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투데이 이슈
李 정부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
시세반영률 동결해도 집값 급등해
강남3구·한강벨트 보유세 부담 ↑
“미실현 수익에 세 부담 안 된다”
“자산가치 상승했는데 세금폭탄?”
세금폭탄 vs 정당과세론 팽팽
이재명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동결했다. 가격 공시정책의 균형성을 먼저 개선하고, 그 뒤에 시세반영률을 높이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서울의 경우 가뜩이나 시세가 급등해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데, 공시가격 현실화율까지 끌어올리면 세 부담이 너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 3구나 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벨트 지역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동결해도 내년 보유세 부담이 20~40%까지 증가한다. 예를 들어 내년에 보유세 상승폭이 가장 높은 아파트는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9차’ 전용면적 111㎡이다. 내년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2647만원으로, 올해(1858만원)보다 789만원을 더 내야 한다. 상승률로 보면 42.5%나 된다.
이는 공시가격이 34억7600만원에서 43억7800만원으로 9억원 이상 더 올랐기 때문이다. 시세는 이보다 더 상승했다. 실현되지 않은 수익에 당장 세금 수백만원을 더 내라니 아파트 보유자 입장에서는 세금폭탄이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자산가치가 9억원이나 늘었는데 보유세를 800만원가량 더 내는 수준으로는 세금폭탄이 아니라고도 할 수도 있다. 두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 李 정부도 시세반영률 ‘69% 동결’= 일단 정부는 시세반영률을 동결해 전자를 더 배려하는 쪽을 택했다. 국토교통부는 13일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에서 ‘26년 부동산 가격공시 추진방안’을 심의·의결하고, 내년 시세반영률을 69%로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수립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르면, 아파트(공동주택)는 2030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로, 2026년에는 80.9%까지 올라와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공시가격 산정체계 합리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명분으로 시세반영률을 2020년 수준(69%)으로 되돌리고, 이를 3년 동안 동결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는다‘는 발언과 최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나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당국자들의 보유세 강화 취지 발언이 엇갈렸다. 이런 가운데 보유세 강화의 첫 단추가 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일단 동결’로 가닥을 잡았다.
■ 집값 급등 지역, 보유세 20~40% 늘어= 국토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시장가격과 공시가격의 격차를 완화하는 등 성과도 있었지만 “집값 상승과 복합 작용해 공시가격이 급등하는 한계를 노출했다”며,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서울 강남 3구와 한강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내년 보유세 부담도 두자릿수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가 이날 제공한 ‘주요 단지 공시가격 변동률 및 보유세액 추정’ 자료에 따르면 앞서 사례로 든 신현대 9차의 경우 내년 보유세가 42.5% 늘어나는 것을 비롯해,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뷰’ 전용면적 78㎡는 보유세가 올해 1204만원에서 내년 1599만원으로 32.8%(395만원) 늘어난다. 송파구 잠실동 ‘송파잠실엘스’ 84㎡는 22.3%(130만원),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는 22.8%(66만원) 더 오른 보유세를 내야 한다.
■ 세금폭탄 vs 정당한 과세= 자산가치는 올랐다고 하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은 수익이다. 여기에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의 보유세가 추가되는 것은 주택 보유자, 특히 은퇴해 소득은 없는데 집만 보유한 1주택자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부담이다.
게다가 공시가격이 오르면 지역건보료 등도 함께 오른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67개 제도의 공적 기준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급하게 현실화율을 끌어올렸을 때 부작용도 크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자산가치 상승으로 나중에 거둘 이득을 생각하면 시세반영률 동결은 공정과세 원칙에서 후퇴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수억원의 자산가치 상승에 대해 월 30~40만원 수준의 세부담 증가를 두고 ‘세금폭탄’이라는 표현 자체가 현실을 과장·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원룸·오피스텔 월세로 매달 60~70만원을 부담하는 청년과 세입자의 주거비 고통에 정부가 이만큼의 정치적, 정책적 관심을 기울인 적조차 없다”면서 “자산불평등이 심화하는 현실에서 공시가격 제도가 더 이상 후퇴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봄 더스쿠프 기자
sp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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