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국회 20대 국회와 달랐나

9월 6일, 21대 국회가 개원 100일을 맞았다. 그간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률안은 3200건이다. 20대 국회(1900건)에 비해 1300건이나 많다. 그런데 가결된 법률안은 12건에 불과하다. 20대 국회(128건)의 10분의 1 수준이다. 코로나19, 경기침체 등 이런저런 이유로 민생부터 챙겨야 할 이 시기에 21대 국회는 무엇에 정신이 팔려 있었던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21대 국회 100일의 성적표를 기록해 봤다. 

코로나19로 인해 서민경제는 파탄 직전이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해 서민경제는 파탄 직전이다.[사진=연합뉴스]

“불안하다.” 요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흔히 내뱉는 말이다. 그럴 만도 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 분위기가 우울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반복되면서 집 밖은 위험지대가 된 지 오래다. 외출이나 모임 등이 줄어 대인관계가 허약해지면서 ‘코로나 블루’를 겪는 이들도 적지 않다. [※참고 :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증(blue)이 합쳐진 신조어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을 의미한다.] 

코로나19 탓에 내수경기가 엉망이다 보니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 이들도 적지 않다. 정부가 내놓은 숱한 일자리 정책에도 일자리를 얻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고용률과 실업률이 이를 증명한다.

코로나19가 터진 직후인 3월부터 8월까지의 고용률을 보면 지난해 같은 달보다 올랐던 적이 없다. 같은 기간 월평균 고용률은 지난해보다 -1.13% 떨어졌고, 월평균 실업률은 0.15% 상승했다. 상황이 이러니, 대학생들이 졸업을 미루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물밑에선 기업들의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취업정보사이트 인크루트가 직장인 6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회사에서 해고된 이들은 30.2%에 달했다. 함부로 해고를 하기 어려운 대기업 직장인 중 33.3%는 권고사직을 종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ㆍ관광ㆍ무역ㆍ유통 등에선 이미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근무시간 단축으로 임금을 줄이거나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명예퇴직을 진행하는 곳도 숱하다. 직장을 다니는 이들이라도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얘기다.

어려운 시기, 민생은 뒷전

사회적 거리두기로 장사를 못하고 있는 자영업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장기화한 코로나19를 견뎌내지 못하고 점포를 비운 곳들이 숱하다. 자영업계가 힘든 상황에서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온전할 리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빠르게 줄고 있다. 올 3~8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감소율(전년 동기 대비)은 월평균 -18.2% 수준이다. 중요한 건 속도다. 지난해 같은 기간 월평균 감소율이 -9.7%였던 것을 감안하면 2배나 빨라진 셈이다. 

문제는 현재 상황이 개선될지 여부조차 불투명하다는 거다.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지만 언제쯤 상용화할지 알 수 없다. 실물경제와 달리 주식시장이 활황인 게 어찌 보면 불안한 사회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21대 국회가 모든 걸 제쳐두고 민생부터 챙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21대 국회의 행태를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출발부터 삐걱댔다. 국회의장을 뽑는 첫 국회 본회의 날인 6월 5일, 국민의힘(전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교섭단체 합의 없는 일방적 본회의 소집”이라면서 집단퇴장했다.

반쪽으로 개원한 21대 국회는 향후 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후 국회는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법제사법위원장을 차지하기 위한 다툼, 각종 비리 의혹을 둘러싼 공방전 등에 힘을 쏟았다. 늘 그래 왔지만 이번에도 민생보단 정쟁에 집중했다는 거다. 

물론 비리가 있다면 파헤치고, 공평하지 않은 뭔가 있다면 목소리를 높이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21대 국회는 자신들이 해야 할 일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21대 금배지 할 일 하고 있나

더스쿠프(The SCOOP)가 지난 5월 30일 개원 이후 100일을 맞는 9월 6일까지 21대 국회의 의정활동을 살펴본 결과는 참담하기 짝이 없다. 

이 기간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은 총 3200건이다. 이 가운데 소관 위원회에서 처리된 법률안은 41건(1.3%)에 불과했다. 가결건은 훨씬 더 적은 12건(0.4%)이다. 의정활동을 ‘정량적’으로만 평가해선 안 된다는 지적을 십분 받아들이더라도 이는 낙제점이다.

“정쟁을 하느라 일은 안 하고 세비만 받은 국회”로 평가받은 20대 국회와 비교해도 형편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개원 100일을 기준으로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은 총 1900건인데, 이중 706건(37.2%)이 소관위에서 처리됐다. 가결건은 128건(6.7%)이었다. 20대 국회에선 이 기간에 1157(60.9%)건이 계류됐지만, 21대 국회에선 3142(98.2%)건이 계류 중이다. 

열심히 움직여야 할 21대 초선 의원들의 의정활동 역시 실망스러웠다. 초선 의원들은 개원 100여일간 2만건이 넘는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이는 ‘공동발의’를 통해 그 수를 늘렸을 뿐이다. 이들이 대표발의한 법률안은 1262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는 의미 없이 이름만 집어넣은 발의가 상당수였다는 방증이다. 

21대 국회는 정쟁에 매몰돼 정작 해야 할 일들은 하지 않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는 정쟁에 매몰돼 정작 해야 할 일들은 하지 않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특히 초선 의원들 가운데는 월평균 1건 이상 대표발의를 하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초선 의원의 대표발의 건수별 비중을 보면 월평균 6~10건이 37.1%(56명)로 가장 많았고, 1~5건이 34.4%(52명)로 뒤를 이었다. 11~20건은 19.2%(29명), 21건 이상은 6.0%(9명)였다. 하지만 1~2건에 불과한 이들이 10.6%(16명), 단 1건도 내놓지 않은 이들도 3.3%(5명)나 됐다. 

12건은 정부 들러리 법안

그렇다면 21대 국회가 가결한 12건의 개정 법률안은 민생과 관련이 있었을까.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국회는 ▲국회법 ▲인사청문회법 ▲재난안전법 ▲공공주택특별법 ▲부동산거래신고법 ▲소득세법 ▲법인세법 ▲종합부동산세법 ▲지방세특례제한법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소규모주택정비법 ▲지방세법 등 총 12건의 법률을 개정했다. 이 가운데 2건이 정치관련 법률로 민생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나머지 10건은 경제와 관련이 있고 필요한 법이지만, 논쟁의 여지가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을 뒷받침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는 데다, 토론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서다.

게다가 12건의 법률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들도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다. 틈만 나면 ‘국민’을 들먹이지만 여당도 야당도 ‘민생’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거다. 21대 국회의 앞날이 어둡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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