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은 남침이다. 이 의심할 수 없는 전제에 당시 프랑스 지식인들은 북침과 남침을 놓고 논쟁했다. 공산주의를 둘러싼 시각차 때문이었다. 역설적으로 이런 논쟁 때문에 프랑스는 타인의 견해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그 분위기는 미국발 매카시즘의 광풍을 몰아냈다. 무언가 ‘다른 의견’이 틀어막히는 지금, 우리가 들춰봐야 할 지성의 역사다.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프랑스는 유엔의 결의에 따라 한국에 지원군을 파병하기로 했다. 다만, 대규모 군대를 편성하는 건 어려웠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프랑스는 해외 식민지들을 포기하지 않
정부가 법인세율을 인하한 지 1년이 지났다. 정부의 기대대로 기업들은 법인세를 인하해준 만큼 투자를 늘렸을까. 더스쿠프는 통권 587·588호에서 국내 시총 5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 ‘무형자산 투자금’의 추이를 분석해 ‘법인세 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그러자 일부에선 ‘투자활동현금흐름의 증감’을 봐야 한다고 반론을 제시했다. 그래서 이번엔 이 항목을 들여다봤다. 결과는 어땠을까.국가채무가 사상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넘어섰다. 그런데도 세수는 또 줄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총
전 세계는 군비 경쟁 중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등 두개의 전쟁이 진행 중이고, 이스라엘과 이란이 세번째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남아있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다. 군비 경쟁이 가능한 건 ‘군비’가 국내총생산(GDP)에 집계돼 경제성장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GDP 개념을 확립한 경제학자의 생각은 달랐다. 군비 폭증의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 22일(현지시간) ‘2024 세계 군비 지출 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전 세계 군비 지출은 전년보다 6.8%
#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는 감세다. 기업과 가계의 세부담을 낮추면 투자나 소비로 이어져 경제의 밑단에 활력이 감돌 것으로 봤던 거다. 많은 이들이 ‘감세의 경제학’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지만, 윤 정부는 귀를 닫았다.# 그렇게 2년여가 흐른 지금, 정부의 전략은 통하지 않고 있다. 법인세 인하란 혜택을 받은 대기업은 투자를 크게 늘리지 않았다. 고소득층도 지갑을 시원하게 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세금만 덜 걷혀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고, 애먼 근로자만 더 많은 세금을 냈다. 정부의 감세정책, 이대로 괜
총선이 끝났다. 이제 공약을 이행할 시간이다. 국회의원의 공약 이행 도구는 법안이다.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갈등을 조율해 법안을 발의하며, 다른 의원들을 설득해 통과시키는 게 그들의 일이다. 이를 위해 쓰는 나랏돈이 적은 것도 아니다. 그들이 공약을 안 지키면 그만큼의 세금을 날리는 셈이다. 이제는 일꾼들이 제 값어치의 일을 하는지 감시해야 할 때다. 2만5796건. 21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률안 건수다. 이 가운데 21대 국회가 처리한 법률안은 9453건(36.6%), 가결한 법률안은 2994건(11.6%)이다
# 우리는 視리즈 ‘딥보이스 보이스피싱의 덫’ 1편에서 무섭게 진화한 보이스피싱의 기술력을 살펴봤습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피해자 지인의 목소리를 모방 내는 방식을 쓰는 ‘딥보이스 보이스피싱’이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보이스피싱에 한번 걸리면 돌이키기 힘든 피해를 겪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에서 여러 측면에서 대책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보이스피싱 사기꾼들을 잡는 건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이들이 몇단계에 걸쳐 도망칠 궁리를 짜 놓은 탓이죠. 더스쿠프가 이들 사기꾼의 수법이 무엇인지 살펴봤습니
고물가ㆍ고금리ㆍ고환율의 3고高 상황이 ‘더 심각하게,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홀로 호황’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중동 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4ㆍ10 총선 전에 억제됐던 식품·외식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원ㆍ달러 환율은 16일 장중 한때 1400원을 넘어섰다. 이튿날 한국과 일본 재무장관이 공동 구두 개입에 나서자 1380원대로 내려갔지만, 고환율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1400원대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
