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3편
충동구매 부르는 SNS 쇼핑
가격 그리 비싸지 않지만
하나둘씩 사다보면 끝 없어
‘가랑비 지출’ 줄이는 게 답

요즘 소비자는 백화점 대신 스마트폰에서 지갑을 연다. SNS에 올라오는 화려한 영상과 광고 문구가 구매욕을 자극한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 몇만원이면 인플루언서들과 같은 옷, 같은 제품을 가질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충동구매’가 쌓이면 지출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는 것이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 부부가 이런 케이스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씀씀이 상태를 살폈다.

SNS 쇼핑은 충동구매로 이어지기 쉽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SNS 쇼핑은 충동구매로 이어지기 쉽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대한민국에서 맞벌이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통계청에 따르면 ‘배우자 있음’을 뜻하는 유有배우 가구 중 48.2%가 맞벌이 가구로 집계됐다. 한국 부부 두쌍 중 한쌍은 맞벌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부부가 맞벌이라도 저축이 늘어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함께 살면서 발생하는 각종 생활비, 집을 장만하기 위해 빌린 대출금, 무럭무럭 자라는 자녀 양육비 등 ‘새로운 지출’도 덩달아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양호영(가명·45)씨와 강미나(가명·44)씨 부부도 이런 고민에 빠져 있다. 부부는 둘이 합쳐 월 900만원에 가까운 소득을 올리지만, 매월 100만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한다. 두 자녀(10·5)를 키우고 있다곤 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 결과다. 소비 습관이 굳어질 대로 굳어진 탓인지 부부의 노력만으론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필자와 함께 가계부를 조목조목 살펴보며 지출을 줄여나가는 중이다. 현재 부부의 가계부 상태는 이렇다. 월 소득은 880만원으로,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550만원, 벤처기업에 다니는 아내가 330만원을 번다.

지출은 정기지출 902만원,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88만원 등 990만원이다. 110만원 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저축은 없다. 자산으론 자가 아파트(시세 5억5000만원)가 있고, 주택담보대출(잔여금 3억3000만원), 신용카드 할부금(총 500만원)이 부채로 잡혀 있다.

부부는 지난 상담에서 지출 줄이기를 통해 정기지출을 902만원에서 743만원으로 159만원을 절약했다. 이에 따라 부부의 가계부는 110만원 적자에서 49만원 흑자로 돌아서는 데 성공했다. 

이번 상담을 통해 부부가 이루고 싶은 재무 목표는 크게 3가지다. 주담대를 하루빨리 갚는 것, 두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는 것, 노후를 탄탄히 준비하는 것이다. 이것들을 전부 달성하려면 월 49만원 여유자금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니 지출 줄이기를 계속해보자. 먼저 아내의 용돈(70만원)을 보자. 지난 상담에서 부부는 피규어 모으기, 야구장 가기 등 남편의 취미생활을 자제하는 방법으로 남편 용돈을 150만원에서 70만원으로 대폭 줄였다. 다만, 그 이상으로 줄이진 않았다. 남편이 자녀들과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덕분에 장난감 구매 비용이나 여가비 등을 절약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아내가 용돈(70만원)을 쓰는 방식은 남편과 좀 다르다. 아내는 용돈 대부분을 오롯이 자신을 위해 쓴다. SNS에서 본 제품에 혹해 결제하는 일이 다반사인데, 액세서리와 의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강씨는 “2만~3만원짜리 제품들이라 그렇게 비싼 편이 아니다”고 하소연했지만,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되는 법이다. 상의 끝에 아내는 SNS에서 쇼핑하는 횟수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아내의 용돈은 70만원에서 40만원으로 30만원 줄었다.

같은 이유로 비정기 지출에 있는 의류비·미용비(연 300만원)도 줄였다. 자녀 옷 구매 비용이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부부가 집에서 자녀 옷들을 살펴보니 입지 않는 옷이 꽤 있었다.

마찬가지로 아내가 SNS에서 ‘눈팅’을 하다가 충동적으로 아이들 옷을 산 탓이다. 따라서 부부는 의류비·미용비를 3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비정기지출도 월평균 88만원에서 80만원으로 8만원 줄었다.

다음으로는 보험료(72만원)를 살폈다. 현재 부부는 보장성 보험 외에도 ‘달러 종신보험’에 각각 가입했다. 이 보험은 기본적으로 일반 종신보험과 성격이 같다. 보험료를 일정 기간 납부하고,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보험금을 지급한다. 차이가 있다면 여기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가 달러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달러 종신보험의 장점은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납입한 보험료와 환급금의 가치가 오른다. 원화 외에 달러를 보유한다는 점에서 분산 투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단점은 환율이 떨어질 경우에 발생한다. 납입한 원화 가치가 줄어들어 만기 환급금이 원금보다 적어 보일 수 있다. 또 어디까지나 보험상품이므로 펀드처럼 고수익을 내는 상품도 아니다. 납입액의 상당 부분이 적립금으로 빠지므로 보장 수준도 애매하고, 만기 때 수익률도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이도 저도 아닌 상품’이란 얘기다.

달러로 납입하는 보험은 환율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신경 써야 할 게 많다는 얘기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달러로 납입하는 보험은 환율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신경 써야 할 게 많다는 얘기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이유로 부부는 달러 종신보험을 과감히 해지했다. 환급률이 70%로 높지 않았지만, 그래도 돈을 불리지 못하고 묵혀두는 것보단 낫다고 판단해 해지를 감행했다. 그 결과, 부부의 보험료는 72만원에서 45만원으로 27만원 줄었다.

보험을 해지하고 받은 환급금 710만원의 대부분은 부부의 신용카드 할부금(78만원·총 500만원)을 갚는 데 썼다. 부부의 신용카드 할부금도 78만원에서 0원이 됐다.

이렇게 부부의 지출 줄이기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아내 용돈 30만원(70만→40만원), 비정기지출(의류비·미용비) 8만원(88만→80만원), 보험료 27만원(72만→45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78만원(78만→0원) 등 143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부부가 활용할 수 있는 여유자금도 49만원에서 192만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이제 부부의 재무 목표만 잘 준비하면 된다. 언급했듯 부부는 저축은 물론이고 펀드 등 재테크를 전혀 하지 않았다. 나름 한다고 한 게 달러 종신보험이었는데, 납입하기만 하고 달러 환율을 꾸준히 모니터링하지 않았으니 재테크 경험이 사실상 ‘제로’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부부에겐 어떤 솔루션이 필요할까. 마지막 시간에 자세히 다루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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