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新직업 미래 보고서 별전 2편
이주영 미래차정비기술자
전기차 늘어도 정비 시장 정체
정비기술자 아니면 도전 불가
정비 업계에 젊은이들도 없어
정책도 업계 처우도 바뀌어야
전기차ㆍ수소차 등 미래차가 속속 등장하면서 정비 시장에도 그런 변화에 대응할 인력이 필요해졌다. 정부가 2020년 미래차정비기술자를 신직업으로 꼽은 이유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이 지나도록 ‘공식적인’ 미래차정비기술자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여태껏 자격증 체계도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미래차가 중요한 ‘무기’로 떠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심한 정책적 공백이다.
3만6130개. 올해 2분기 기준(국토교통 통계누리) 자동차 정비업체 수다. 하지만 전기차를 정비할 수 있는 업체는 8.3% 수준인 3000곳, 전기차ㆍ수소차를 모두 정비할 수 있는 곳은 4.4%가량인 1600곳으로 알려져 있다.
배터리를 포함해 전기차의 모든 부분을 수리할 수 있는 업체는 이보다 더 적은 170여곳에 불과하다. 올해 상반기 친환경차(하이브리드 포함)와 전기차의 신규등록 대수가 전체의 46.0%, 11.1%였다는 걸 감안하면 미래차로 불리는 친환경차를 정비할 수 있는 업체가 현저히 부족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수요는 많고, 공급은 부족할 경우 해당 분야 인재의 몸값이 크게 뛰기 마련이다. 이를 예상해 정부는 2020년에 미래차정비기술자를 신직업에 등재하고, 지금의 상황을 준비했다. 하지만 5년이 다 돼 가는 지금도 미래차정비기술자의 자격 체계는 확립되지 않았고, 이 분야의 인재 유입도 많지 않다. 이런 현실을 현장에선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미래차정비기술자 이주영(57) 자동차정비기능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 원래 무슨 일을 했나요.
“40년 전부터 자동차 정비를 업業으로 삼았습니다. 현재는 자동차정비기능장입니다.”
✚ 미래차정비기술자인가요.
“좀 모호하네요. 흔히 미래차라고 하면 전기차, 수소차, 나아가 자율주행차까지 포함할 수 있을 텐데, 정비사로서 이 분야들을 다 섭렵하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전기차를 정비하는 것도 미래차정비기술자로 포함할 수 있다면 미래차정비기술자가 맞습니다. 하지만 현재 미래차정비기술자를 특정하는 자격증 체계가 없으니 그 역시 비공식일 뿐이겠네요.”
✚ 자동차는 전문 분야인 만큼 미래차정비기술자도 기존 자동차 정비사들의 영역일 것 같습니다.
“당연하죠. 전기차의 경우, 전기 분야를 안다고 해서 전기차를 정비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자동차 공학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하죠. 예컨대 자동차 바퀴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정비사의 일인데, 그런 것도 못 하는 전기차 정비사란 있을 수 없으니까요. 따라서 비전문가가 미래차정비기술자가 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 전기차 정비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요.
“전기차 시장이 점점 커지는 만큼 관련 정비 시장도 전기차 중심으로 개편될 것이란 방향성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5년 전부터 전기차 정비에도 관심을 두고 꾸준히 정비 역량을 키워온 것도 그래서죠.”
✚ 아직은 보편적이지 않은 전기차 정비 시장을 개척해가는 과정이겠네요.
“그렇죠. 그래서 자부심도 큽니다.”
✚ 전기차 정비 측면에서 볼 때 초창기와 비교해 달라진 게 많나요.
“배터리 충전시간이 줄고, 주행가능 거리가 늘어난 걸 빼면 5년 사이에 달라진 건 많지 않아요. 기본적인 하드웨어와 메커니즘은 크게 변하지 않았죠. 물론 자율주행차라면 조금 다르겠죠. 예컨대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엄청난 전력 소모가 필요한데, 현재의 12볼트 전원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그에 따라 하드웨어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 미래차정비기술자를 특정할 자격증 체계가 아직 없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언급했듯 미래차를 규정하는 건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래차를 통틀어서 정비할 수 있는 자격증을 만드는 게 말처럼 쉽진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논의들이 끝나지 않으니 자격증 체계를 확립하는 발걸음도 더딘 겁니다. 현재 정부가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만간 확정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어떤 방향으로 체계가 잡힐까요?
“기존 자동차 정비 자격증에서 영역이 확장되도록 바꾸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게 맞다고 봅니다.”
✚ 자격증 체계가 확립되면 미래차정비기술자의 비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내연기관차가 다양한 미래차로 바뀌는 게 분명한 만큼 당연히 비전은 있습니다. 다만 몇가지 숙제들을 풀어야 합니다.”
✚ 뭔가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특수한 장비가 필요한 경우들이 꽤 있습니다. 예컨대 배터리셀의 균형을 맞추는 데 필요한 장비 하나만 해도 2000만원에 육박합니다. 반면 정비업체들은 영세사업자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대출 이자를 지원해주든, 공간의 임대를 가능하게 하든, 가격의 일부를 지원해주든 어떤 방식으로든 지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부의 역할 외에 업계가 변해야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 정비업계를 말하는 건가요.
“맞습니다. 미래차정비기술자를 양성하려면 젊은 사람들이 이 업계에 들어와야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급여 수준이 넉넉하지 않아요. 정비업체 입장에선 ‘직원이 여기서 기술을 배워가는데, 내가 급여까지 높이 줘야 하느냐’고 하는 인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직원이 곧 미래의 경쟁자라는 인식도 있죠. 그러다 보니 이 업계에도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미래가 밝다고 할 수 없겠죠.”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음, 자동차 정비사들을 대하는 고객들의 인식에 변화가 좀 있었으면 합니다.”
✚ 설명이 필요할 듯합니다.
“정비사도 늘 배우는 사람입니다.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기 전까지 모든 걸 알진 못하죠. 그런데 조금만 실수를 해도 가혹할 정도로 인격적인 모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40년째 이 일을 해온 저도 여전히 겪는 일이죠. 물론 정비소들이 자동차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일도 없어져야겠죠. 이런 것들이 개선되면 자동차 정비 시장에 더 많은 젊은이가 유입되고, 미래차 정비 시장도 더 밝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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