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북리뷰
「소년과 남자들에 대하여」
소년과 남자가 맞은 위기 파악
수업 뒤처지는 남학생 문제 조명
전통적인 아버지 역할관 지적해
긍정적 남성성 이끌어낼 방안 제시

저자는 현재 소년과 남자들이 맞닥뜨린 위기를 진단하고 현실적인 해결안을 제시한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저자는 현재 소년과 남자들이 맞닥뜨린 위기를 진단하고 현실적인 해결안을 제시한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나는 간단하면서도 급진적인 개혁을 제안한다. 남자아이들을 여자아이들보다 1년 늦게 입학시키면 될 것 아닌가?” 계층 문제와 불평등 문제를 연구하는 경제학자인 리처드 리브스가 내놓은 주장이다.

「소년과 남자들에 대하여」에서 그는 남성 문제를 담론하며 화제와 논쟁을 일으킬 만한 주제들을 다룬다. 미국의 계급 역학을 파헤쳐 온 저자는 이 책에서 “소년과 남자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며, 긍정적 남성성을 선사할 실질적 정책들을 제시한다.

책의 부제는 ‘오늘날 남성은 왜 뒤처지는가’다. 저자는 “소년과 남자들이 학교에서, 일터에서, 가정에서 버둥대고 있다”며, 경제적·사회적·교육적 측면에서 남성의 쇠퇴를 하나씩 진단한다. 

먼저 저자는 현대 교육 시스템이 남학생들의 잠재력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한다며 이렇게 설명한다.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남자아이들의 뇌가(특히 중등교육 기간에) 더 느리게 발달하기 때문인데, 소뇌는 여자아이들의 경우 11세에 완전한 크기가 되지만, 남자아이들은 15세가 돼야 그런 크기에 도달한다.” 

이러한 이유로 뒤처지고 있는 남학생들을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대표적 해결책은 ‘레드셔팅(redshirting)’이라 부르는 ‘학교에 1년 늦게 보내기’다. 저자는 “1년을 기다린 남자아이들은 초등학교 내내 과잉 행동과 부주의가 극적으로 감소했고 삶의 만족도도 높아졌으며, 한 학년 유급될 확률도 낮아졌고 시험 점수도 높아졌다”며 레드셔팅의 효과를 소개한다. 

낡아 빠진 아버지 역할에 관해도 이야기한다. 저자는 “아버지의 역할은 생계유지에 머물렀을 뿐 돌봄으로까지 확대되지 않았다”며, 이젠 어머니를 거치는 간접적 관계 대신 자녀와 직접 관계를 맺어 부성애를 재창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동등한 자녀 양육권을 아버지에게 주자고 제안한다.

총 5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남성들이 느끼는 불안의 증거를 제시하고, 학교와 대학, 노동시장, 가정생활에서 소년과 남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성차별로 고통받는 흑인 소년과 흑인 남자들, 경제 사다리 맨 아래에 있는 소년과 남자들이 맞닥뜨린 이중의 불이익을 조명한다. 

3부는 본성과 양육이 ‘모두’ 중요함을 주장하며 성별 차이 문제를 다룬다. 4부에서는 정치의 교착 상태를 설명하고, 정치인들이 이 난제를 어떻게 악화시키는지 지적한다. 5부에서는 남성 친화적 교육 시스템, 건강·교육·행정·문해력 같은 분야로 남자들이 진출하도록 돕는 방법, 독립된 사회 체제로서의 부성 강화 등 구체적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 책은 소년과 남자들이 존재론적 안정감을 잃고 무기력해진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정부와 시민사회가 남성을 개조의 대상으로 볼 게 아니라 구조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며, 남성들 또한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많은 이들이 “작금의 정치적 분위기에 소년과 남자들의 문제를 들추는 건 위험한 일로 여겨질 것이다” “소녀와 여자들이 아직도 맞닥뜨리는 난제들로부터 관심을 흩뜨리는 짓이다”며 만류했음을 언급한다. 예민한 주제인 만큼 읽는 이들의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듯하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