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몽 1꽃의 여백은 죽은 나비들에 대한 추억으로 채워져 있고 죽은 나비들은 모두가 책이 되었다, 누가 그걸 펼쳐 읽을 것인가 늙은 개의 콧잔등에 앉은 저 산제비나비의 표정은 알 수가 없다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나비는 천천히 춤을 풀었다 그 안에는 신비하게도 파랑이 숨어 있다2향기의 침묵沈默은 언제나 이리저리 나를 끌고 다녔다 날개는 너무나 약해 바람을 잡을 수 없고, 꽃의 심지에 붙은 불을 끌 수도 없다 오늘도 부드러운 꽃의 음자리를 배열해주는 나비는 하나의 악기가 되었다 발끝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났다 나비의 감
여자친구와 700일을 기념해 신도림의 한 초밥집에서 외식을 했다. 우리는 서로 축하했고 외식을 하는 내내 여러 번 웃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강의를 하러 갔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다이소에도 들러 방울토마토 재배 세트 2개를 사고 배수구청소액과 쇠자를 샀다. CU에서는 펩시 제로콜라를 2+1으로 샀다. 그리곤 집으로 돌아왔다. 충분히 평범한 하루였다.집에 돌아와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았다. 비어 있는 한글 프로그램 페이지를 바라보다가 한참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더니 노트북 화면이 꺼졌다. 불을 켜지 않았기에 노트북
국내 문구류 업계 1위 ‘모나미’가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모나미의 지난해 매출액은 1415억원으로 전년(1495억원) 대비 5.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3억원 적자를 냈다. 언급했듯 모나미가 영업적자를 기록한 건 2013년 이후 처음이다(표➊~표➋). 모나미의 위기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내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필기구 등 문구류를 판매하는 모나미의 실적은 감소세를 보여왔다. 2012년(2625억원)까지 2000억원대였던 매출액은 2013년부터 1000억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나미도 반등 기회를 모색해
과거의 사건이 현재의 아픔으로 남아있는 건 그때의 사건을 여전히 풀지 못해서다. 5.18광주민주화운동, 형제복지원 사건. 폭력적인 공권력이 개입한 이 사건을 두고 수많은 사람들은 사과와 인정, 반성을 원했다. 또 누군가는 그 사건을 직접 기록하고 나섰다. 광주 독립서점 '소년의 서'는 그런 아픔이 서사처럼 흐르는 곳이다. 광주의 시간은 1980년에 멈춰 있습니다. KTX를 타고 송정역에 내리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5·18광주민주화운동입니다. 광주는 5월 18일이 되면 많은 가게가 문을 닫습니다. 그날 제사를 지
# 넷플릭스와 구글의 영향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넷플릭스는 명실상부한 전세계 1위 OTT 플랫폼이다. 구글은 유튜브와 앱마켓, 검색엔진으로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한국에서 올린 실적은 엉망이다. 두 회사 한국법인의 2023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모두 줄었다. # 혹시 한국 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외형 경쟁에 몰두한 탓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본사로 들어가는 수수료가 너무 많은 탓에, 구글은 핵심 사업인 앱마켓과 유튜브 프리미엄 매출을 실적에 포함하지 않은 탓이다. # 회계상으로
타일러 더든의 ‘파이트 클럽’에 하나둘 모여든 회원들은 각자의 기구한 사연들은 밝히지 않지만 모두 사회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소외된 대중이다. 이들은 ‘파이트 클럽’에서 자기들끼리 맨몸, 맨주먹 격투를 통해 그동안 쌓이고 응어리진 울분을 쏟아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파이트 클럽’의 운영자 더든은 어느날 회원들에게 기존과는 전혀 다른 ‘파이트’ 방향을 제시한다. 지금까지는 자기들끼리 파이트를 했다면 지금부터는 똘똘 뭉쳐서 세상을 상대로 파이트하라고 한다.더든은 세상과의 파이트에선 폭탄의 사용도 허용한다. 지방흡입 시술을 하는 병원
