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글로벌브리핑
美, 가맹점·카드사 반독점 합의
수수료 비싼 카드 거부 가능
2005년 소송 제기한 가맹점
20년 만에 합의점 찾았지만…
대형가맹점 반대에 결과 불투명
미국 소매업체들이 결제 수수료가 높은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신용카드를 거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20년간 이어져 온 미국 신용카드 가맹점과의 반독점 소송에서 이와 같이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이번 합의는 ‘비자의 신용카드를 하나라도 받는 가맹점은 모든 비자카드를 받아야 한다’는 신용카드 업계의 규칙을 깼다”며 “처음으로 금기를 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미국의 신용카드사와 주요 은행은 카드 가맹점에 ‘모든 카드를 수락하라(honor all cards)’란 규칙을 강제해 왔다. 일반 신용카드를 받으면 결제 수수료가 훨씬 높은 프리미엄 카드나 리워드(보상) 카드도 받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를 통해 가맹점들이 결제 수수료가 높은 특정 카드의 결제를 거부하는 것을 막았다.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결제 수수료는 미국에서 통상 구매 금액의 2.0∼2.5%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수수료를 정해 가맹점으로부터 받은 뒤 카드를 발급한 은행에 이를 지급한다. 은행들은 이 수수료 수익으로 결제액의 일부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나 캐시백과 같은 보상을 소비자에게 되돌려주는 리워드 카드의 발급을 늘려왔다.
하지만 가맹점이 부담하는 수수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모든 카드를 수락하라’란 규칙이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닐슨 리포트에 따르면 이 수수료는 지난해 830억 달러(약 120조원)를 기록했다. 5년 사이 71%나 증가했다. 가맹점들이 신용카드사 행태가 반경쟁적이라며 2005년 소송을 제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자·마스터카드와 가맹점의 합의를 두고 “가맹점이 금융사를 상대로 승리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숱하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 가맹점이 리워드 혜택이 많은 항공사·호텔 제휴 카드 등 연회비가 수십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카드의 결제를 거부할 수 있어서다. 이는 소비자의 불만을 자극하고, 가맹점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높은 카드를 거부했다가 고객을 놓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형가맹점이 합의안을 수용할지도 알 수 없다. 사실 카드사와 가맹점은 지난해에도 비슷한 내용의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일부 대형가맹점 측 변호인이 반대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WSJ는 “이번 합의안에도 일부 대형가맹점과 상인단체 등이 반대하고 있다”며 “20년간 이어진 법적 다툼이 종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합의안이 효력을 얻으려면 뉴욕연방법원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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