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대한민국 문화혈관 복구 프로젝트 10편
현장 탐방 5편 안녕, 책의 취미 마켓
주민 4명 중 1명 노인인 충북 제천
이사 온 주택 앞 직접 만든 서점
어린이와 어르신까지 모이는 공간
취미마켓으로 담아낸 세대 연결

사람이 사라지면 공동체도 무너진다. 공동체가 사라지면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충북 제천은 한때 공업의 중심지였고 지금도 산업단지가 있다. 그런데도 매년 인구는 줄어든다. 여기에 서점 ‘안녕, 책’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노인과 아이들을 불러모았다. ‘취미 마켓’ 같은 서점에선 세대와 세대가 그렇게 연결되고 있다.

충북 제천의 안녕, 책은 취미마켓으로 아이들과 어른이 공동체 삶을 경험하도록 만든다.[사진=더스쿠프]
충북 제천의 안녕, 책은 취미마켓으로 아이들과 어른이 공동체 삶을 경험하도록 만든다.[사진=더스쿠프]

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 용두대로 36길로 향하면 작은 아파트 단지가 하나 나온다. 단지 입구로 들어가지 않고 외곽을 따라 작은 골목길로 들어가면 커다란 주택과 나무, 그리고 잔디밭이 나온다. 잔디밭 한쪽에는 이경신씨가 운영하는 독립서점 ‘안녕, 책’이 있다. 33㎡(약 10평) 남짓한 이곳은 이 대표가 자신의 주택 앞에 만든 작은 서점이다. 

제천은 국내 시멘트 주요 생산지로 주요 공업 지역 중 한곳으로 꼽혔다. 시대가 변한 지금, 바이오밸리와 테크노밸리가 형성된 덕분인지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행정안전부는 제천시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했다. 연평균인구증감률, 인구밀도, 청년순이동률, 주간인구, 고령화 비율, 유소년 비율 등이 기준이다.

1999년 제천시 인구는 14만8155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2004년 13만8872명으로 감소해 2024년 7월에는 12만9385명으로 13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제천시의 고령화 비율은 26.6%로 우리나라 전체 고령화율인 19.5%보다 높다. 유소년 인구율은 9.2%로 전국 평균인 10.8 %보다 낮다. 

인구 소멸은 복합적 문제다. 하나의 뚜렷한 원인이 있는 게 아니라서다. 제천시는 첫째 아이가 태어나면 출산 장려금으로 200만원, 둘째 아이는 600만원, 셋째 이상은 3000만원을 지급한다. 대학생 인구정책 시민 아이디어 공모전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시도 중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요원하다.
 
이런 상황에서 독립서점 ‘안녕, 책’은 2020년 5월 제천에서 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남편의 직장 때문에 제천으로 내려왔다. 제천에 정착한 후 이 대표에게는 작은 불편함이 생겼다. 서점을 가려면 차를 타고 30분이 넘게 달려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앞마당 작은 공간에 서점을 만들기로 했다. 

이 대표가 꿈꾸는 서점은 ‘동네 슈퍼마켓’ 같은 책방이다. 실제로 책방은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편안한 분위기로 사람을 맞는다. 문턱이 낮은 서점을 꿈꿨던 그는 “아직 동네 슈퍼 같은 곳은 되지 못한 것 같지만 학생들이나 아이들이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면서 “체험학습을 오는 학생들이 있어서 책방 공간이 협소한 만큼 마당도 잘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점에는 아이들이 책을 읽고 놀 수 있는 다락방이 위치해 있다. 일종의 아지트다.

제천시민 10명 중 1명에도 못 미치는 ‘유소년’ 고객은 책방에 어떤 의미일까. ‘안녕, 책’은 작은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는 다양한 문화 활동이 이뤄진다.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거나 독서 모임을 하고 가끔이긴 하지만 작가를 초청해 북 콘서트도 연다. 

사실 서점이라면 대부분 할 만한 활동이지만 ‘안녕, 책’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활동도 있다. ‘취미 마켓’이다. 제천에 살고 있는 노인도, 아이도 모두 자신이 가진 재능이 있다면 ‘취미 마켓’에 와서 팔 수 있다. 노인들은 자신이 직접 만든 옷을 팔기도 하고 노래를 들려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그린 그림을 ‘취미 마켓’에서 판매한다. 마켓이란 일종의 플랫폼이다. 세대를 연결하는 공동체로서의 삶을 ‘안녕, 책’이라는 책방에서 경험할 수 있다.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제천은 서점이 아이를 키운다. 잃어버렸던 마을 공동체가 서점을 중심으로 되살아날 수도 있다는 거다. 재능을 판매한다는 이름으로 어른과 아이 모두 서로에게 돌봄을 받는다. 원래 마을은 돌봄 공동체였다. 서점을 중심으로 문화가 살아난다. 컬처노믹스(Culturenomics)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이민우 문학전문기자
문학플랫폼 뉴스페이퍼 대표
lmw@news-paper.co.kr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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