논시作詩尤所難 시 짓기가 무엇보다도 어려우니語意得雙美 말과 뜻이 함께 아름다워야 하네含蓄意荀深 함축된 뜻이 진실로 깊어야詛嚼味愈粹 음미할수록 맛이 더욱 알차다네.意立語不圓 뜻이 서도 말이 원만하지 못하면澁莫行其意 난삽하여 뜻을 전하기 어렵다네.就中所可後 그 중 뒤로 미뤄도 될 것은雕刻華艶耳 문장을 화려하게 꾸미는 것이라네.華艶豈必排 화려한 문장을 굳이 배제하겠는가마는頗亦費精思 모름지기 정신을 쏟아야 마땅하네.欖華遺其實 꽃만 붙잡고 그 열매를 버린다면所以失詩旨 시의 본질을 잃어버리는 이유가 되네.邇來作者輩 요즈음의 글 짓는 이들은不思
백의종군의 길에서도 이순신은 민중의 존경을 받았다. 헛된 대접을 받지 않았고, 자신을 받드는 이들에게도 ‘청렴을 지킬 것’을 주문했다. 이순신을 돕는 이들이 다른 사람의 대접을 받고 왔을 땐 엄하게 ‘회초리’를 들기도 했다. 심지어 한 스님의 ‘짚신’ 선물까지 값을 치르고 받았다. 이순신은 모름지기 지도자가 어때야 함을 몸으로 보여준다. 4·10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금배지들이 배워야 할 덕목이다.이순신이 백의종군에 나서는 길에는 둘째 아들 울과 조카, 그리고 심부름 등을 해주는 몇명의 종들이 동행했다. 여기에 호송임무를 맡
# 매월 1편씩 볼 수 있던 영화는 연 3번으로 줄었습니다. 편의점 1+1 상품은 추가할인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음원 사이트에서 음악을 들을 때도, OTT를 볼 때도 이전과 같은 혜택을 누리기 힘듭니다. 이 때문일까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나돕니다. “요즘 이통3사 멤버십 왜 그래?”# 이렇듯 이통3사의 멤버십 혜택은 지난 몇년간 알게 모르게 줄고 있었습니다. 멤버십을 보고 가입한 소비자들에게는 불만스러운 상황임에 분명합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더스쿠프가 이통3사의 멤버십에 숨은 탐욕과 꼼수를 취재했습니다. 더스쿠프
# “횟수 제한 없이 매 주문 무료배달” “모든 주문 기본 배달비 0원”…. 배달앱 업체들이 앞다퉈 무료배달에 뛰어들고 있다. 비싼 배달비에 부담을 느껴온 소비자엔 긍정적인 서비스다. 배달앱 업체들도 “소비자뿐만 아니라 점주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서비스”라고 강조하고 있다. 무료배달로 주문량이 증가하면, 점주의 매출과 수익도 늘어날 거란 얘기다.# 하지만 점주의 반응은 다르다. 배달앱의 무료배달에서 ‘점주’의 자리는 없다고 한탄한다. 우리는 視리즈 ‘배달앱 무료배달의 그림자’ 1편에서 점주들의 선택권을 빼앗은 ‘요금제 개편’ 문제를
문예지는 이제 이전만큼의 독자가 없다. 그럼에도 문학계가 말하고 주목하는 이야기를 살펴보기에 문예지만한 플랫폼은 여전히 없다. 2024년 봄, 문학이 말하는 세계와 주목하는 사건은 무엇이 있을까.벚꽃이 피는 봄이 오면 문예지도 찾아온다. 더이상 문예지를 보는 이들이 없는 시대라지만 그럼에도 문예지는 여전히 문학계의 플랫폼이자 생태계다. 그래서 문예지를 훑는 것만으로도 올해 문학계가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하려는지 알 수 있다. 2024년도 문예지들은 특히 사회문제를 인식하려는 경향이 뚜렷했다. 더스쿠프 Lab.리터러시팀이 2024년
■ 반감기半減期 = 어떤 물질의 양이 초기값의 절반으로 쪼그라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반감기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인물은 영국 물리학자 어니스트 러더퍼드다. 우라늄ㆍ토륨 등 원소가 ‘방사성 붕괴(원자핵이 에너지를 잃고 안정화하는 과정)’를 통해 다른 중간 원소로 전환하는 과정을 연구하던 어니스트는 방사성 원소의 양이 일정 시간이 흐르면 기하급수로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렇게 ‘일정량의 절반이 붕괴하는 시간’을 반감기로 정의했다.핵물리학 등 과학 분야에서 주로 사용하던 반감기란 용어는 오늘날 사회 분야에서 다양하게
먼 곳오늘은 이별의 말이 공중에 꽉 차 있다나는 이별의 말을 한 움큼, 한 움큼, 호흡한다먼 곳이 생겨난다나를 조금조금 밀어내며 먼 곳이 생겨난다새로 돋은 첫 잎과 그 입술과 부끄러워하는 붉은 뺨과 눈웃음을 가져가겠다고 했다대기는 살얼음판 같은 가슴을 세워들고 내 앞을 지나간다나목은 다 벗고 다 벗고 바위는 돌 그림자의 먹빛을 거느리고갈 데 없는 벤치는 종일 누구도 앉힌 적이 없는 몸으로 한곳에 앉아 있다손은 떨리고 눈언저리는 젖고 말문은 막혔다모두가 이별을 말할 때먼 곳은 생겨난다헤아려 내다볼 수 없는 곳문태준·2007년 시인세계
도심 한복판에 매일매일을 새롭게 기록하는 역사책이 서 있습니다. 국가등록문화재인 옛 백제병원에 만들어진 출판사 창비의 문화공간 ‘창비문화’입니다. 젊은 작가의 작업 공간을 재연한 방과 세월을 품은 ‘창작과비평’ 잡지들, 그리고 1920년대 옛 건물이 함께 있다는 건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경험을 선물합니다. 더스쿠프 Lab. 리터러시팀이 이곳에 가봤습니다.부산역 7번 출구로 나가 5분쯤 걷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 이질적인 건축물을 나타납니다. 붉은 벽돌로 지은 이 건물은 옛 백제병원이라고 불립니다. 처음 세울 땐 5층 건물이었
