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해야 할 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급격한 변화를 겪어 왔다. 미국 부동산 시장의 붕괴로 시작된 위기는 전세계로 파급됐다. 그로부터 8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세계 경제는 몇가지 두드러진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개인도 이제 달라진 경제환경에 적응을 꾀해야 한다.

▲ 저금리 국면은 많은 것을 바꿔놓는다. 특히 고용시장이 얼어붙을 공산이 크다.[사진=뉴시스]


2007년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었다. 이를 기점으로 ‘리먼 사태’가 터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로 확산됐다. 그로부터 8년, 지금의 세계경제는 이전의 그것과 크게 다르다.

첫째,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5년 12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는 금리를 0.25% 인상했다. 올 1월 중국발 위기 가능성, 6월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이 구체화하면서 금리인상 작업이 중단되긴 했다. 하지만 미국은 선진국 중 유일하게 금리인상을 고려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 펀더멘털이 건강하다. 달러의 상대적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둘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급격한 경기 둔화와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막기 위해 빠른 속도로 금리를 떨어뜨리고 대규모 자산 매입을 실시했다. 덕분에 국채를 비롯한 채권의 시장 수익률이 가파르게 하락, 7월 20일 현재 미국의 10년 국채 금리는 1.6%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미국과 마찬가지로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에 일본과 독일의 10년 국채 금리는 ‘마이너스’ 상태다. 다른 선진국의 10년 국채 금리 역시 1.0%를 밑돌고 있고, 한국도 1.4% 정도다. 저금리가 세계를 관통하는 금융현상이 됐다는 것이다.

 

셋째, 미국 부동산은 2008년 버블 붕괴 당시의 가격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캐나다ㆍ호주ㆍ영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의 부동산 가격은 2008년보다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주택재고량이 2008년보다 적고, 순현금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비중이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는 미국 부동산 시장의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금융위기의 경험 때문에 개인들이 주택 구매를 꺼리고 있어 이 과실의 대부분은 자금력이 풍부한 기관이 가져갈 것이다. 또한 집값 상승은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달라진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개인은 이전과 다른 경제적 선택을 해야 한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고, 금리는 낮으며, 물가 또한 상승하지 않는다. 게다가 자산 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지역별로 균등하지 않고, 고용은 회복되고 있지만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가령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영국의 집값은 런던과 비런던이 큰 가격차를 보이지 않고 상승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런던의 집값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크게 반등했다. 실업률도 잉글랜드 남서부 실업률은 4.0%에 불과하지만 잉글랜드 북동부 실업률은 7.0%가 넘는다. 이는 영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이탈리아의 북부와 남부간의 지역별 실업률 격차는 15.0%에 육박한다.

 

달라진 경제환경, 개인의 선택은

주가ㆍ환율ㆍ금리 중에서 영향이 가장 강력한 건 금리다. 금리는 1970년대 말 오일쇼크 전후 물가를 잡기 위해 폴 볼커 연준 의장(당시)이 공격적으로 인상한 1980년대 초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선진국 대부분의 정책금리는 1.0% 아래로 떨어졌고, 상당수 국가들이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도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저금리는 여러 경제적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첫째, 낮아진 금리로 할인된 미래의 현금흐름은 현재가치를 상승시키기 때문에 기업은 고용을 줄인다. 같은 임금을 지불해도 그 임금의 현재가치가 현 시점에서 급증하므로 기업들이 고용을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직장이 있는 사람들은 높아진 현금 흐름으로 이전보다 높은 사회적 지위를 즐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악화된 고용환경에서 다른 이들과 경쟁하면서 살아남아야 한다. 게다가 유럽과 같은 통합된 경제에서는 이민자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숙련기술이 없다면 그 경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 기업 가치는 저금리 시대에서 요동칠 것이다. 개별 기업의 주식 가치를 유심히 봐야 하는 이유다.[사진=뉴시스]

둘째, 낮아진 금리는 기업가치의 변화를 가져온다. 높은 매출 증가율과 안정적 이익률을 보이는 기업의 가치는 이전보다 훨씬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 기업이 만들어낼 미래 현금흐름의 가치가 낮은 금리 덕분에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주가지수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일부 주식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다시 말해 달라진 기업가치에 적응하지 못하면 가격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주가 지수의 등락보다 산업별 그리고 개별 주가의 움직임에 더 신경을 써야만 달라진 금융시장에 적응할 수 있다는 거다.

셋째, 낮아진 금리는 주택시장에도 충격을 준다. 한국을 예로 들면, 월세가 동일한 상황이라도 전세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이론적으로 월세가격은 전세의 은행이자와 큰 차이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세가격의 상승은 저금리 국면에서 계속될 것이고, 만약 금리가 유럽과 일본처럼 제로 혹은 그 이하로 내려간다면 전세는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의 전세와 집값의 차이(스프레드)가 축소되는 현상은 집값 하락이 아닌 집값 상승의 전조다. 게다가 집 가격은 현금 흐름이 좋은 곳만 오른다. 개인은 낮은 금리로 집을 잘 골라 사든가 아니면 높은 월세를 내고 거주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실업률이 가파르게 하락하면 미국 연준은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 사이클에서는 10.0%대까지 올랐던 실업률이 5.0%대로 하락했지만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중국의 과잉생산이 해소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지금의 저성장ㆍ저금리ㆍ저물가 상황은 빠른 시간 내에 해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투자ㆍ교육ㆍ양육ㆍ취업 모든 영역에서 달라진 경제환경에 적응하는 개인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김동조 벨로서티 인베스터 대표
dongjo.kim@g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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