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북리뷰 「달리기 인류」
러닝에 강한 동아프리카인들
에티오피아서 직접 생활하며
그들의 훈련 패턴 파헤쳐
과학보다 직관과 창의 중요해
인류학적으로 분석해본 ‘달리기’
달리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국내 러닝 인구가 1000만명으로 추산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러닝 동호회, 러닝 용품, 러닝 관련 서적이 넘쳐나고, 런 트립 패키지 상품까지 출시돼 관심을 끌고 있다.
러닝의 즐거움은 자연스레 장거리 달리기를 향한 로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각종 마라톤 대회 출전을 목표로 전문가의 지도를 받거나, 실제 대회에 참가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신간 「달리기 인류」는 ‘진짜’ 러너들을 다룬 책이다. 케냐와 함께 마라톤 강국으로 손꼽히는 에티오피아 달리기 선수들의 이야기다. 마라톤 선수이자 인류학자인 마이클 크롤리가 에티오피아에서 실제 달리기를 하며 보낸 경험담을 들려준다.
저자는 영국 대표로 로드 러닝 대회에 출전한 러너이기도 하다. 그는 에티오피아에서 15개월간 러너들과 함께 생활하고 달리며 연구한 끝에 2019년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프리카인들은 오랫동안 장거리 달리기를 지배해왔다. 저자는 에티오피아인들을 국제무대에서 성공하게 만든 문화의 비밀을 인류학적 시각으로 파헤친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탐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학과 직관 사이, 러닝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러닝에 과학적으로 접근한 서구의 태도와 에티오피아의 직관적이고 창의적인 접근 방식을 주목한다. 이를 토대로 스포츠 과학, 다시 말해 기술과 과학에 과도하게 의존한 나머지 영혼을 고갈시키는 훈련 방법론의 대안도 제시한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에게 훈련 장소는 매우 중요하다. 숲, 긴 언덕, 울퉁불퉁한 자갈길과 좁고 미끄러운 진흙길, 아스팔트, 도로, 산소가 부족한 고도까지….” 저자는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수행하는 훈련 패턴, 예를 들어 ‘처음에는 숲, 그다음에는 비포장도로, 그다음에는 아스팔트서 달리기하는 식’ 등을 직접 경험하고, 팀원들과 함께 국제 크로스컨트리 대회와 이스탄불 하프 마라톤, 프랑크푸르트 마라톤에도 참가한다.
아울러 에티오피아 곳곳의 러닝 커뮤니티 선수와 지도자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고, 선수에게 훈련과 경기 비용을 지급하는 국가 및 기업의 후원 클럽 제도를 알아본다. 1960년대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아베베 비킬라가 여전히 에티오피아에 미치는 영향력과 아베베보다도 빨랐던 동료 선수이자 지금도 영웅으로 추앙받는 92세의 와미 비라투를 만난 사연도 소개한다.
저자는 에티오피아인들과 함께 훈련하며 “과학은 효과가 없다”고 느꼈다고 말한다. 그들의 달리기엔 ‘직관적이고 창의적으로 달리는 것’ ‘속도보다 느림에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고 회고한다.
이 책은 세계 최고 선수들을 키워낸 풍부하고 다층적인 문화를 깊게 탐구하고 ‘러닝과 인간’을 고찰한다. “나는 달리기와 인류학이 서로 비슷한 일을 가능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 다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게 한다.”
저자는 인간의 삶처럼 달리기 역시 매번 다른 감정의 폭을 불러일으키고, 장거리 달리기 훈련의 경우 특유의 난관이 따르기에 그 자체로 하나의 모험이자 삶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