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홍보장 비웃는 김인순 … 무언가 끊임없이 찾는 새로운 시도

요즘 인사동의 전시장 문화와 미술시장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얼마 전만해도 작품 전시장은 전문 미술인만의 작품 발표의 장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평생교육원이나 문화센터를 통해 배출된 아마추어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개방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이는 예술이 인성교육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로 대중의 예술에 대한 인식과 관심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술시장 미래 어두운 이유 이런 변화에 힘입어 인사동 거리는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전시장에는 숙제를 하기 위해 몰려든 학생들로 북적일 뿐 정작 작품을 감상하려는 사람은 드물다. 대중 예술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는 건 긍정적이지만 한국 미술시장의 현주소는 여전히 어둡다는 얘기다.

물론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끊이지 않고 벌어지는 위작시비 논란, 화랑과 콜렉터간의 분쟁은 미술계 전반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또한 글로벌 불황의 영향으로 미술시장까지 침체하면서 창작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 김인순 「산의소리」
좋은 작품이 나오기 힘든 환경이 국내 미술시장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심각한 문제는 또 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제시된 대안인 ‘아트페어(대형미술시장)’마저 흔들리고 있다. 협소한 공간에 빼곡히 걸린 작품, 장식이 많은 화려한 작품이 주를 이루는 아트페어는 인지도 있는 미술인을 위한 홍보의 장으로 활용됐다.

아트페어에 걸리는 작품은 캔버스 위에 실사출력한 사진에 가벼운 붓터치를 하는 방법으로 작가의 의식과는 무관하게 연출됐지만 미술 애호가를 현혹하기에 충분했다. 그것은 마치 찬란한 조명발 아래 선 모델처럼 화려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예술이 가지는 진지함이 결여됐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아트페어마저 어두운 그림자에 묻히기 시작한 것이다.하지만 미술인의 얄팍한 창작모습이나 화랑의 비정상적인 호객행위를 비웃는 작품전도 있다. 적신호가 켜진 국내 미술계에 파란신호를 보내는 작품들이다. 작가 김인순의 회화작품전은 대표적이다.

그의 작품은 그저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자신의 감정만을 드러낸다. 유행이나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에너지를 화폭에 담고 있다. 거칠고 둔박한 듯한 손 터치는 일품이다. 이는 도시에 사는 현대인에게 생동감을 주기 충분해 보인다.작가 김인순의 작품은 한번에 끝낼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

▲ 김인순 작가의 「화무」
아크릴 물감처럼 짧은 시간에 마르면 덧칠하는 것이 아니고 물감이 완전히 마르면 그려야 하기 때문에 1개월~2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김인순 작품 새로운 시도 많아 김인순이 보여줄 이번 전시회는 크게 3가지 패턴의 작품으로 분류된다. 하나는 작가가 꾸준히 작업해오던 꽃 그림이다. 또 하나는 청색으로 그린 산과 폭포를 배경으로 그린 것이다. 마지막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가는 새로운 시도의 그림이다.

이번 세가지 시도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블루톤의 산 그림을 꼽고 싶다. 이는 사회의 발전에 따른 현대 도시의 우울함을 보여주는 듯하다.우수에 젖은 푸른 산은 나지막하게 다가오거나 시야로부터 멀어진다. 생기에 찼던 도시는 태양이 사라지면 침잠(沈潛)하는 도시로 변해버린다.
 

도시의 빌딩은 마치 산처럼 다가온다. 또한 절벽에서 쏟아지는 폭포 줄기는 마치 즐비하게 늘어선 도시의 LED간판이나 네온사인에서 뿜어내는 화려한 불빛으로 변해버린다. 이렇듯 김인순이 그려내고 있는 푸른 산은 화려한 도시 이면의 모습들로 암울하고 차가운 밤의 도시의 진풍경을 암시하듯 그리고 있다.

전시회안형남展 - 핏줄 빛과 소리,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작업으로 조각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 세계를 선보이는 안형남의 전시가 7월 6일부터 9월 16일까지 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 전시실에서 열린다.

▲ 안형남의 「핏줄」
국내 미술관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안형남은 1982년 한미수교 100주년을 맞아 백남준과 함께 미국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예술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인간의 감정과 관계들을 고찰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숙명적으로 연결된 우리의 혈연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알루미늄판 위에 원색의 네온 사인과 유화 물감이 엉켜있는 부조 작품들은 평면과 입체를 아우르는 작가 안형남만의 조형세계를 보여줄 것이다.청란展 - The Cinema of Silence중국의 미디어 아트를 이끌고 있는 젊은 작가 청란의 사진, 영상전이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에서 7월 10일부터 8월 12일까지 개최된다.
 
몽골에서 태어나 중국 항저우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 청란은 영화와 결합한 아름다운 화면과 중국 사회의 현재와 일상을 보여주는 작업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명료한 답을 찾을 수 없는 삶의 미묘한 문제들을 이야기하는 영상 작품들 속에는 작가에게 영감을 주었던 클래식 영화와 현대 영화의 상징적인 요소들이 결합되어 작가 청란만의 새로운 필름으로 재창조되었다.

김상일 문화 전문기자 human3ks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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