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Econopedia
주류 소비 줄이는 20 · 30세대
금주 아닌 의식적 절주가 핵심
에일맥주 꺾은 무알코올 맥주
주류 산업 흔드는 라이프스타일

전세계적으로 주류 소비를 줄이는 소버 큐리어스가 확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세계적으로 주류 소비를 줄이는 소버 큐리어스가 확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 ‘Sober(술에 취하지 않은)’와 ‘Curious(호기심 많은)’의 합성어다. ‘술 취하지 않는 것’에 호기심을 갖고, 의식적으로 술을 조절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소버 큐리어스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건 2018년 영국의 작가 루비 워링턴(Ruby Warrington)의 동명의 저서 「Sober Curious」에서다. 루비 워링턴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술을 마시게 만드는 잘못된 통념’을 꼬집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소버 큐리어스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소버 큐리어스의 핵심은 억지로 참는 ‘금주禁酒’가 아니다. 포브스는 지난해 1월 ‘Understanding The Sober Curious Movement(소버 큐리어스 운동 이해하기)’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소버 큐리어스는) 완전한 금주를 실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음주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건강을 위해 ‘내가 언제, 어떻게, 왜 술을 마시는지’ 되돌아보는 것이다.” 

이같은 소버 큐리어스에 동참하는 이들은 국내에도 숱하다. 특히 20ㆍ30대 청년층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최근 20ㆍ30대의 음주 습관은 기성세대와 큰 차이를 보인다. 설문조사 서비스 아이앤서베이(인크로스데이터랩)가 지난 3월 발표한 ‘20ㆍ30 음주 문화 트렌드’ 조사 결과를 보자. 전체의 81.5%는 “음주를 한다”고 답했지만, 빈도는 잦지 않았다. 월 0~1회 음주가 43.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월 2~3회(32.1%), 주 1~2회(17.7%), 주 3~4회(4.5%) 순이었다. 


달라진 20ㆍ30대의 음주 문화는 알코올 소비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20세 이상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2012년 9.7L(이하 연간 기준)에서 2022년 8.4L로 13.4% 감소했다. 

이런 소버 큐리어스 트렌드는 주류 산업의 흐름까지 바꿔놓고 있다. ‘무알코올 맥주’가 맥주 시장의 주류로 떠오른 건 단적인 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IWSR(IWSR Drinks Market Analysis)’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무알코올 맥주가 ‘에일맥주’를 꺾고 맥주 카테고리에서 판매량 2위(1위 라거맥주)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류 업계 관계자는 “술을 가볍게 즐기는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무알코올 맥주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일반 맥주와 유사한 맛과 풍미를 내는 제품들의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주류 업체는 거대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어려움이 크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건 ‘와인 강국’ 프랑스다. 1980년만 해도 프랑스에서 ‘매일 와인을 마시는 사람의 비중’은 51.0%(이하 프랑스 농수산업진흥공사)에 달했지만 2022년엔 11.0%에 그쳤다. 

고육책으로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포도밭을 갈아엎기로 결정했다. 포도 재배 농가가 포도나무를 뽑을 때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1억2000만 유로(약 2000억원ㆍ2024~2029년)를 책정했다. 보조금을 기준으로 면적을 계산하면 3만 헥타르(ha)에 달한다. 축구장 3만여개에 달하는 면적의 포도 재배지를 없앤 셈이다. 


또다른 와인 생산국 호주도 와인 수요가 감소하면서 과잉 생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소버 큐리어스는 주류 산업을 얼마나 더 바꿔놓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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