최근 부천시의회가 청년층의 탈모 치료를 지원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근거로 부천시는 연간 8000만원을 투입해 ‘청년 탈모 치료비 지원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탈모 탓에 스트레스를 받는 청년이야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논란거리가 있다. 부천시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희귀질환자 지원예산을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다. 탈모 치료비 지원책, 옳은 방향일까.지난 3월 22일, 부천시의회가 논란을 불러일으킬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부천시 청년 탈모 (치료비) 지원 조례안(이하 청년 탈모 조례안)’. 여기엔 부천에서 2년 이상 거
어린이의 숫자가 줄자 아파트 내 놀이터가 주차장으로 바뀌고 있다. 저출산 시대를 맞이한 우리가 받아들여야할 어쩔 수 없는 흐름일 지 모른다. 하지만 놀이터가 필요한 어린이는 여전히 많다. 저소득 가구의 어린이일수록 특히 그렇다. 문제는 새로 생기는 놀이터 중 ‘돈을 내야 갈 수 있는 곳’의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초등학교에 가기 전 자주 놀았던 놀이터를 떠올려보자. 생각나는 놀이터는 몇개인가. 아파트에 살았다면 아파트 놀이터일 거다. 빌라나 단독주택에 살았다면 근처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의 놀이터가 떠오를 것이다.수년
1970년 만들어진 서울역 고가도로는 2017년에 새 이름을 얻었다. 서울로7017이다. 차만 다니던 고가도로가 사람이 걷는 그렇게 ‘선형線型 공원’으로 변했다. 그로부터 7년이 흐른 지금, 이곳을 찾던 사람들은 반토막이 난 반면, “흉물이니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서울역 일대를 바꾸겠다”는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로7017의 가치는 이어질 수 있을까.서울역을 정면에 두고 오른쪽을 보면 서울역 서쪽 만리ㆍ청파ㆍ서계동과 서울역 동쪽 숭례문을 잇는 ‘서울로7017’이 보입니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연구개발(R&D) 예산을 확 줄였다. 그 바람에 소부장(소재ㆍ부품ㆍ장비) R&D 예산도 함께 쪼그라들었다. 그중 소부장 특별회계 예산은 전년보다 84.6%나 줄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다시 소부장 R&D 예산을 늘리고 있다. R&D 예산 삭감에 따른 반발이 커지자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오락가락 R&D’ 정책이 시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1500억원 이상의 규모로 반도체 소부장(소재ㆍ부품
정부가 부담금 정비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2002년 부담금관리기본법 도입 이후 최초의 전면 정비”라면서 “32개 부담금을 폐지ㆍ감면해 연간 2조원 수준의 국민ㆍ기업 부담을 경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 부담을 줄여준다니 고마운 일이다. 문제는 세금이 모자라 고민인 정부가 펼 만한 정책이냐는 거다.‘특정한 공익사업에 필요한 경비(일부 또는 전부)를 해당 사업과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진 자에게 부담 지우는 금전적 의무.’ 부담금의 사전적 의미다. 책임 있는 이에게 부과하는 의무인 셈이다.예컨대 상대적으로 더 많은 환경오염을 유발
민심의 회초리는 매서웠다. 4ㆍ10 총선은 야당 압승과 여당 참패로 귀결됐다.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175석, 여기에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진보당까지 포함하면 192석의 ‘거야’가 탄생했다.총선에서 표출된 민의는 안정보다 견제와 변화였다. 선거기간 내내 정권심판론이 다른 이슈를 압도했다. 국민의힘이 ‘이(이재명)ㆍ조(조국) 심판론’으로 맞서며, 각종 초대형 공약을 쏟아냈지만 통하지 않았다.여당의 참패는 집권세력 전체에 대한 심판 성격이 짙다. 국민은 소통과 타협을 외면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통
