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 노르마 下

▲ 오페라 최고의 디바로 꼽히는 마리오 칼라스. 그의 운명은 오페라 노르마의 주인공처럼 쓸쓸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2막에서 폴리오네(Pollione)의 배신에 절망한 노르마(Norma)는 그와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이를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려 하지만 차마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연적인 아달지사(Adalgisa)를 불러 두 아이를 부탁한다. 아달지사는 오히려 노르마의 편을 들며 폴리오네와의 재결합을 부탁하러 간다. 하지만 여전히 폴리오네는 아달지사와 도망갈 생각뿐이다. 절망과 분노가 극에 달한 노르마는 징을 치며 국민을 불러모은 뒤[※ 참고: 이 장면은 압권이다. 칼라스의 눈은 실제 여사제처럼 보인다.]

신神의 동의를 얻었다고 선포하며 로마인들을 무참히 살해할 것을 명령한다. 이럴 즈음 노르마의 시녀인 클로틸데(Clotilde)가 들어와 한 로마군이 여사제를 납치해 가려고 한다는 말을 하는 순간 곧바로 폴리오네가 붙잡혀 들어온다. 다시 한번 폴리오네에게 사랑을 간절히 요청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노르마는 그녀의 아버지와 모든 사람 앞에서 한 여사제가 신의 법을 어겼음을 공표하고 바로 자신이 죄인임을 밝힌다.

그녀는 자신과 폴리오네와의 관계를 공표하면서도 폴리오네와 또 다른 여사제 아달지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끝까지 말을 하지 않은 채 입을 다문다. 아달지사의 이름을 말하지 않은 노르마에게 크게 감동한 폴리오네는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고 두 사람은 함께 화형장으로 향한다. 마리아 칼라스가 부른 아리아 ‘정결한 여신(Casta Diva)’은 그녀의 목소리와 성격, 그리고 신적인 테크닉이 한데 어우러져 많은 감동을 줬다. 이후 웬만한 소프라노는 감히 불러보지도 못하는 금지곡이 될 정도였으니 그의 노래가 얼마나 대단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겠다.

그의 아리아는 ‘정결한 여신’이었지만 노르마는 전혀 정결하지 못했다는 게 이 작품의 중요한 포인트다. 이 장면에서 보여준 마리아 칼라스의 카리스마적인 목소리와 연기력은 그녀가 왜 진정한 디바인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훗날 그리스의 선박왕 오나시스에게 버림받고 사실상 끝나 버린 그녀의 인생과 오페라의 주인공 노르마의 스토리는 무척 흡사하다.[※참고: 오나시스는 칼라스와 동거 중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에게 반해 칼라스를 헌신짝처럼 버린다.]

마리아 칼라스는 오나시스에게 버림받은 후 몇년간 순회공연을 계속했지만 그녀의 심신과 목소리를 되찾는덴 실패했다. 프랑스 파리의 아파트에서 혼자 외롭게 살다가 죽어간 그녀의 시신은 화장해 그리스의 앞바다에 뿌려졌다. 이것 또한 노르마와 비슷한 죽음일까. 그리스 사람이었던 칼라스는 ‘Karma’, 다시 말해 운명이란 표현을 자주 쓴 운명주의자였다고 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관적이면서 암울했다. 이런 그녀의 특이한 성격을 바탕으로 절규하는 듯한 음성과 광기에 가까운 연기는 너무나 돋보였기에 우리는 그녀를 영원한 디바라고 부른다. 
김현정 체칠리아  sny4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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