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IT언더라인
9년째 AI 포럼 연 삼성전자
전 사업에 AI 적극 도입
일부 실적은 나아졌지만
AI가 ‘만능키’인 건 아냐
# 스마트폰 부문을 먼저 보자.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시리즈가 지금 아이폰과 경쟁할 수 있는 건 인공지능(AI) 기술에서 한발짝 앞서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I로 무장한 갤럭시S는 변변한 AI 기술을 구현하지 못한 아이폰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 문제는 스마트폰을 세계시장의 선두주자에 세운 AI 기술력이 삼성전자의 전체 실적을 견인하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더 필요한 걸까, AI의 한계일까.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기술 교류를 위한 장場을 열어젖혔다. 지난 9월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간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콘서트홀 ‘삼성전자 더 유니버스’에서 ‘삼성 AI 포럼 2025’를 개최했다. 올해로 9년째를 맞은 이 포럼은 매년 AI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AI 분야의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연구 방향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포럼엔 ▲딥러닝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요슈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 ▲언어모델과 AI 에이전트 연구의 권위자인 조셉 곤살레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교수 등 글로벌 AI 전문가들이 기조 강연에 나섰다.[※참고: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복잡한 요구를 처리하기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루는 서비스다.]
벤지오 교수는 기존 AI 모델에서 발생하는 ‘인간 통제 회피’ ‘악의적 사용’ 등 잠재적 위험 요소를 설명하고, 안전장치 역할을 할 새로운 모델 ‘과학자 AI’를 소개했다. 곤살레스 교수는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AI 에이전트 능력을 고도화할 수 있는 연구 사례를 발표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개회사에서 “삼성전자는 다양한 업무영역에 AI 기술을 적용해 언제 어디서나 쉽고 빠르게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AI가 사회와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논의하고 함께 지혜를 나누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AI의 알찬 열매들 = 전 부회장의 말처럼 삼성전자는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최한 ‘삼성전자 개발자 콘퍼런스 코리아 2024’에서 “모든 기기·플랫폼에 AI를 적용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이후 자사 제품의 AI 기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매년 AI 포럼을 여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가장 알찬 결실을 맺은 건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업계 최초로 외부 도움 없이 기기만으로 AI를 운용하는 온디바이스(On-device) AI 스마트폰 ‘갤럭시S24’를 출시했다. 이 제품을 시작으로 실시간 AI 통·번역 기능, 강력한 AI 이미지 편집 기능 등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거기엔 갤럭시 시리즈를 ‘아재폰’이라 폄훼하던 젊은층도 있었다. 그 덕분인지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올해 1~7월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서 82.0%를 기록했다(카운터포인트리서치). 이 기간에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80%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전 부문에서도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가전기기를 통합 관리하는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스마트싱스’가 AI 중심 플랫폼으로 진화한 건 상징적인 변화라 평가할 만하다. 일례로 삼성전자 가전기기는 스마트싱스를 통해 사용자 명령에 반응하는 것을 넘어섰다.
AI가 스스로 사용 패턴, 집안 환경 등을 분석해 ▲장시간 미사용 기기 전원 차단, ▲계절·시간대별 에너지 최적화 등을 알아서 진행한다. 이를 발판으로 집에 있는 모든 기기가 스스로 판단하고 작동하는 ‘AI 홈’을 구현하는 게 삼성전자의 목표다.
강화된 AI 기능 덕분인지 삼성전자의 가전 부문 매출도 증가세를 기록했다. 올 1분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가전 사업부 매출은 14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했다. 2분기 가전사업부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7월 31일 보도자료에서 “고부가가치 AI 가전 제품 판매량이 확대해 2분기 수익성이 개선했다”고 밝혔다.
주가도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해 초 5만3400원(1월 2일)에 머물러 있던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8만3900원(9월 30일)으로 9개월 새 57.1% 상승했다.
■ 만병통치약이란 오해 = 하지만 AI가 ‘만능키’라는 건 아니다. 주요 사업부문에서 AI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데도 삼성전자의 전체 실적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0.6% 증가한 74조566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5.2% 줄어든 4조6761억원에 그쳤다.
상승세에 올라탄 주가 역시 ‘좀 더 냉정하게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가 상승한 건 AI가 아닌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의 영향도 커서다.
실제로 최근의 가파른 주가 상승세는 9월 22일 삼성전자가 주요 고객사에 올해 4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을 5~10% 인상하겠다고 통보한 것이 알려진 이후에 나타났다.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한 것이 삼성전자의 주가를 끌어올린 주요 요인이었다는 거다.
김록호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7월 9일 보고서에서 “고대역폭 메모리(HBM) 출하량이 기대치를 하회하고,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하락한 게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AI를 미래 경쟁력으로 삼은 삼성전자의 전략은 더 큰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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