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보고서➊ 코로나19 팬데믹 자영업자 리포트

누군가는 자영업자를 향해 이렇게 묻는다. “당신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 보상금을 받지 않았습니까?” 사실 이 질문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자영업자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보상금을 받은 건 아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변이 또는 신종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이 문제는 또다시 화두로 떠오를 공산이 크고, 그렇다면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될 거다. 더스쿠프가 ‘자영업자 143주 통한의 보고서’를 작성한 이유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지만 자영업자의 시름은 여전히 깊다.[사진=뉴시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지만 자영업자의 시름은 여전히 깊다.[사진=뉴시스]

2년여 넘게 세상을 옥죄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렸다. 때 이른 추위 속에서도 몇몇 상권엔 봄기운이 일렁인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일손을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가게 문을 일찍 닫았다’며 복에 겨운 투정을 하는 곳도 있다.

몹쓸 바이러스가 세상을 덮쳤던 코로나19 때와는 분위기가 분명 달라졌다.[※참고: 물론 시장에 활력이 넘치는 건 아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ㆍFed), 한국은행 등 세계 중앙은행이 코로나19 국면에서 너무 많이 풀린 돈을 끌어들이는 지금,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일상이 멈췄던 코로나19 국면과 비교하긴 힘들다.] 

이 때문에 한때 벼랑에 몰렸던 자영업자를 향한 우려도 줄어들었다. 경제 곳곳에 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들의 호소에만 귀를 기울일 수 없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자영업자가 지원금을 어느 정도 챙겼다는 점도 한몫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월 ‘긴급 고용 안정 지원금’ 명목으로 자영업자 한명당 150만원 지급한 걸 시작으로 ▲새희망자금(10 0만~200만원) ▲버팀목자금(100만~300만원) ▲버팀목자금플러스(100만~500만원) ▲희망회복자금(100만원~2000만원) ▲방역지원금(300만원) 등 현금 지원책을 쏟아냈다. 

현 정부도 정책을 이어갔다. 윤석열 정부는 자영업자 370만명에게 1인당 최소 600만원의 ‘손실보전금’을 지급했다. 이 제시한 조건을 모두 충족한 자영업자라면 적어도 1300만원의 현금을 받았을 정도의 지원 규모다.

다만, 이 지점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자영업자는 정말 합리적이고 적절한 보상을 받은 걸까?” 이 질문에 동의하는 쪽은 “일반 국민(4인가구 기준)은 두 차례 전국민 지원금을 통해 최대 200만원을 받는 데 그쳤다”는 걸 근거로 내세운다.

자영업자는 일반 국민의 수배가 넘는 지원금을 받았다는 거다. “팬데믹 국면에서 자영업자만 피해를 봤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자화상自畵像은 ‘숫자’로만 따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영업자가 입은 피해는 ‘정부’와 연관돼 있다. 코로나19 유행 정도에 따라 정부가 가게(점포)의 운영을 강제로 멈춰 세우거나 영업시간ㆍ입장 인원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를 뒤흔든 ‘팬데믹’이 언제 어디서 몰려올지 예측할 수 없는 데다, 코로나19가 아직 끝난 것도 아니다. 수많은 변이 바이러스는 언제든 세상을 공격할 채비를 하고 있다. 

실제로 꾸준히 줄어들던 코로나19 확진자는 최근 다시 늘고 있다. 10월 25일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4만명을 돌파했다. 감염재생산지수(Rt)는 9주 만에 1을 넘어섰다. 10월 21일 기준 1.09를 기록했다. Rt는 확진자 1명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감염시키는지를 의미하는 지표다. 1 이하면 유행 억제, 1 이상이면 유행 확산이다.

조만간 7차 대유행이 시작될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조만간 7차 대유행이 시작될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이 때문인지 ‘연말쯤 7차 유행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던 방역당국의 예상을 깨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11월 대유행설이 대표적이다. KMI 한국의학연구소 연구위원회는 “7차 대유행이 올해 12월부터 2월 사이가 아니라 11월에 시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무섭게 세를 불리고 있는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 ‘BQ.1’와 ‘BQ.1.1’이 이를 주도할 거라는 게 근거다.

  
이는 정부와 방역당국은 언제든 자영업자를 자신들이 설정한 ‘통제선’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윤석열 정부는 ‘비과학에 근거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심각한 유행 상황에서도 국민들의 자율 방역에만 기대는 건 쉽지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통제 조치가 다시 부활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거다. 

그러면 자영업자의 손실 보상 문제는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자영업자 중에서 ‘정당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드물어서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자영업자의 손실을 보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인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손실보상법)’의 허점 때문이다. 