올해 법인세 수입에 경고등이 켜졌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상장사들의 지난해 실적이 전년보다 크게 줄어서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가 지난 3일 발표한 ‘2023 사업연도 결산실적 분석’에 따르면 12월에 결산을 하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615곳의 지난해 총 매출액(연결 기준)은 2825조1607억원으로 전년보다 0.3% 늘었다.하지만 영업이익 총액은 123조8332억원으로 전년보다 24.5% 감소했고, 순이익은 80조9074억원으로 40.0% 줄었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전년 대비 2.1%, 1.7% 떨어
3월에도 물가가 크게 올랐다. 2월, 3월 두달 연속 3%대 상승률이다. 3월 평균 상승률이 3.1%이지, 사과는 88.2%, 배는 87.8% 올랐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11.7% 뛰었다. 장보기가 무서울 지경에 이르면서 물가 문제가 총선의 최대 화두로 등장했다. 정부가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존 예산 434억원 외에 1500억원을 투입해 과일과 채소 등 21개 품목의 납품단가와 할인 판매를 지원했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물가 안정을 체감할 수 있도록 긴급 농축산물 가격 안정 자금을 무제한, 무기한
미국에서는 신선식품 구매가 어려운 지역을 ‘음식 사막’이라고 부른다. 미국인의 12% 이상이 ‘음식 사막’에 산다. 신선식품이 빈곤층을 나누는 잣대가 된 셈이다. 우리나라 소득 하위 20%도 물가 상승으로 식료품에 쓰는 지출이 늘면서 채소·과일 등 신선식품 대신 가공식품 소비를 늘리고 있다. 신선식품의 경제학을 알아봤다. 채소, 과일, 신선한 수산물과 육류를 먹는 것이 언제부터 고소득자의 특권이 됐을까. 「1984」의 작가 조지 오웰은 1936년 영국 북부 탄광촌에서 겪은 체험을 담은 르포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서 이렇게 쓰고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야간관광 활성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야간관광을 지역경제를 살려줄 카드로 인식하면서다. 실제로 효과가 있긴 하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콘텐츠론 성공하기 힘들다. 환경ㆍ빛공해 등 야간관광에서 기인하는 태생적인 부작용도 감안해야 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야간관광 정책을 펼치면 지자체 예산만 갉아먹을 수 있다.요즘 지방자치단체들엔 공통 과제가 있다. ‘사람 끌어모으기’다. 지역 내 인구가 줄면서 지역경제와 사회적 활력이 침체하고 있어서다. 이대로 가다간 지방이 소멸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제 지역
# 거대 양당이 의회 권력을 거머쥔 지금, ‘제3지대’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예민한 이슈가 충돌했을 때 ‘캐스팅 보트’를 할 수 있어서다. 20대 국회에선 국민의당이, 21대 국회에선 정의당이 그 자리에 있었다. # 하지만 때론 특정정당의 2중대란 도마에 올랐고, 때론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22대 총선에서 등장한 제3지대 정당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해낼까. 위성·비례정당은 다음 파트에서 분석했다. [※참고: 총선이 끝나면 공약은 이내 잊힌다. 의회 권력을 사실상 독점해온 두 거대정당이든 새로운 정치지형을
총선 공약은 언제나 ‘빈말’에 그쳤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국민 앞에 내건 약속 대부분이 ‘현실성 없는 공약空約’이었기 때문이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내놓은 경제 공약은 과연 어떨까. ‘22대 4ㆍ10 총선 기획: 공약의 기록’, 이번엔 ‘4년 후를 위한 기록’ 편이다.[※참고: 총선이 끝나면 공약은 이내 잊힌다. 의회 권력을 사실상 독점해온 두 거대정당이든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겠다면서 출사표를 던졌던 제3지대 정당이든 그들의 공약은 대부분 공언空言에 그쳤다. 더스쿠프가 통권 591호(4월 1일 발간)에서 기록
‘기본사회 5대 정책’ ‘결혼출산 지원금’ ‘주 4일제 전환’…. 더불어민주당이 내세운 22대 총선 공약은 훌륭하다. 3고高(고물가ㆍ고금리ㆍ고환율)에 지친 서민의 걱정을 덜어주겠다면서 ‘모든 이의 삶의 질質 향상’을 약속했는데, 사뭇 그럴듯해 보인다. 그런데 어떻게 달성하겠다는 건지가 없다. 얼핏 봐도 조 단위 예산이 필요한데, 뭘로 비용을 충당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이번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늘 빈말만 늘어놨다.[※참고: 총선이 끝나면 공약은 이내 잊힌다. 의회 권력을 사실상 독점해온 두 거대정당이든 새로운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