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이은순의 ‘임마누엘 서화전’

▲ 소원 이은순 서예가는 6년에 걸쳐 성경 66권의 말씀을 붓글씨로 썼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 66권의 말씀을 서체로 표현한 서화전이 열린다.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임마누엘 서화전-붓으로 펼치는 목자의 음성’이다. 임마누엘 서화전은 소원小園 이은순 서예가가 서예공부를 시작한 지 37년 만에 여는 첫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 소원은 붓으로 목자의 음성을 표현한다.

서예전시라고 하면 다소 어렵고 딱딱한 작품부터 떠올리게 된다. 뜻 모를 한문글귀 때문에 읽기가 어려워서다. 하지만 50대 서예대가의 글은 익숙한 성경구절을 다루고 있어 서예작품이면서도 곱씹어볼 만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오른손의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 등 서체에 담긴 글귀와 뜻을 음미하는 즐거움이 크다.

한국서예는 엄정한 서법을 지키면서 필력을 겨루는 것이 특색이다. 어느 획 하나 허투루 쓰지 않는 것이 서예의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전시작은 기본기에 충실하다. 그러면서도 신선하다. 실험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소원은 성경 시편 1장부터 150장까지 전편을 사경寫經(공덕을 쌓기 위해 경문을 베끼는 것)했다. 꼬박 1년 동안 8만자를 썼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구약 39권, 신약 27권 총 66권에서 하나 혹은 여러 개의 성경구절을 서화로 쓴 전시회가 됐다. 간혹 법화경이나 논어 등 경전의 일부를 쓰는 일은 있지만, 개인전에서 성경 전체를 다룬 건 매우 이례적이다. 서예를 회화로 승화한 점도 흥미롭다. 소원은 화선지 대신 한지에 글씨를 썼다. 한지는 화선지에 비해 붓글씨를 쓰기가 까다롭고 힘이 들지만, 견고성이나 회화적인 분위기를 내는 데는 그만이다. 전시작이 글씨이면서 미술처럼 다채로운 것은 이 때문이다.

소원은 학창시절 서예를 접했다. 하지만 진짜 서예에 입문한 것은 청년이 되고서였다. 충남 당진에서 농사를 지었던 부모님은 소원을 공부시킬 여력이 없었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공부를 중단하고 직장을 다녔다. 1978년 스물한살이었던 소원은 친구의 권유로 서예공부를 시작했다. 친구는 취미로 한 것이었지만, 소원은 부족했던 배움의 갈증을 덜 수 있는 기회였다. 친구는 중간에 붓을 놨지만, 소원은 끝까지 붓을 잡았다. 서예로 학원을 운영하면서 꾸준히 글씨를 썼고, 그렇게 37년이 흘렀다.

배움의 갈증은 깊었다. 불혹에 가까워서야 대학 문턱을 밟았다. 방송통신대를 졸업한 후 용기를 냈다. 2000년 입학한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9년 만에 석사와 박사학위를 모두 받았다. 소원의 열심과 열정을 옆에서 지켜본 스승 구당丘堂 여원구 서예가가 개인전을 열어볼 것을 권했다. 학위도 받았고 초대작가도 됐으니 제대로 작업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거였다. 지체할 것도 없었다. 개인전 준비에 돌입했다. 그 역시 6년이 걸렸다. 그렇게 장기간 수련을 거쳐 필력이 완성됐다. 소원의 ‘임마누엘 서화전’은 3월 27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김건희 더스쿠프 기자 kkh479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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