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같이읽다

올해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대만에 역전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4일 기획재정부와 대만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7430달러(약 5217만7420원), 대만은 3만8066달러로 추정된다. 지난 8월 우리 정부가 내놓은 명목 GDP 성장률 전망치(3.2%)와 10일 대만 통계청이 발표한 1인당 GDP 전망치를 단순 비교한 추정치다.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한국의 1인당 GDP는 2003년 대만을 앞선 후 22년 만에 역전당한다. 2003년 이후 두 국가의 1인당 GDP는 한때(2018년) 1만 달러 가까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이후 격차가 급격히 줄더니 지난해엔 한국 3만5129달러, 대만 3만3437달러로 차이가 좁혀졌다.[※참고: 1인당 GDP는 국가 경제의 ‘국민 평균 부가가치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다만 이는 ‘평균값’이기 때문에 실제 개인의 소득과는 차이가 있다.]

격차를 좁힌 건 반도체 산업이다. 두 국가 모두 반도체 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성장세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대만은 정부의 전략적 지원과 반도체 호황이 맞물리면서 고속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정보통신 장비ㆍ전자제품 수출이 늘고, 민간소비의 회복으로 내수가 활성화한 것도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덕분에 올해 2분기 대만의 실질 GDP는 지난해 2분기보다 8.01% 증가했고, 2021년 2분기(8.28%)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대만 통계청은 8월 15일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0%에서 4.45%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내년 전망치는 2.81%로 제시했다.

반면 한국은 경기 부진과 미흡한 산업정책 탓에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더디다. 한국의 올해 2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보다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도 0.6% 증가했을 뿐이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소비심리가 개선되면서 내수가 일부 살아나고 있지만, 대미對美 관세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수출 불확실성이 커진 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투자는 위축되고 있고, 고용도 불안하다. 정부가 올해와 내년 실질 GDP 성장률을 각각 0.9%, 1.8%로 제시한 배경이다. 

이렇다 보니 1인당 GDP 역전뿐만 아니라 ‘4만 달러 시대’도 대만이 먼저 맞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만 통계청은 내년에 1인당 GDP가 4만1019달러로 사상 처음 4만 달러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한국은 내년 명목성장률 전망치(3.9%)를 대입한다고 해도 1인당 GDP가 3만8947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2027년에야 1인당 GDP가 4만526달러로 처음 4만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맞아떨어진다면 정부가 2018년 예상한 시기(2023년)보다 4년 이상 늦춰진 수준이다. 최근 원화가 약세인 상황을 반영하면 4만 달러 돌파 시기는 더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 4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1인당 GDP가 2029년에나 4만 달러 선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22년 만에 대만에 추월당할 위기에 대한민국호號는 과연 새로운 엔진을 찾을 수 있을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