이 법은 코로나19가 확산한 지 1년 반이 흐른 2021년 7월에야 개정됐다. 골자는 연매출이 일정액 이하인 자영업자가 2019년에 비해 매출이 줄었을 경우, 분기당 100만원에서 1억원 한도로 보상하는 거였다. 

단, 법이 공표된 2021년 7월 이후의 손실만 보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들은 피해가 극심했던 2020년 2월~2021년 6월의 매출 손실은 보상받을 수 없었다. 

김남주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헌법은 공공의 필요에 의해 재산권을 제한당하는 특별한 희생을 정부가 요구했을 때, 정당한 보상을 하라고 명시했다. 이때의 정당한 보상은 ‘완전한 보상’을 의미한다. 헌법상 소급적용하는 게 맞는데도 정부와 국회는 행정 문제와 나라 곳간을 근거로 들면서 외면했다.”

팬데믹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자영업자가 보상받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 정부는 집합금지와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적용받지 않은 업종의 자영업자는 보상에서 제외했다. 

문제는 팬데믹의 피해는 자로 잰 듯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고 광범위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여행업은 많은 나라가 빗장을 걸어 잠그고 출입국 뒤 격리조치를 시행한 부메랑을 정면으로 맞았다. 하지만 행정 조치를 받은 업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했다. 

마찬가지로 피해가 심각했던 숙박업소와 결혼식장, 장례식장, 공연장, 미술관, 박물관, 키즈카페 등도 법을 공포한 지난해 7월엔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인원제한’ 조처를 적용받은 업종을 보상 대상에 포함한 건 지난해 12월의 일이었다.

마땅히 해야 했을 소급적용과 사각지대 보완을 외면한 1차 책임은 정치 논리에 눈이 먼 국회에 있다. 7개 정당 국회의원 117명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자영업자의 상처를 보듬겠다”며 초당적으로 손실보상 입법에 나서겠다고 밝힐 땐 언제고, 정작 법안을 통과시킬 땐 소급적용 조항을 포함하지 않았다. 

이전 정부의 소급입법 반대론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의 반대가 심했다. 손실보상법 입법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나라 곳간은 화수분이 아니다”면서 난색을 보였다.

기재부는 “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법 개정 이전의 매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행정적인 이유를 제시했다. 

새 정부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 1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는 손실보상 소급적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소급적용이 제외된 반쪽짜리 손실보상이 아니라 소급적용은 물론 인원제한에 따른 피해와 폐업한 경우에도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헌법상 공용 제한에 따른 손실보상의 당연한 귀결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적극 협조해서 조속한 처리를 요청한다.”

그런데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들어서자마자 손실보상 공약을 폐기하고 “지원금 형식으로 실질 보상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지금은 거리두기가 풀렸으니 만사가 해결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면서 “정부가 촘촘하고 두꺼운 지원 약속을 지키지 않은 상황에서 고환율 ㆍ고물가 ㆍ고금리 악순환에 지역화페 예산 삭감, 플랫폼 독점화 방치 등으로 자영업계 위기가 더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 그럼 지금 필요한 건 뭘까. 가장 먼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자영업자가 얼마나 큰 손실을 입었는지 실증하는 것이다. 도시별 피해는 어땠는지, 또 배달 때문에 자영업계가 즐거운 비명을 질렀는지도 검증해봐야 한다.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 시대에, ‘손실보상 예산’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도 생각해 봄 직하다. 

우리는 이런 의제들을 하나씩 풀어볼 계획이다. 자영업자의 매출 흐름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신용데이터(KCD)의 소상공인 데이터포털을 활용했다. KCD는 자영업자를 위한 매출 관리 서비스인 ‘캐시노트’를 운영 중인데, 이 서비스의 데이터를 통해 2020~ 2022년 10월 중 총 143주의 자영업자 매출 증감률을 살펴봤다. 

이번 517호에선 2020년 매출과 2021년 매출의 흐름을 살펴봤다. 518호에선 2022년 매출과 도시별 매출을 분석할 생각이다. 그다음 이어지는 호에선 자영업자 매출과 배달의 상관관계, 손실보상 예산 꾸리는 법 등을 살펴볼 것이다. 

누군가 ‘왜 자꾸 자영업자를 도우려 하느냐’고 물어본다면 나름의 이유와 명분이 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4.6%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여섯번째, 선진국인 G7과 비교하면 첫번째다. 사회 안전망이 충분하지 않고, 재취업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자영업계는 서민들의 마지막 남은 ‘방파제’다. 

지금 대기업을 다니는 옆집 아저씨도, 중소기업 임원 뒷집 아빠도 뜻하지 않게 자영업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거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자영업자가 될 수 있다. 어제는 이웃 골목 사장님의 얘기였지만 내일은 우리 가족의 먹고사는 이슈가 될지도 모른다는 거다. 2022년 자영업계의 초상화는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더스쿠프와 답을 찾아가보자.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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