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원의 사람 |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지역과 상생ㆍ공존 없었던 ‘위드 포스코’
새 정부 들어서면 바뀌던 회장, 이번엔 다를까

최정우(65) 포스코그룹 회장이 ‘포스코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리더십에는 큰 상처를 입었다. 신설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의 본사를 서울에 두기로 한 게 화근이었다. 본사를 다시 포항으로 옮기겠다며 악화한 여론을 수습하고 나섰지만 상처가 쉬 아물 것 같진 않다.

포스코 최정우호號는 지주회사 전환 과정서 홍역을 앓았다.[사진=뉴시스]
포스코 최정우호號는 지주회사 전환 과정서 홍역을 앓았다.[사진=뉴시스]

포스코그룹 9대 선장인 최정우 회장이 최근 큰일을 치러냈다. 창립 54년을 맞은 글로벌 철강그룹 포스코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한 것이다. ‘주 종목 철강만 가지고는 안 되겠다’며 포스코호號 방향타를 ‘철강을 넘어선 친환경 미래소재 기업’ 쪽으로 돌렸다. 

최 회장은 포스코그룹 역사에 2022년 3월 2일을 뚜렷이 각인시켰다. 이날 그는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그룹 임직원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을 가졌다. 

그는 “오늘은 포스코 역사에서 제2의 창업이 시작되는 날”이며 “100년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는 포스코그룹으로 다시 태어나는 첫 출발”이라는 비장한 말도 했다. 8명의 쟁쟁한 선배 회장들을 제치고 ‘제2의 창업’을 선언했으니 비장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2018년 7월 27일 포스코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3년 8개월째 재직 중인 그는 취임 당시 ‘위드 포스코(With Posco)’라는 경영이념을 내세웠다. 취업난 등 경제가 무척 어려워진 현실을 감안해 포스코가 사회와 더불어 발전하겠다는 소위 ‘기업시민’을 자임하고 나섰던 거다.

지역 사회와 상생, 공존하는 ‘커뮤니티 위드 포스코’ 역할도 잘 해내겠다는 뜻으로 일반인들은 이해했다. 최 회장은 포스코의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이 점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계추를 돌려 상황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포스코그룹은 2021년 12월 1일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뒤 이사회 의결(12월 10일), 임시주주총회(2022년 1월 28일)를 거쳐 지주사 전환 절차를 밟았다.

이 과정에서 별다른 내용이 알려지지 않아 포항시 측에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포스코그룹의 새로운 최상위 모기업 포스코홀딩스 본사를 서울에 둔다는 사실이 전해진 뒤 상황이 달라졌다. 포항지역 투자 축소, 인력 유출, 세수稅收 감소 등의 이유를 들면서 포항 지역민과 포항시, 경북도, 지역 정치권 등이 극렬하게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포스코홀딩스를 당연히 포항에 둬야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급기야 당시 여야 대선 후보(이재명ㆍ윤석열ㆍ심상정ㆍ안철수) 모두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본사를 포항에 두는 게 합당하다며 거들고 나서 대선 이슈로까지 번졌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 ‘깜깜이 논란’ 

사실 54년 포스코 역사에서 ‘포항(Pohang)’이란 지역명이 갖는 의미는 지대하다. 무엇보다 포스코와 포항은 태생적으로 함께한 관계다. 포항이란 지역명이 들어간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란 이름을 창립(1968년) 이래 35년간 사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홀딩스를 서울에 두기로 했으니 포항 지역민들의 박탈감이 엄청 컸을 것이다.[※참고: 포스코는 회사명을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로 시작했다. 1970년대 해외에서 약칭 포스코(POSCO)로 불리기 시작하자 2002년 3월 아예 회사명을 ‘포스코’로 바꿔 오늘에 이르렀다.]

포스코가 성장하는 동안 지역민은 환경 오염 등을 감내했다. 사진은 1973년 고故 박태준 회장이 고로에 불을 붙이는 모습.[사진=뉴시스]
포스코가 성장하는 동안 지역민은 환경 오염 등을 감내했다. 사진은 1973년 고故 박태준 회장이 고로에 불을 붙이는 모습.[사진=뉴시스]

포항 지역민의 반발은 지난 2월 내내 이어졌다. 이들은 지난 50여년간 환경오염과 갖은 고통을 감내하며 포항제철 설립과 발전에 협력했는데, 이제 와서 본사를 서울로 옮겨가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고故 박태준 회장 등 역대 회장들이 중요한 의사 결정 전에 반드시 포항지역과 상의하고 협력을 구한 것과 달리, 최 회장은 불통과 독선으로 일관한다며 비판했다.

‘최정우 퇴출론’까지 들고 나왔다. 포스코그룹 측은 “주력 철강 자회사인 포스코 본사는 포항에 그대로 있을뿐더러 인력 유출이나 세수차질도 없을 것”이라며 여론전을 폈지만 반발을 무마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던 지난 2월 27일 포스코그룹이 포스코홀딩스 본사를 내년 3월까지 포항으로 다시 옮기기로 결정해 사태는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미 정관에 서울 본사를 규정해 뒀기 때문에 포스코홀딩스 측이 이사회와 주주들을 설득해 본사를 포항으로 옮기겠다는 결정을 내려야 포항 이전이 가능해진다.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최 회장이 이 일을 잘 해낼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참고: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지주사 출범 후 첫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 회사는 이날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포함해 4건의 상정 안건들을 모두 의결했다. 하지만 지주사 본사의 포항 이전 추진과 관련한 논의는 진행하지 않았다.]

사실 최 회장은 선배 회장들과는 좀 다른 색깔을 띠고 회장에 취임했다. 비非제철소장, 비非엔지니어, 비非서울대 등 포스코 내 비주류여서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부산대 경제학과 출신인 그는 철강 제조ㆍ판매 전문이라기보다 재무ㆍ감사ㆍ기획통으로 통했다.

포스코뿐만 아니라 포스코건설, 포스코대우, 포스코컴텍 등 계열사를 두루 돌아다니며 경험을 쌓았다. 전공을 살려 이번에 지주회사 도입을 통한 뉴(New) 포스코 구축에 도전하고 나섰다. 쟁쟁한 선배 회장들과 차별화되는 업적 쌓기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포스코그룹은 민영화됐다지만 여전히 국민 기업으로 통한다. 대주주가 국민연금공단(9.75%)이다. 따라서 정치권과 정부, 국민 여론과 동떨어져 회장직을 수행하기가 무척 힘든 게 현실이다. 전임 회장들이 임기 3년을 채우고 연임에 성공해 5년 전후 재직하다 대개 새 정부가 들어서면 중도하차한 건 그런 배경 때문이다. 

최정우號 이사ㆍ주주 설득해내야

3년 8개월을 재직한 최 회장은 이제 임기 후반기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지주사 체제라 이전과는 좀 다를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이번 사태가 그의 향후 입지에 주요 변수로 등장한 건 사실이다. 대선을 통해 정부가 바뀐 데다 포항 지역민들의 반발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재무ㆍ감사ㆍ기획통으로 큰일을 해냈지만 지역민, 정치권, 여론과 소통하는 소위 정무감각 부족이 이번 사태를 불러온 것 같다. 그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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