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글로벌브리핑
프랑스 명품 그룹 케링
대표 브랜드 구찌 CEO 교체
변화 배경엔 실적 악화 자리해
프랑스 명품그룹 케링(Kering)이 대표 브랜드 구찌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케링은 17일(현지시간) 그룹의 부사장 중 한명인 프란체스카 벨레티니를 구찌 CEO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보다 앞선 9일 케링의 새로운 선장에 오른 루카 데 메오 CEO가 취임한 이후 단행한 첫번째 경영진 교체다. 전 르로 CEO였던 루카 데 메오는 지난 20년간 CEO와 회장직을 겸임해 온 창업자 프랑수아 앙리 피노의 뒤를 이어 케링의 수장에 올랐다.
루카 데 메오 CEO는 성명에서 “지금은 그룹의 전환기인 만큼, 단순하고 명확한 조직을 만들고 최고의 인재들과 함께 이끌어갈 계획”이라며 “그룹의 핵심 브랜드인 구찌는 그만큼의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구찌 CEO에 오른 프란체스카 벨레티니는 업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리더 중 한명으로, 브랜드를 제 자리로 되돌릴 리더십과 엄격함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구찌의 키를 잡은 프란체스카 벨레티니는 케링그룹 내 브랜드에서 승진해 2023년부터 부사장으로 활동해왔다. 생로랑, 발렌시아가, 보테가 베네타 등 여러 브랜드를 총괄해왔다. 벨레티니는 “구찌의 모든 팀과 함께 이 새로운 도전을 맞이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케링은 조직 슬림화 차원에서 기존 벨레티니 등이 맡고 있던 부사장직은 폐지했다.
이처럼 케링이 대대적인 변화에 나선 배경엔 매출 부진과 순이익 감소에 따른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케링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4억7400만 유로(약 760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8억7800만 유로(한화 약 1조4000억원) 대비 46.0%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도 16.0% 감소한 76억 유로(약 12조1000억원)에 그쳤다. 특히 간판 브랜드 구찌의 실적이 눈에 띄게 악화했다. 구찌는 상반기 30억 유로(약 4조8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무려 26.0% 감소했다.
다만, 이같은 부진은 케링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샤넬 등 주요 명품 브랜드의 실적도 전반적으로 흔들리고 있다.가장 큰 원인으론 팬데믹 이후 급등한 명품의 가격이 지목된다. 명품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공격적으로 인상하면서 소비자의 반감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소비자층의 변화도 변수다. 20~30대를 중심으로 한 MZ세대가 더 이상 명품 브랜드를 무조건적으로 선호하지 않으면서, 전통적인 수요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월 “팬데믹 이후 급등한 가격, 소비자 피로감, 세대별 소비 태도의 변화가 명품 산업의 성장세를 꺾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50% 이상 성장했던 명품 산업은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며 “브랜드들은 생존을 위해 방향성과 소비자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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