.
번개장터는 번개페이 외 다른 방법의 거래를 인공지능(AI)으로 단속했다. 거래 과정에서 휴대전화 번호나 계좌 번호로 의심되는 숫자를 공유하면 메시지 전송이 취소된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계좌 이체 등의 단어도 마찬가지다. 경고를 여러 차례 어길 시 해당 거래를 못하게 막거나 번개장터 서비스 이용을 일정기간 차단한다.
■ 구매자는 수수료 무료! 정말? = 수수료 부담 주체도 바뀌었다. 원래 구매자가 부과하던 수수료를 판매자 부과로 변경했다. 번개장터 측은 이후 “구매자에겐 안전결제가 무제한으로 무료”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그렇게만 보긴 힘들다. 수수료를 물품 가격에 반영하는 판매자가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평소 20만원 정도였던 스마트폰 공기계를 20만7000원으로 올리는 식이다. “번개장터가 수수료 장사를 하면서 모두가 예전보다 비싼 가격으로 거래하게 됐다”는 불만이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불만이 쏟아지며 번개장터 이용자도 감소세를 탔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96만명이었던 월간활성화사용자(MAU)는 9월 284만명, 10월 282만명, 11월 280만명으로 줄었다.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난 7월 295만명까지 증가했지만 여전히 2024년 8월 수준이다.
하지만 MAU가 얼마나 더 증가할지는 알 수 없다. 지난 9월 17일 번개장터가 번개페이의 수수료를 3.5%에서 6.0%로 또다시 인상했기 때문이다. 10만원의 물건을 판매하면 무려 6000원을 수수료로 내야 하는 셈이다. 다른 플랫폼과 비교하면 월등히 비싼 수준이다.
중고나라는 현재 판매가나 판매 방식에 따라 0~3.5%의 수수료를 부과한다(구매자 기준). 안전결제엔 동일하게 3.5%의 수수료를 부과하지만 2만원 이하 물품엔 수수료를 붙이지 않고 무통장 입금을 활용하면 1.9%만 부과한다.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당근마켓은 ‘당근비즈니스’나 ‘안심결제’를 이용할 때 사업자와 구매자에게 각각 3.3%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이 외의 방식에선 수수료가 무료다.
■ 흑자 전환 혹은 MAU 감소 = 그렇다면 번개장터가 이용자 이탈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수료를 끌어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적자의 늪’에 빠진 실적에서 찾을 수 있다. 번개장터는 현재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2019년(26억원)을 기점으로 2020년 135억원, 2021년 393억원, 2022년 348억원, 2023년 216억원 등 해마다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흑자 전환 의지를 밝힌 지난해에도 영업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7월 번개장터는 400억원 규모의 시리즈E 투자를 유치하면서 ‘올해를 흑자 전환의 원년을 삼겠다’고 밝혔지만, 영업손실(196억원)을 9.3% 줄이는 데 그쳤다. 번개장터가 지난 9월 진행한 수수료 2차 인상을 ‘올해엔 꼭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유다.
문제는 번개장터가 ‘적자 부담을 이용자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느냐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수수료를 올린 만큼 안전한 중고 거래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말을 이었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사기를 판별하고 정품 검수를 고도화해 번개장터에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인식을 넓히고 있다. 이번 수수료 인상분인 2.5%를 번개머니를 통해 되돌려주는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번개장터 관계자의 말처럼 번개장터는 수수료 인상분을 번개머니로 환급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번개머니는 번개장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돈으로, 이 방법으로 정산을 받는다면 수수료는 이전과 동일한 수준인 3.5%만 지불한 셈이 된다.
하지만 2.5%의 지급액은 현금으로 인출할 수 없다. 번개머니를 이용자 계좌로 환급할 때 2.5% 혜택금은 환급에서 제외된다. 번개장터를 자주 이용하지 않는 사람에겐 유용하지 않은 혜택이자 생색내기란 얘기다. 과연 번개장터의 수수료 인상은 수익성 개선과 이용자 이탈 중 어느 쪽에 더 영향을 미칠까.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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