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새 수장 ‘더그 맥밀런’

이 사람. 32년 전 월마트의 시간제 아르바이트생이었다. 1991년 월마트에 공식 입사했는데, 이때 직책도 ‘보조직’에 불과했다. 2014년 2월 월마트의 새로운 CEO에 오르는 더그 맥밀런. 그가 미국판 ‘알바 신화’를 쓰고 있다.

▲ 2009년부터 CEO를 맡아온 마이크 듀크의 뒤를 이은 더그 맥밀런이 내년 2월 월마트의 CEO에 오른다.
‘유통공룡’ 월마트의 선장이 곧 바뀐다. 내년 홀리데이 시즌이 끝난 직후다. 더그 맥밀런(47). 그가 바로 27개국 1만1000여개 매장을 지휘해야 하는 월마트의 최고경영자(CE O)다. 창업자인 샘 월턴에 이어 월마트 51년 역사상 두번째로 젊은 CEO다.

맥밀런이 월마트와 인연을 맺은 건 ‘아르바이트’ 때문이었다. 아칸소대 입학을 압둔 18세 때 월마트의 하계 일자리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게 계기가 됐다. 1991년 오클라호마주에 있는 월마트 유통센터에 보조직(스포츠용품 구매 부문)으로 입사한 그는 식품·의류부문을 두루 거치면서 핵심인재로 성장했다. 2006~2009년 월마트 계열의 샘스클럽에서 CEO를 지냈고, 현재는 전세계 26개국 6000여개의 점포를 관리하는 해외사업부 CEO직을 수행하고 있다.
 
밑바닥부터 치고 올라온 뼛속까지 ‘월마트맨’이라는 얘기다. 월마트 이사회 회장인 S. 롭슨 월튼은 “맥밀런은 월마트 사업 부문 전반적으로 성공적인 리더십을 보여주며 경제, 사회, 기술적인 트렌드를 읽어낸 폭 넓은 경험을 가진 리더”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맥밀런은 샘 월튼의 총애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개 보조직이었던 맥밀런과 샘 역시 ‘특별한 계기’로 묶였다.

맥밀런이 월마트에 정식 입사한 1991년. 맥밀런이 일하던 월마트 유통센터를 찾은 샘은 그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포스트 잇’을 전달했다.

“… K마트 낚시줄 가격이 월마트보다 더 저렴하다….” 맥밀런은 샘이 원하는 걸 금세 이해했고, 샘스클럽 CEO에 올랐을 때 ‘Everyd ay low prices(매일 더 저렴해지는 가격)’를 모토로 삼았다. 그 결과, 월마트는 전체 매출의 29%를 해외시장에서 기록하는 성과를 보였다. 맥밀ㆍ굼ㆍ샘의 사랑을 듬뿍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유통전문가들은 맥밀런이 CEO에 오른 걸 ‘놀라운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상보다 빠를 뿐 오를 사람이 올랐다’는 반응이 많다. 시장조사업체 CGP의 크레이그 존슨 사장은 “우리가 궁금한 것은 누가 될지가 아니라 언제 될지다”고 말했다. 이는 맥밀런이 ‘준비된 CEO’였다는 얘기인데, 반대로 해석하면 월마트가 어려운 지경이라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월마트의 연매출 증가율은 2012년 이후 내림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12년 5.59%에서 2013년 2.22%, 2014년 1.90%로 하락할 전망이다. 월마트가 맥밀런을 ‘구원투수’로 등판시켰다는 얘기다.

하지만 맥밀런이 넘어야 할 산은 높고 가파르다. 무엇보다 미국의 대형유통채널은 극심한 소비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몰의 저가공세는 이전보다 더 거세다. 쇼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유통 역시 활기를 띠고 있다.

전문가들은 맥밀런이 가시밭 가득한 ‘미국시장’보단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벨루스투자자문의 브라이언 소치 CEO는 “월마트는 해외부문에서 성장엔진을 돌려야 한다”며 “해외사업의 핵심인물인 맥밀런의 승진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익명을 원한 미 유통업체 관계자는 “맥밀런이 중국 등 해외신흥시장 개척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판 ‘샐러리맨의 신화’ 맥밀런. 그의 도전은 지금부터다.
김은경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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