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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새로운 소비법 조명
저소비 코어 트렌드 확산세
책 「저소비 생활」 영향 미쳐
가장 큰 이유는 경제 상황
지갑 닫을 수밖에 없는 현실
기후위기 경각심 트렌드에 한몫

전문가들은 Z세대를 중심으로 저소비 코어 트렌드가 유행하는 것엔 여러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Z세대를 중심으로 저소비 코어 트렌드가 유행하는 것엔 여러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직장인 김수영(27)씨는 ‘근검절약’ 생활을 하고 있다. 사회 초년생 시절엔 별 생각 없이 돈을 쓰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갑을 여는 것 자체가 신중해졌다. “택시는 절대 타지 않고, 대중교통은 기후동행카드 청년 할인 혜택을 받아서 이용하고 있어요.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고, 저녁은 주로 집에서 만들어 먹습니다. 커피는 하루에 한잔 이내로 규칙을 정해놓았어요.”

# 대학생 김보경(24)씨는 11월 첫주 지출이 단 0원이었다. 식비는 학기 초에 선결제한 대학 기숙사 식당을 이용하고, 겨울옷은 지난해 장만한 것을 그대로 입었다. 보경씨의 유일한 과소비는 학습이다.

“최근 중국어 회화에 관심이 생겨 인터넷강의(인강)를 결제했어요. 그런데 친구와 함께 등록하면 거의 절반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어서 기숙사 룸메이트를 설득해 함께 공부하고 있어요. 공부에 가장 많은 돈을 쓰지만, 가장 의미 있는 소비라고 생각해요.”

Z세대를 중심으로 ‘저소비 코어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저소비 코어 트렌드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이미 가진 물건을 오래 사용하며, 소비 자체를 절제하는 생활 방식을 의미한다(표①).

이런 흐름은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유튜버이자 작가인 가제노타미의 책 「저소비 생활」의 높은 인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작가가 월세 포함 한달 생활비 7만엔(약 66만원)으로 살아본 경험을 담고 있다. 지난 9월 국내에서 출간한 이후 알라딘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오르고, 예스24 자기계발 분야에서는 6주 연속 5위권을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이 주목받는 건 Z세대 사이에서 꾸준히 형성돼 온 ‘저소비’ 생활 방식을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이다. Z세대는 최근 몇년 새 온라인을 중심으로 저소비 코어 트렌드를 실천하며 확산시켜왔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관련 해시태그는 3만개를 웃돌고, 틱톡에서는 ‘#Underconsumption core’ 해시태그 영상 조회수가 6000만회를 넘는다(11월 19일 기준).

설문이나 통계 역시 이런 트렌드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구인ㆍ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Z세대 5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71.7%가 ‘최소한의 소비를 지향한다’고 답했다(표②).

올해 5월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발표한 ‘소셜 빅데이터로 본 저소비 코어 트렌드’ 보고서도 주목할 만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백화점ㆍ명품 중심이던 ‘오픈런’ 현상이 최근 편의점이나 다이소 등 실속형 매장으로 이동했다. 소비 기준 역시 ‘희소성’에서 ‘실용성’으로 바뀌는 양상을 보였다(표③).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Z세대를 중심으로 저소비 코어 트렌드가 확산되는 이유를 여러 측면에서 분석한다. 첫째는 경제 상황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소비를 절제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거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물가상승 등 경제지표는 소비자들이 점점 더 신중하게 소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며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Z세대는 필수적인 지출을 제외한 나머지 소비를 줄이고, 소비의 우선순위를 실용적인 것에 맞추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Z세대로선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얘기다(표④⑤).

기후위기가 심각해진 것도 저소비 코어가 유행하는 이유 중 하나다. 불필요한 소비가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지출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선택을 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계절마다 새 옷을 구매하는 게 유일한 취미였다던 대학원생 박윤영(25)씨는 “SPA 브랜드 같은 패스트 패션 산업(표⑥)이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낳는다는 걸 알고 난 후 의식적으로 쇼핑을 줄이고 있다”며 “최근에는 중고 거래나 친환경 제품에 더 눈이 가고, 일회용품 사용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소비 코어 트렌드는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섰다. 기후 위기와 경제적 불안정성 속에서 ‘소유’보다는 ‘필요’를 기준으로 소비를 재조명하고 있다. Z세대가 만들어낸 의미 있는 변화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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