551만명. 올 2월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 수다. 전체 근로자의 20%가량을 차지한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예비 금배지들이 시장을 찾아다니며 고개를 숙이는 이유다.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의 후보들 역시 자영업자를 살리겠다며 그럴듯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과연 지킬 만한 약속을 내놓고 있는 걸까. 민주당 계열(통합민주당·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정당이 18~21대 총선 당시 내놨던 자영업자의 성적표를 따져봤다.[※ 참고: 22대 4ㆍ10 총선에서 가장 어린 유권자는 2006년 4월 11일생이다. 의회 권력을 사실상 독점해온
여자친구와 마포의 어느 공원을 들렀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볕이 드는 발코니에서 양다솔 작가의 「적당한 실례」를 읽을 요량이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미세먼지 수치가 너무 낮았다. 비염이 심한 나는 먼지가 많은 날에는 야외활동이 어렵다. 봄날의 볕은 따뜻하고 미세먼지 수치는 낮았으니 밖으로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우린 2인용 커플 자전거를 빌렸다. 내가 앞에, 여자친구가 뒤에 탔다. 살갗에 부딪히는 바람이며, 한강을 넘어가는 지하철의 규칙적인 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빠르게 흘렀다. 오래간만
저출산은 국민의힘이 22대 총선 1호 공약으로 꼽을 만큼 심각한 문제다. 국가의 소멸을 우려할 정도로 출산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의문도 있다. 저출산 문제가 떠오른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지금껏 뭘 해놓고 공약만 내걸고 있느냐는 거다. 18대 총선 이후 국민의힘 계열(한나라당·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저출산 공약은 어떻게 처리됐을까.[※참고: 22대 4·10 총선에서 가장 어린 유권자는 2006년 4월 11일생이다. 의회 권력을 사실상 독점해온 두 거대 정당은 이들이 첫 선거권을 가질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공약을
주인공인 ‘화자話者’는 타인의 고통을 ‘눈팅’하면서 자신의 고통을 잠시라도 잊는 ‘부끄러운 짓’을 하던 중, 자신과 마찬가지의 ‘고통 눈팅족’인 말라(Marla)를 발견하고 심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치부’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 치부를 남들에게 들키기 전까지는 부끄럽지 않다. 그런데 말라는 주인공에게 치부를 들키고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말라의 등장으로 느꼈던 수치심은 당연히 말라가 사라지면 같이 사라져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 주인공 ‘화자’는 그제야 남들에게 들키지 않은 치부도 부끄럽기는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의 키에 관한 대화체 형식의 짧은 보고서엄마 사 주세요 나의 키, 나이키! 나의 키는 저주 받았어요 어둑어둑 밤 저수지가를 배회하는 땅강아지 같아요 안돼, 접때 사 준 멜로디언도 빚쟁이들이 죄다 호스를 뽑아 버렸잖니? 괜찮아요, 어차피 저는 벙어리인 걸요 엄마는 나이키를 사 준다고 서울로 가서 오늘도 빈 손으로 오셨어요 그동안 나의 키는 밑창이 다 드러났다구요 구멍난 나의 키 위로 송곳 같은 손가락들이 내 발가락을 마구 찌르고 할퀴고 달아났다구요 아직도 삼백이 남았다 느그 엄마 어딨니? 물으시던 아줌마도 나의 키를 보곤 얼른 고갤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오늘보다 더 멋진 내일을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알립니다]「정치호의 얼굴」은 독자와 함께 합니다. 촬영을 희망하시는 독자께선 간단한 사연과 함께 연락처를 chan4877@thescoop.co.kr(더스쿠프)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정치호 작가 사진보기 | portrait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