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별 보조금 공개 못하는 이유

휴대전화를 제값에 사면 ‘호갱’이라는 말을 듣는다. 과도한 보조금 경쟁으로 휴대전화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휴대전화 제조사의 보조금을 공개해 단말기 원가를 파악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제조사의 입김에 정부가 휘둘린다는 점이다.

▲ 단통법의 일부 조항이 또 바뀌었다. 3년 일몰제에 이어 제조사 장려금 규모 제출 조항도 수정됐다.[사진=뉴시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단말기 유통법)의 최대 쟁점 중 하나가 수정됐다. ‘제조사의 장려금(보조금) 규모 제출’ 조항이 개별 제조사가 아니라 전체 제조사 보조금 합계를 제출하는 방향으로다. 예를 들어 각 이동통신사가 정부에 ‘제조업체 A사 지원 보조금 1000억원’이라고 밝히는 대신 ‘전체 제조사 지원 보조금 4000억원’으로 밝히는 거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제조사에게 과도한 규제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건의를 받아들여 새로운 수정안이 만들어진 것이다. 입법 소위가 열리지 않아 최종 결정된 건 아니지만 이 내용을 담은 수정안이 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 [더스쿠프 그래픽]
미래부가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단말기 유통법은 불법 보조금 과열 경쟁을 줄이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단통법 핵심조항에는 휴대전화 보조금의 투명한 공시, 이용자의 보조금 또는 요금할인 선택제, 제조사 장려금 규모 제출 등이 있다. 그중 제조사 장려금 관련 조항은 단말기 원가 유추를 통해 출고가격 부풀리기를 막음으로써 보조금 경쟁을 진정시키겠다는 정부의 계산이 깔려 있다.

삼성전자는 “보조금 규모는 영업비밀이며 이 정보가 유출될 경우 해외시장에서도 출고가를 내리라는 반발이 있을 수 있다”며 “매출의 3%를 차지하는 한국시장 때문에 97%의 해외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맞서 왔다. 미방위(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부는 민감한 정보가 외부로 절대 유출될 일이 없다며 이런 우려를 일축했지만 결국 제조사(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 [더스쿠프 그래픽]
한편에선 미방위와 미래부가 세부조항 수정을 통해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번 수정안이 단통법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자료 제출’과 ‘보조금 상한제’ 조항을 3년간 일시적으로 운영하는 3년 일몰제로 운영키로 했다. 여기에 개별 제조사 보조금에서 전체 제조사 보조금 합계로 법안을 수정한 것이다. 정부가 제조사의 힘에 밀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단통법의 처리 자체가 어려울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2월 20일 방통위와 업계에 따르면 미방위는 2월 5일 개의한 2월 임시국회에서 14일과 18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었지만 단통법은 아예 안건에도 오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상정 법안을 논의할 수 있는 19일 전체회의도 파행으로 끝났다. 상황이 이렇자 단통법의 조속한 통과를 외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비싼 휴대전화 가격과 과도한 통신비 개선을 위한 국회의 조속한 법률안 심의 제정은 당연하다”며 “미방위에 단통법의 조속한 심의와 수정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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