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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도 낮고 실업률도 낮고 
경기와 실업률 간 괴리의 방증
구직 포기한 20대 증가한 탓
구인ㆍ구직 매칭 효율성도 개선
낮은 실업률 긍정적 신호 아냐

성장률이 낮은데도 실업률이 낮은 건 20대 ‘쉬었음’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성장률이 낮은데도 실업률이 낮은 건 20대 ‘쉬었음’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 이전 3%대 중후반을 유지하던 실업률이 2022년부터 빠르게 하락해 2%대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제성장률(실질 GDP) 평균치는 2.0%에 그쳤다. 올해 1~3분기 성장률 평균치는 고작 0.6%다. 경기 둔화는 뚜렷한데, 실업률은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유가 뭘까.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난 6일 발표한 ‘최근 낮은 실업률의 원인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대의 구직 포기가 늘면서 통계상으로 실업자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고, 동시에 디지털 구인ㆍ구직 플랫폼의 확산에 따라 매칭 효율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낮은 실업률을 긍정적으로만 해석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번 분석에서 김 연구위원은 특별한 이유 없이 경제활동이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에 주목했다. 20대 ‘쉬었음’은 주로 ‘학업과 취업 준비’ 때문에 다른 연령에 비해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 

실제로 2005년 이후 20년간 20대 생산가능인구가 17%가량 줄었는데도 20대 ‘쉬었음’ 인구는 25만명에서 41만명으로 64.0% 늘었다. 같은 기간 20대 ‘쉬었음’ 인구의 비중은 3.6%에서 올해 7.2%로 두배 이상 커졌다. 구직 의향이 있음에도 노동시장 참여 의욕이 꺾인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김 연구위원은 이를 경기 둔화로 양질의 정규직 취업이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20대 ‘쉬었음’ 비중이 10년 전 수준(4.4%)에 머물렀거나 완만히 늘었다면 올해 실업률이 지금보다 0.4~0.7%포인트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쉬었음’ 인구로 유입된 20대의 구직 포기 증가가 실업률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거다.

김 연구위원은 매칭 효율성 개선도 주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구인ㆍ구직 연결의 효율성을 의미하는 매칭 효율성은 약 11% 증가했다. 디지털 채용 플랫폼 확산과 인공지능(AI) 기반 구직 추천 시스템 등 기술 발전이 주된 요인인데, 공공ㆍ민간 직업알선 경로를 통한 구직 비중은 2015년 32.0%에서 2025년 71.0%로 급증했다. 매칭 효율성이 개선되지 않았거나 절반 수준에 그쳤다면 2025년 실업률은 실제보다 0.2~0.4%포인트 높았을 것으로 김 연구위원은 봤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보고서는 매칭 효율성이 높은 산업(건설업ㆍ사업시설관리 등)으로 구직이 집중된 것도 효율성 개선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2020년 이후에는 산업 간 구인ㆍ구직 불균형이 줄면서 매칭 효율성은 더 좋아졌다.

김 연구위원은 “‘쉬었음’ 인구의 증가와 구인ㆍ구직 매칭 효율성 개선이라는 두가지 요인을 합치면 최근 10년간 실업률 하락폭의 약 68%를 설명할 수 있다”면서 “두 요인의 변화가 없었다면 실업률은 현재보다 0.6%포인트 이상 올라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낮은 실업률이 반드시 고용 여건의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매칭 기술의 발전과 인구구조의 변화로 구인ㆍ구직 간 연결의 효율성이 크게 개선된 측면이 있지만, 실업률 하락의 상당 부분은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에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여력을 확보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는 동시에, 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인적 자원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교육체계를 점진적으로 전환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청년층의 ‘쉬었음’ 증가 원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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