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보험의 기술 2편
보험료 책정 기준은 손해율
나이, 성별, 병력 등이 기준
병 없고 젊어야 보험료 저렴
‘적립’ 빼고 ‘보장’ 담아야 득
필자는 ‘당신이 보험사 사장이라면… 보험에 당하지 않는 기술(통권 656호)’을 통해 보험상품을 고를 때 가성비를 챙기라고 강조했다. 그럼 가성비 좋은 보험을 고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보험사가 보험료를 책정하는 기준을 잘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특히 월 보험료가 1원 혹은 10원 단위까지 나오지 않는 이는 적립보험료가 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왜일까.
우선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어떻게 책정하는지부터 살펴보자. 보험사는 보험상품을 출시할 때 손해율이라는 걸 책정한다. 손해율은 보험사 입장에서 ‘보험료 수입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뜻한다. 보험사가 수익을 내느냐 혹은 손해를 보느냐는 이 손해율에 따라 결정된다. 보험료 역시 손해율을 고려해 책정한다.
예를 들어보자. 30대 남녀가 각각 유방암 보험을 든다고 해보자.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은 건 누구일까. 30대 여자일 것이다. 이는 30대 남자보다 30대 여자일 경우의 손해율이 더 높다는 뜻이다.
그래서 같은 30대라 해도 남자보다 여자의 보험료를 더 높게 책정한다.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A씨와 직업군인인 B씨가 상해보험을 든다고 할 때 B씨의 보험료를 더 높게 책정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 전략① 보험료 기준 파악 = 손해율을 책정하는 기준은 보험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인 요소는 크게 4가지다. 성별, 나이, 직업, 기존의 병력病歷이다.
우선 성별은 담보가 무엇인지에 따라 금액이 천차만별이다. 몸의 구조적인 차이나 생활방식 차이에서 발생하는 질병도, 사고 발생률도 다르기 때문이다. 당연히 나이는 어릴수록 저렴하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비싸진다. 다칠 확률도, 병이 발병할 확률도 나이가 많아질수록 높아지는 건 상식이다.
직업도 큰 변수다. 보험사들은 직업마다 위험도의 등급을 나누는데, 같은 직업이라도 보험사별로 위험도 등급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는 각 보험사에 누적된 손해율이 달라서다. 병력은 보험에 가입하기 전에 어떤 질병 이력이 있었는지 살펴보는 거다. 사안에 따라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느냐가 판가름날 수 있고, 가입이 된다고 해도 보험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요즘 보험사들은 서로 경쟁하듯 “질병 확인 후 유有병력자도 가입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보험상품을 살펴볼 땐 다양한 보험사에 문의하는 게 좋다. 어떤 곳에선 받아주지 않던 병력을 또다른 곳에선 받아줄 수 있어서다.
■ 전략② 젊고 건강할 때 가입 = 이런 기준을 토대로 가장 저렴하게 보험상품에 가입하려 한다면 어떤 전략을 짜야 할까. 첫째는 ‘한살이라도 젊을 때 최대한 병원을 방문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입하는 거다. 성별과 직업은 내 의지로 바꾸기 힘들지만, 나이와 병력은 의지만 있다면 보험료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젊을 땐 좀 다른 생각을 한다는 점이다. “지금 나는 건강하고, 병원에도 가지 않기 때문에 보험은 필요 없어”라고 생각하는 젊은층이 많다. 그러다 건강에 이상이 생긴 후에야 보험상품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때는 보험료가 어느 정도 올라 있거나 보장 내용이 적을 가능성이 높다. ‘젊음’을 과시했다간 가성비 낮은 보험상품을 선택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전략③ 적립보험료 배제 = 둘째, 적립보험료의 유무를 고려해야 한다. 보험료에는 ‘보장보험료’와 ‘적립보험료’라는 게 있다. 사전적 의미를 보면 보장보험료는 ‘보험계약에 따른 보장을 받기 위해 보험계약자가 보험사에 납입하는 보험료’, 적립보험료는 ‘보험계약의 만기 시 또는 해약 시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돌려주기 위해 필요한 보험료’다.
좀 더 간략하게 풀어보면 대략 이렇다. 여기 헬스장 1년 이용권이 있다. 가격은 30만원. 그런데 헬스장 사장이 “50만원짜리 ‘플러스 이용권’을 사면 헬스를 도중에 그만두거나, 1년을 이용하고 나서 원래 이용료 3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아마도 ‘굳이 50만원짜리 이용권을 사야 하나’라고 생각할 거다. 만약 헬스장 사장이 “20만원 중 일부는 헬스장 운영비로 쓸 수도 있기 때문에 20만원을 다 돌려드린다고 100% 보장할 수는 없다”고 한다면 더더욱 50만원짜리 이용권은 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보험에서 적립보험료가 바로 이런 개념이다. 우리가 어떤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상품을 가입하려는 거라면 굳이 적립보험료를 넣으면서 보험사에 웃돈을 얹어줄 필요가 없다. 심지어 헬스장 사례처럼 보험사는 적립보험료를 사업비로 운영한다.
그럼 적립보험료가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그건 보험사들의 꼼수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우선 보험료 인상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예전에 보험사들은 종합보험에 실손의료보험을 묶고, 적립보험료를 포함해서 판매했다.
이때 실손의료보험은 손해율에 따라 갱신되면서 보험료가 올랐는데, 보험료 인상분이 적립보험료에서 자동으로 차감됐기 때문에 실손의료보험료가 오르고 있어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숱했다. 그러다 적립보험료가 모두 소진된 후에야 실손의료보험료가 올랐다는 걸 알게 돼 당황한 이들이 적지 않다.
적립보험료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보험사의 마케팅에 따라 탄생한 측면도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휴대전화 요금을 내면서 ‘나중에 통신사를 갈아탈 때가 되면 냈던 요금을 돌려받아야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달 동안 통화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해서 통신사에 낸 요금을 돌려달라고 하지도 않는다.
보험료도 비슷하다. 내가 이용을 안 했을 뿐, ‘내가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여지’를 돈을 주고 산 것이어서 이용을 많이 하지 않을 것 같으면 보험료를 줄이면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많은 이들이 보험을 해지하거나 변경할 때 돈을 돌려받지 못하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보험사는 이런 심리를 역으로 이용해 적립보험료를 만들고 담보의 원가보다 더 높은 보험료를 내도록 유도했을지 모른다. 특히 적립보험료는 보험설계사에게도 이익이다. 계약한 보험상품의 보험료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많은 수당을 챙겨갈 수 있어서다.
분명한 건 보험계약자 입장에서 적립보험료는 아무런 실익이 없다는 점이다. 차라리 그만큼의 돈을 은행에 넣어 조금이라도 이자를 불리는 게 좋다. 그럼 내 보험에 적립보험료가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본인이 가입한 보험사 고객센터에 문의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보험료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저축성 보험이 아닌 보장성 보험인데 월 보험료의 금액 단위가 깔끔하게 정액 단위로 떨어진다면 적립보험료가 있다고 의심해보는 게 좋다. 보통의 보장보험료는 1원 혹은 10원 단위까지 떨어지지 않는다.
‘보험의 기술’ 다음편에선 보험료가 오르는 보험과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 보험 중 어떤 게 소비자에게 유리한지 비교해보도록 하자.
민재완 보험컨설턴트
werter0923@naver.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