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호의 유쾌한 콘텐트

▲ 공감 콘텐트는 나, 너가 아닌 우리를 중히 여긴 한국문화의 축복이다.(사진=더 스쿠프 포토)
볼 때마다 욕은 하지만 대부분의 막장 드라마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궁금한 것은 막장 드라마에서 바람피는 남편을 보고 욕할 때 그 대상이 드라마의 주인공일까, 아니면 자신의 남편일까. 과중한 시집살이를 당하는 며느리를 보면서 눈물을 지을 때, 주인공이 불쌍해서일까, 아니면 과거의 자신의 시집살이를 생각해서일까.

이런 황당한 질문을 하는 이유는 욕의 대상이 자기 남편이고, 서러움의 대상이 자신의 시집살이일 확률이 높아서다. 드라마의 핵심은 ‘동일시(identification)’다.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선 미디어 수용자가 메시지를 수용하는 3가지 형태로 내면화ㆍ동일시ㆍ순종을 말하고 있다. 그중 동일시는 메시지 내용과 한편이라는 소속감을 느껴 심리적 만족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동일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공감(empathic)’에 있다. 문화콘텐트의 3대 요소는 창의성(creative)과 오락성(entertainme nt), 그리고 공감이라고 할 수 있다. 창의성은 문화콘텐트에서 가장 먼저 생각하는 부분이다. 창의성은 스스로의 만족에서 시작된다. 창의성의 주체와 객체는 ‘나(I)’라는 1인칭 시점에서 확보한다. 세계적으로 볼 때 창의성이 가장 뛰어난 콘텐트를 생산하는 나라는 영국이다. 셰익스피어로부터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최근의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까지 영국의 콘텐트는 창의성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갖고 있다.

엔터테인먼트는 즐거운 기분전환의 상태를 자극ㆍ촉진하는 것으로 즐겁게 해주는 행위, 기분전환 또는 손님을 위한 여흥 등으로 정의돼 있다. 엔터테인먼트에서 중요한 것은 즐거움의 대상이 누구냐는 거다. 이때 즐거운 사람은 ‘나(I)’ ‘우리(We)’가 아닌 ‘너(You)’다. 엔터테인먼트의 최강국은 누가 뭐라 해도 미국이다.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의 영화산업,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세계 곳곳의 ‘너’를 즐겁게 하기 위해 수억불을 들여 영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감은 드라마 속의 인물과 나와의 동일시다. 허구의 인물이지만 그 인물을 통해 ‘나’를 느끼고, 그와 나는 ‘우리(We)’로 함께 하는 동질성(homogeneity)을 갖게 된다. 우리 드라마가 창의적 발상과 미국 영화처럼 화려하고 엔터테인먼트적 면이 부족함에도 한류의 주역이 되고 세계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공감 요소가 높아서다. 한류 드라마의 시초인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에서 사랑을 받은 것은 드라마의 가부장적 구조가 중국 상황과 같아서다.

문화의 핵심은 ‘공감’에 있다. 문화는 그 문화의 바탕이 되는 특정한 생활방식, 다시 말해 사회적 조직이 있어야만 성립할 수 있다. 대학이란 조직에서 대학문화가 만들어지고, 한국이란 조직에서 한국문화가, 동양의 크기에서 동양문화가, 인류라는 큰 울타리에서 인류문화가 하나의 단위다. 문화의 힘은 공감의 크기가 무한하다는 데에 있다.

공감은 현대 마케팅 분야의 핵심적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트위터의 가장 큰 힘은 메시지의 전파에 있고, 그 전파는 자신이 받은 메시지를 리트윗(retweet)하는 데 있다. 리트윗이란 행동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공감’이다. 공감하지 않는 내용을 리트윗하기보다 공감하는 내용을 리트윗할 확률이 매우 높아서다.

공감은 스토리텔링을 전개하는데 가장 핵심적 요소가 된다. 기업이 만들어 낸 스토리 구조에 소비자가 이야기를 덧붙이기 위해서는 그 이야기 구조를 공감해야 한다. 공감이 이뤄진다면 브랜드와 나는 동일시하게 되고 그때부터 그 브랜드는 바로 나 자신이 된다. 물성物性을 넘어 나에게는 새로운 인성人性이 만들어 지는 순간이다. 문화적 공감은 우리의 가장 큰 경쟁력임에 틀림없다. ‘나’ 또는 ‘너’ 보다 ‘우리’를 중요히 여긴 우리 문화의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류준호 서울과학기술대 연구교수 junhoy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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