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이슈 아카이브
원·달러 환율 1500원 목전
이재명 정부 4자 협의체 가동
국민연금 통해 환율 낮춘단 뜻
해외투자가 환율 높였다 판단
국민연금 활용 전략에 비판도
운용 독립성 정부가 훼손하나
11월 20일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를 넘어선 이후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4일 원달러 환율은 1475.20원(하나은행 매매기준율 기준)을 기록했다. 1500원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셈이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4자 협의체’를 가동했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과 함께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외환시장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한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재부는 “앞으로 4자 협의체에서는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4일 이창용 한은 총재 등과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갖고 “구조적인 외환 수급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국민연금과 수출업체 등 주요 수급 주체와 긴밀히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환율 방어를 위해 국민연금을 활용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셈인데, 이번 ‘4자 협의체’ 가동을 통해 그 논의를 시작했다는 얘기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환율 방어에 활용하겠다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현재 정부는 국민연금이 대규모 해외투자에 나서면서 달러 수요가 늘고, 이에 따라 구조적인 고환율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지적은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다시 달러를 풀어서 환율을 낮춰야 하지 않겠냐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이날 첫 회의에서도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투자가 외환시장 수급에 미치는 변동성을 줄이는 방안을 비중 있게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가장 먼저 검토할 것으로 보이는 전략은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다. 국민연금은 일정 기간 환율이 과거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내부 투자지침에 따라 해외 자산의 최대 10%까지 한시적인 ‘전략적 환헤지’를 실시할 수 있다.
환헤지는 해외 자산 일부를 달러로 팔아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는 거다.[※참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재량을 갖는 ‘전술적 환헤지’는 ‘해외 자산의 5%’ 수준이지만, ‘전략적 환헤지’를 통해 ‘최대 10%’까지 환헤지를 늘릴 수 있다.]
한은과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 계약 조건 변경이나 연장도 검토할 수 있다. 외환스와프 계약을 통해 국민연금이 시장에서 달러를 사지 않고, 한은이 보유한 달러를 사도록 하는 거다. 이를테면 직거래인데, 이를 통해 외환시장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현재 한은과 국민연금은 650억 달러 한도로 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고, 계약 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다만, 지난 6월 미 재무부가 한국을 환율관찰국으로 재지정하면서 국민연금과 한은의 외환스와프 한도 증액을 문제 삼은 바 있어 무작정 한도를 늘리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정부의 환율 정책에 국민연금을 적극적으로 동원하는 게 합당하느냐다. 우선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첫번째 원칙은 수익성인데, 과도한 환헤지 전략은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정부가 국민연금의 운영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환헤지는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부의 입김에 따라 좌우돼선 곤란하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기재부는 부랴부랴 “정부는 국민연금 측에 환헤지 비율을 높이거나 환헤지 한도의 확대를 요청한 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연금을 통해 단기적인 환율 안정을 꾀할 순 있겠지만, 이게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는 걸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과연 정부는 국민연금을 자제하면서 활용할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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