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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앞둔 삼성 트라이폴드폰
2번 접는 혁신 구현했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많아
킬러 콘텐츠 부재는 여전

삼성전자가 새로운 폼팩터(외형)를 가진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화면을 두번 접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뛰어난 기술 수준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을 두번 접어야 하는 이유’를 소비자에게 납득시키는 게 관건이다. 한번 접는 폴더블폰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오랫동안 부진을 겪었는데, 두번 접는 건 어떨까. 

삼성전자가 트라이폴드폰을 출시한다. 사진은 지난 7월 서울 코엑스에서 운영한 갤럭시 폴더블폰 체험존 ‘The Galaxy UNFOLDERS’.[사진 | 뉴시스]
삼성전자가 트라이폴드폰을 출시한다. 사진은 지난 7월 서울 코엑스에서 운영한 갤럭시 폴더블폰 체험존 ‘The Galaxy UNFOLDERS’.[사진 | 뉴시스]

두번 접히는 스마트폰 ‘트라이폴드폰’이 시장에 나온다. 스마트폰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갤럭시Z 트라이폴드’를 12월 5일 출시할 예정이다. [※참고: 트라이폴드(tri-fold)는 ‘세 부분으로 접힌’이란 뜻이다.] 

이 제품의 특징은 ‘인폴딩(in-folding)’ 형태의 3단 접이식 구조를 채택했다는 점이다. 인폴딩은 말 그대로 화면을 기기의 안쪽으로 접어 넣는 방식이다. 외부 충격으로부터 디스플레이를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운데 디스플레이를 기준으로 왼쪽을 먼저 접고 오른쪽을 나중에 접는 식이다. 다 접었을 때 측면이 알파벳 G 모양을 해서 ‘G타입 폴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접었을 때 화면 크기는 6.5인치로 일반 스마트폰과 별 차이가 없다. 펼치면 10인치로 태블릿PC 수준으로 커진다. 가령, 삼성전자의 최신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7(8인치)’보다도 2인치 더 크다. 두께는 펼쳤을 때 4.2㎜(이하 추정치), 접었을 땐 14㎜다.

업계에선 가격이 300만원 후반에서 400만원 초반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번 접는’ 폴더블폰인 갤럭시Z폴드7(256GB·237만원)보다 100만원 이상 비싸다. 힌지(일종의 경첩) 구조가 복잡한 점, 추가 디스플레이 부품이 필요한 점을 고려해 이같은 가격대로 책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트라이폴드폰을 처음 선보인 건 아니다. ‘세계 최초’는 중국 제조사 화웨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트라이폴드폰 ‘메이트 XT’를 선보였다. 1년이 흐른 올해 10월엔 2세대 버전인 ‘메이트XTs’를 출시했다. 사실상 화웨이의 메이트XTs와 갤럭시Z 트라이폴드가 1대 1 경쟁을 펼치는 셈이다.

메이트XTs의 디스플레이 크기는 10.2인치로 갤럭시Z 트라이폴드와 엇비슷하다. 가격은 1만5000위안(약 307만원)으로 갤럭시Z 트라이폴드보다 100만원가량 저렴하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관건은 ‘두번 접는 스마트폰’이 얼마나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느냐다. 이 제품엔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화면이 커진 만큼 단점도 많아졌다. 언급했듯 이 제품의 두께는 14㎜로, ‘갤럭시S25(7.2㎜)’ 2개를 포갠 것과 비슷하다. 그만큼 무게도 더 무거울 게 뻔하다. 스마트폰 2개 분량을 들고 다녀야 한다는 얘긴데, 가볍고 얇은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겐 어필하지 못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트라이폴드폰만의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는 비슷한 제품군인 폴더블폰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삼성전자가 1세대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1’을 출시할 때만 해도 소비자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스마트폰보다 무겁고 가격도 비싼 폴더블폰을 선택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삼성전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을 기울였다. ▲화면을 2분할해 여러 앱을 동시에 실행하는 ‘멀티 액티브 윈도’, ▲외부 디스플레이를 통해 메신저 등 알림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플립 커버 화면’과 같은 폴더블폰 전용 기능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최근작인 ‘갤럭시Z폴드7’는 두께와 무게가 일반 스마트폰 수준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폴더블폰 이용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폴더블폰 출하량 전망치는 1980만대로, 지난해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12억2400만대)의 1.6%에 그친다. 100명 중 2명 만이 폴더블폰을 쓴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한번 더 접는 스마트폰’에 소비자가 크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란 견해를 내놓는다. 미국 IT 전문매체 ‘기즈모도(Gizmodo)’는 지난 10월 17일 기사에서 “사람들이 정말 힌지가 2개 달린 스마트폰을 원하는지 의문”이라면서 “트라이폴드폰은 거대한 베팅이지만, 삼성전자는 베팅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사진 | 뉴시스]
[사진 | 뉴시스]

다만, 초반 입소문을 타고 ‘반짝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은 있다. 화웨이의 메이트XT가 그랬다. 올해 2월 화웨이는 메이트XT의 글로벌 버전인 ‘메이트XT 얼티밋’을 출시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국가에서만 한정 판매했는데, 2개월간 40만대가량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Z 트라이폴드는 2만대 한정 생산한다. 국내 시장에서 메이트XT 얼티밋만큼의 수요가 있다면 충분히 ‘완판’될 수 있는 물량이다. 판매 전망을 두고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제품은 판매량보다는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의 ‘두번 접는 스마트폰’은 시장에 어떤 파란을 일으킬까. 폴더블폰 때 겪었던 고질병을 해소할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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