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新직업 미래 보고서 2편
인재 있어야 미래 산업도 육성
신직업 발굴이 인재 양성 전제
美ㆍ日ㆍ中도 신직업 발굴 중
국내 신직업 발굴 잘 되고 있나
직업을 만드는 건 시장만이 아니다. 정부도 직업을 발굴ㆍ육성하는 역할을 한다. 가령, 인공지능 산업이 싹틀 때 AI 관련 신직업을 만들고 방향을 제시하는 건 정부의 몫이다. 이를 위해 미국, 중국, 일본도 신직업 발굴ㆍ등재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리나라는 과연 어떨까. 視리즈 대한민국 新직업 미래 보고서 두번째 이야기 ‘신직업 리스트’ 편이다.
‘신新직업 리스트’라는 걸 들어본 적 있는가. 신직업은 ‘아직 시장에 없거나 활성화 초기에 있는 직업 중 일자리가 새롭게 생겨나거나 인력 수요가 예상되는 것(고용노동부)’을 의미한다. 이런 신직업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일종의 목록이 ‘신직업 리스트’인데,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이하 고용정보원)이 2014년부터 2021년까지 6차례에 걸쳐 이를 발표했다.
신직업의 총 개수는 현재 121개다.[※참고: 신직업 중 일부는 시장에 안착하기도 했고, 또 일부는 직업으로 발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정리되기도 했다. 여기서는 발표된 신직업 개수를 그대로 반영했다.]
고용정보원이 이렇게 신직업 리스트를 만들어 발표한 이유는 뭘까. 정부와 시장의 인재 육성ㆍ지원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신직업 리스트가 인재 양성과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많은 이들은 직업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경우가 적진 않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특정 산업의 성장성과 미래가 결정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직업의 생성이나 소멸이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거다.
예컨대 정부가 주택 정책으로 아파트를 선호하지 않으면 ‘공동주택관리사무원’이라는 직업이 활성화하기 어려웠을 거다. 정부가 전기차 육성 정책을 펴지 않으면 ‘전기차전장품설계기술자’란 직업이 생길 여지가 아예 없다.
이런 맥락에서 시장의 수요에 맞춰 관련 산업에 필요한 정책을 펴고, 적기에 인재를 교육해서 제공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인 셈이다.
이쯤에서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신직업을 연구하는 김중진 연구위원의 말을 들어보자. “십수년 전 인공지능(AI) 산업이나 양자量子 산업은 민간에서 접근하기 힘든 영역이었다. 당연히 이 산업에서 신직업이 탄생하고, 핵심 인재가 나올 수도 없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정부의 ‘인재 제공’ 역할이다. 그만큼 신직업을 만들고 지원할 때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실제로 세계 각국은 신직업을 발굴하는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국가별 사례를 꼼꼼하게 살펴보자. 미국은 ‘O*NET(정부 운영)’이란 직업정보시스템을 통해 1016개(2023년 기준)의 직업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여기엔 ‘나노시스템 엔지니어’ ‘광자(Photonics) 기술자’ ‘블록체인 엔지니어’ ‘바이오매스 발전소 관리자’ ‘환경 복원 기획자’ ‘포렌식 과학 기술자’ ‘비즈니스 연속성 기획자’ 등과 같이 별도의 연구를 통해 수집한 신직업도 반영돼 있다. 친환경 산업 분야의 직업이나 전통적인 직업에서 좀 더 세분화한 신성장 유망직업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일본은 후생노동성을 주축으로 미국과 비슷한 직업정보시스템인 ‘일본판 O*NET’을 운영하고 있다. 2021년에 개설한 이 시스템은 511개(2024년 기준) 직업을 소개하고 있는데, 미국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신직업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
주요 신직업으로는 ‘바이오테크놀로지 연구원’ ‘식물공장 연구개발자’ ‘산업용로봇 개발기술자’ ‘태양광발전 설계ㆍ시공기술자’ ‘디지털 비즈니스 이노베이터’ ‘인공지능 엔지니어’ 등이 있다.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춘 일본 정부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중국은 2019년부터 인력자원사회보장부를 통해 ‘신직업’을 관리하고 있다. 직업분류체계인 ‘중화인민공화국 직업분류대전(이하 중국 직업분류대전)’에 추가로 등재하는 식을 통해서다. 지난해 5월 ‘바이오 엔지니어’ ‘네트워크 보안등급 평가사’ 등 총 19개 신직업을 추가해 지금까지 총 5차례에 걸쳐 91개 신직업을 등재했다. 발표한 신직업은 직업기술 표준개발이나 직업훈련ㆍ교육 프로그램 개발, 취업ㆍ산업정책 등에 활용한다.
흥미롭게도 중국의 신직업은 거의 대부분 ‘정부 정책’과 맞닿아 있다. 중국 직업분류대전에 등재된 신직업은 디지털 경제 성장, 탄소중립과 같은 기후변화 대응, AI나 클라우드컴퓨팅과 같은 4차 산업혁명 등 정부 정책에 따라 파생된 것들이다.
‘AI 기술자’ ‘사물인터넷(IoT) 기술자’ ‘빅데이터 기술자’ ‘클라우드컴퓨팅 기술자’ ‘생성형 인공지능 시스템 기술자’ ‘인공지능 훈련사’ ‘건물에너지 저감 컨설턴트’ ‘탄소배출 관리원’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의 산업 육성 전략과 신직업 등재가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정부 차원에서 ‘신직업 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김중진 연구위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예전엔 특정 국가가 특정 산업을 선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새롭게 등장하는 산업들은 선발주자와 후발주자를 나누기 어려울 만큼 근소한 격차로 경쟁한다. 제때 인재를 시장에 공급하지 못하면 국가적으로 키우고자 하는 산업의 성장 속도도 그만큼 늦어지니까 신직업 발굴을 통해 인재를 육성하고 있는 거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신직업 발굴과 육성ㆍ지원은 잘 진행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은 성과를 논하긴 어렵다. 신직업 발굴과 육성ㆍ지원 정책이 가진 태생적인 한계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視리즈 대한민국 新직업 미래 보고서 3편에서 이어나가 보자.
김정덕·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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