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주민참여예산 2012년 본격화
매년 우수사례 발굴해 발표
하지만 아직 제도 안착 못 해
10곳 중 7곳 제도개선 필요
실질적인 인센티브 제공하고
효과성 위주 성과평가 손봐야

주민이 지역의 예산 편성ㆍ집행ㆍ결산 과정에 직접 참여해 사업을 제안하고, 결정할 수 있는 ‘주민참여예산 제도’. 주민자치를 상징하는 제도인 만큼 기대를 받았지만, 도입 13년이 지나도록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정부가 올해 주민참여예산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한 지자체의 사례를 발굴해 공개했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개선해야 할까.

주민참여예산 제도가 도입된 지 13년째지만, 아직 제자리를 못 잡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주민참여예산 제도가 도입된 지 13년째지만, 아직 제자리를 못 잡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15일 ‘지방재정365’ 홈페이지 통합자료실에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2024년 주민참여예산 제도 우수사례집’이 게재됐다. 여기에 실린 우수사례는 모두 43개. ▲5개 광역시ㆍ도(대구ㆍ부산ㆍ제주도ㆍ서울ㆍ경남), ▲11개 시(경기 광명ㆍ의정부ㆍ수원, 강원 춘천, 충남 공주, 경남 창원ㆍ진주ㆍ통영ㆍ사천ㆍ김해ㆍ양산), ▲14개 군(경남 거창, 경기 가평ㆍ양평, 울산 울주, 대구 달성, 강원 홍천, 충남 청양, 경남 함안ㆍ창녕ㆍ고성ㆍ남해ㆍ하동ㆍ산청ㆍ함양), ▲13개 자치구(대전 유성, 서울 은평ㆍ동대문, 광주 광산, 인천 부평ㆍ중구, 부산 연제ㆍ영도ㆍ부산진ㆍ수영, 대구 서구ㆍ남구ㆍ달서)의 사례가 실렸다. 

몇몇 대표 사례를 살펴보자. 대구 달서구는 지역 대학교와 연계해 청년들이 교육사업의 제안과 투표, 환류 등 전 과정을 체험하도록 해서 청년의 참여를 유도하고 접근성을 높였다. 대전 유성구는 청소년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청소년 축제’를 추진, 청소년의 주도적인 참여를 끌어냈다. 

서울 은평구는 ‘은평형 약자와의 동행 주민제안장’을 운영해 사회적 약자 관련 사업 발굴을 독려하고, 맞춤형 컨설팅을 실시했다. 강원 춘천시는 시민이 직접 출연하는 연극 공연을 통해 주민참여예산 제도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했다. 경남 창원시는 주민참여예산 시행사업의 온ㆍ오프라인 사진전을 개최해 사업성과를 공유, 주민체감형 홍보를 선보였다. 

우수사례들이 보여주는 시사점은 크게 세가지다. 무엇보다 주민참여예산 제도에 다양한 계층(청년, 청소년, 사회적 약자, 외국인 주민 등)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홍보 방식도 다양화했다.

우수사례 지자체들은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새롭고 차별화한 홍보 방식을 활용했다. 제도운영 체계화와 실효성 강화도 눈에 띈다. 우수사례 지자체들은 제안의 발굴부터 실행, 평가에 이르기까지 내실 있게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힘썼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런 우수사례를 정부가 나서 발굴ㆍ공표하는 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주민참여예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서다. 사실 주민참여예산 제도는 시행한 지 13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행안부가 2024년 실시한 조사에서 ‘제도운영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을 받은 지자체가 243개 중 185개(76.1%)에 달했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올해 우수사례집엔 우수사례 외에 제도운영 개선사례도 포함됐다. 

문제는 우수사례와 개선사례를 소개하는 것만으로 주민참여예산 제도의 실효성을 얼마만큼 끌어올릴 수 있느냐다. 따져볼 점이 숱하다. 주무부처인 행안부가 주민참여예산 제도의 안착을 방해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정책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살펴봐야 한다. 사례를 보자. 

행안부는 ‘2025년 주민참여예산 제도 추진계획’에서 ‘예산 전 과정의 주민참여 확대’를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2025년 주민참여예산 제도 성과평가 계획(안)’에서는 주민 숙의 예산이나 교육(횟수ㆍ시간) 예산을 줄이도록 방향을 제시했다. 

행안부가 매년 성과평가를 진행하면서 성과평가 내용과 방식을 바꾼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의미 있는 정량지표가 갑자기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성과평가의 연속성도 끊겼다.[※참고: 성과평가는 정량평가와 정성평가 두가지로 나뉜다. 정량평가의 항목은 책임성(항목 6개), 투명성(6개), 민주성(7개), 전문성(5개), 적극성(2개) 다섯가지다. 각 항목은 주민참여 분야와 참여지원 분야로 구분해서 점수를 매겨 평가한다(적극성은 참여지원 분야만 평가). 정성평가의 항목은 발전가능성과 우수시책ㆍ사례 발굴 두가지다. 각 항목은 5개 등급(매우 우수ㆍ우수ㆍ보통ㆍ미흡ㆍ매우 미흡)으로 구분해 점수를 부여한다.] 

그렇다면 지자체의 우수사례가 주민참여예산 제도의 의미 있는 확산에 도움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우수사례집 발간만으론 동기부여에 한계가 있는 만큼, 예산 투입을 뒷받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도 성과평가를 통해 종합상(10개)이나 특별상(4개)을 받는 지자체엔 특별교부세를 준다. 하지만 총액이 3억8000만원(2024년 기준)에 불과하다. 

단순히 제안사업 공모 규모를 키우자는 게 아니다. ‘개선이 필요한 지자체’는 주민 교육이나 숙의 과정을 형식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해보자는 거다. 그래야 지자체에도 실질적인 개선 의지를 가질 수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둘째, 성과평가를 손봐야 한다. 효과성이 낮은 지표는 조정할 필요가 있다. 우수 지자체와의 단순 비교평가에서 벗어나 개선 노력과 변화의 정도를 따져 평가하는 건 좋은 방법이다. 셋째,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도 주민참여예산 운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참여가 많아질수록 지자체가 제도운영 개선 의지를 가질 거라는 건 당연하다. 주민이나 시민사회단체가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면서 참여한다면 더더욱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민참여예산 제도가 13년이 지나도록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생각할 게 많다는 얘기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주민참여예산 제도는 주민자치를 구현하는 이상적인 제도다. 그만큼 제도운영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수사례를 알리는 것으론 부족하다. 제도운영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승우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
anticp@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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