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혼가정 재무설계 2편
사교육비 앞에서 흔들린 가계
해법은 ‘생활 패턴 리셋’
배달음식 주문 횟수 줄이고
교육비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대한민국 부모에게 자녀 교육은 ‘의무’이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나영화씨도 그렇다. ‘예체능 꿈나무’인 두 아이의 꿈을 지켜주고 싶지만, 가계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가계부는 매달 적자고, 월세를 내기도 빠듯하다. 그에겐 돌파구가 있을까.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영화씨의 교육비를 점검했다.

자녀 나이에 걸맞은 교육비를 설정해야 재정 부담이 줄어든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자녀 나이에 걸맞은 교육비를 설정해야 재정 부담이 줄어든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대한민국 부모는 자녀 한명에게 얼마나 투자할까. 통계청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초·중·고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4000원에 달했다. 자녀가 둘이라면 매달 100만원 안팎의 돈이 학원비나 학습지 비용으로 빠져나간다는 얘기다. 저출산이 사회적 위기라고들 하지만, 사교육비가 보여주듯 자녀를 낳고 키우는 일 자체가 ‘경제적 모험’이 된 현실을 감안하면 마냥 부모들을 탓하기는 어려운 듯하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나영화(가명·50)씨도 자녀 문제로 고민이 많다.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두 자녀(15·13)를 키우는 그는 아이들의 꿈을 끝까지 지켜주고 싶어 한다. 첫째는 미술, 둘째는 발레에 관심이 많다. 방과 후 미술학원과 발레 교습소를 다니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지만, 두 아이 모두 힘든 기색 없이 최선을 다한다.

문제는 영화씨 혼자서는 두 아이의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 남편이 자녀 교육비 명목으로 매달 돈을 보내고 있지만, 가계부는 여전히 마이너스다. 이대로 가다간 아이들이 꿈을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 영화씨는 필자에게 상담을 신청하고 도움을 구했다.

1편에서 살펴본 영화씨의 가계부 상태는 이렇다. 월 소득은 490만원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영화씨가 350만원을 벌고, 전남편으로부터 자녀 양육비로 140만원을 받는다. 지출은 정기지출 457만원,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37만원, 금융성 상품 42만원 등 536만원이다.

한달에 46만원씩 적자가 나고 있는데, 지난 시간에 통신비를 7만원 줄여 적자 규모를 46만원에서 39만원으로 줄였다. 자산은 월세 아파트 보증금 3000만원과 주식 2000만원, 현금 2000만원 등 7000만원이다. 

영화씨의 재무 목표는 3가지다. 하루빨리 월세 아파트에서 벗어나 자가를 마련하고, 그와 동시에 자녀 교육비를 마련하길 원한다. 마지막은 노후 준비다. 문제는 이 목표를 지금의 소득과 지출 구조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예체능 중심의 사교육비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지금으로선 다른 방법이 없다. 가계부를 타이트하게 조정해 여유자금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게 최선이다. 필자는 먼저 식비(80만원)를 살펴봤다. 영화씨는 영업직이라 저녁을 회사에서 해결하는 날이 많다. 아이들은 학원에 가기 전 배달 음식이나 시리얼로 끼니를 때웠다. 

문제는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횟수가 주 3~4회로 많아지다 보니 식비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직접 식사를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에 영화씨가 아이들이 주문하는 걸 크게 막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이런 이유로 영화씨는 앞으로 아이들의 배달음식 주문 횟수를 주 1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따로 조리하지 않아도 되도록 동네 마트와 전통시장에서 파는 반찬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이런 방식으로 영화씨는 식비를 80만원에서 60만원으로 20만원 줄이기로 약속했다.

다음은 자녀 교육비(100만원)다. 이제 첫째가 중학교 2학년, 둘째가 초등학교 6학년이지만 영화씨는 꽤 많은 돈을 자녀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의 꿈을 응원하고 싶겠지만, 현재 영화씨의 소득 수준을 고려하면 과한 지출이다.

필자는 “고등학교 진학 후 입시 준비가 본격화하면 그때 다시 늘리는 게 어떠냐”고 조언했다. “입시 준비 때 돈이 부족하지 않도록 솔루션을 짤 때 많이 신경 쓰겠다”고도 약속했다. 영화씨는 망설이는 눈치였지만, 필자의 의견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는지 결국 수긍했다. 그 결과, 교육비는 100만원에서 80만원으로 20만원 줄었다.

마지막으로 비정기지출을 손봤다. 영화씨는 명절비·경조사비를 연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였다. 명절마다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친정집을 방문했는데, 앞으로는 조금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비정기지출은 37만원에서 28만원으로 9만원 줄었다.

이렇게 1차 지출 줄이기가 끝났다. 영화씨는 식비 20만원(100만→80만원), 자녀 교육비 20만원(100만→80만원), 비정기지출 9만원 등 49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39만원 적자는 10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자녀 교육비를 처음부터 높게 설정하면 나중에 되돌리기 어렵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자녀 교육비를 처음부터 높게 설정하면 나중에 되돌리기 어렵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아직 ‘큰 산’이 남았다. 월세 110만원을 절감하지 않는 한 영화씨의 가계부를 완전히 정상화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보험료(43만원) 등 일부 항목을 조정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작 영화씨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두 자녀가 다니는 학교와 학원이 모두 현 거주지 주변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갑자기 이사하면 아이들 교육이나 정서에 안 좋을까 걱정이에요. 학원비를 줄인 것도 미안한데, 애들에게 ‘이사하자’는 말까지 꺼내려니 선뜻 입이 안 떨어져요.” 과연 영화씨는 미래를 위한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3편에서 계속 이어 나가 보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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