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의 이면 4편
2023년, 웰바이오텍 CB 의혹
세차례 CB 매각한 웰바이오텍
주가 상승기 헐값에 CB 판매해
삼부토건 주가조작 연장선인가
윤석열 정권과의 관련성 논란도

2022년 12월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가 끝난 지 4개월 후인 2023년 4월. 웰바이오텍은 30억원어치의 전환사채(CB)를 누군가에게 매각했다. 공교롭게도 이를 기점으로 삼부토건 세력은 윤석열 정부와 맞닿았고, 그 연결고리 중 한명이 김건희씨란 의혹이 일고 있다.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를 삼부토건 주가조작의 사실상 출발점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의 이면, 마지막 편이다.

김건희 특검이 웰바이오텍 주가조작 의혹과 김건희씨의 관련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건희 특검이 웰바이오텍 주가조작 의혹과 김건희씨의 관련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우리는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의 이면’ 1~3편에서 ‘파키아오 vs DK YOO 복싱 이벤트’에 숨은 이야기를 풀어봤다. 리테일업체 웰바이오텍은 이 이벤트에 30억원을 투자하면서 우크라이나 재건과 기부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는 삼부토건 세력이 관련 회사를 띄우기 위한 ‘재료’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로 주가를 띄우려던 삼부토건 세력의 시도는 성공했을까.

■ 7막: 사전 정지작업 = 이 질문을 두곤 의견이 엇갈린다. 2022년 9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3개월간 작업한 것치곤 주가가 애매하게 상승했다.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를 앞둔 2022년 12월 8일 1210원으로 떨어졌던 웰바이오텍의 주가는 경기 직후인 15일 1320원으로 9.0% 상승했다.

삼부토건의 주가도 2.4%(1415원→1450원) 올랐다. 같은 기간 디와이디의 주가는 78.0%(862원→1535원) 치솟았지만 세계적인 복서 파키아오를 내세우고, 관련 보도자료를 뿌려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성적표일 수 있다.

이 때문인지 한편에선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가 또다른 주가 부양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이벤트가 열린 지 100여일 후인 2023년 4월 삼부토건의 주가조작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와 맞닿는 시점도 이쯤이었는데, 그 중심엔 웰바이오텍 전환사채(CB) 논란이 놓여 있다.

[※참고: 윤석열 대통령(이하 당시 직함)과 삼부토건 사이엔 이미 줄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2002~ 2015년) 삼부토건으로부터 명절 선물을 받거나 회사 관계자들과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연결고리는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이었다. 2012년엔 삼부토건이 김건희 사진전을 후원하기도 했다.]

■ 8막: 웰바이오텍 CB 논란 = CB는 투자자가 원할 때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회사채를 말한다. 웰바이오텍은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가 끝난 지 4개월 만인 2023년 4월 30억원어치의 CB를 전환가액 1065원(281만6091주)에 매각했다. 그해 4월(3~14일) 웰바이오텍의 주가 평균이 1450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36% 저렴한 가격에 CB를 매각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그 이후 의문스러운 일들이 이어졌다. CB를 매각한 지 한달 만인 2023년 5월 14일 김건희씨의 최측근이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참여한 해병대 예비역들의 단톡방에서 ‘삼부토건’이 언급됐다.

내용을 한번 더 복기하면 다음과 같다. 이날 청와대 경호처 출신의 송호종씨가 해병대 예비역들의 단톡방에 글을 올렸다. “6월 2~3일 1사단 방문, 1시 사단장 방문, 2시 1일차 운동… 2일차 8~9시 운동(2~3팀 참모합동), 1~2시 점심 후 귀경 … 좋은 의견 부탁합니다.(인원, 방법, 시간 운용 등).” 그러자 이종호가 이렇게 답했다. “체크할게, 삼부 내일 체크하고.”

그로부터 이틀 후인 5월 16일엔 김건희씨가 올레나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영부인을 만났고, 다음날인 17일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우크라이나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에 관한 공여협정에 가서명했다.[※참고: EDCF는 우리 정부가 개도국 정부에 장기·저금리로 빌려주는 자금이다. 공여협정은 우리 정부가 상대 국가에 돈을 빌려주겠다는 내용을 담은 조약이다.]

윤석열 정부의 ‘우크라이나 이슈’는 계속 이어졌다. 5월 22일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이 행사엔 웰바이오텍도 참석했다.

웰바이오텍은 5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석해 국제 물류 지원과 전기차(EV) 충전 플랫폼 사업 추진에 나설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내 최대 물류업체 등과 미팅을 진행했고 현재 실질적인 재건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 웰바이오텍의 주가는 2023년 5월 초 1458원에서 22일 2190원으로 50.2% 상승했다. 4월 1065원에 매입한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5월 22일 2190원에 매각했다면 두배가 넘는 차익을 올릴 수 있었다.

웰바이오텍의 CB 매각은 6월에도 이뤄졌다. 6월 30일 10억원의 CB를 주당 1095원(91만3242주)에 매각했는데, 이를 기점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웰바이오텍의 주가는 다시 폭등하기 시작했다. 6월 30일 1897원이었던 주가는 7월 11일과 12일 상한가를 달성했고, 13일엔 3640원을 기록하며 92.4% 상승했다.

웰바이오텍이 CB를 마지막으로 매각한 건 7월 17일이었다. 20억원(전환가액 1056원·189만3939주), 100억원(전환가액 1095원·913만2420주), 30억원(전환가액 1537원·195만1854주) 등 이날 하루에만 150억원의 CB를 팔았다. 7월 15일(토요일)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였다.

호재에 올라탄 웰바이오텍의 주가는 9거래일 뒤인 7월 28일 4740원을 기록하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웰바이오텍이 매각한 CB 가격이 1056~1537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최고가(4740원) 기준 최소 208.3%에서 최대 348.8%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었다. ‘김건희 특검팀’이 8월 21일 웰바이오텍을 압수수색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누군가 ‘웰바이오텍이 헐값에 매각한 CB를 사들인 후 주식으로 전환해 400억원에 가까운 시세 차익을 올렸다면’ 바로 그가 삼부토건 주가조작과 윤석열 정부를 잇는 핵심 고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삼부토건 세력의 주가조작은 2023년 5월이 아닌 2022년 9월부터 시작했다. 삼부토건 세력은 ‘파키아오 이벤트 경기’를 매개로 ‘우크라이나 재건’ 이슈를 관련 기업과 결합했고, 이를 언론에 노출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띄울 준비를 했다.

그 이후 윤석열 정부나 김건희씨와 연이 있는 제3의 세력과 결탁해 삼부토건 관련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파키아오 이벤트 경기가 주가조작을 실행하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된 도구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특검팀이 기소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관련 재판은 8월 26일에 시작했다. 핵심 인물 중 한명인 이기훈은 현재 공개수배 상태다. 김건희 특검팀은 파키아오 복싱 이벤트에서 출발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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