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CC 시장 노리는 中ㆍ日

대한민국 ‘하늘길’이 복잡해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 저비용 항공사(LCC)가 한국 하늘에 새로운 길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반을 닦은 국내 LCC는 자리를 뺏길까 노심초사다. 시장 확대의 기회로 보는 시선도 있다. 한중일 삼국의 LCC 경쟁을 조명했다.

             중일 LCC가 한국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피치항공>

#중국 최초 저비용 항공사(LCC) 춘추항공은 올 8월 한국 노선에 취항한다. 중국 3대 항공사 중 한곳인 동방항공은 지난해 LCC 날개를 새롭게 달았다. 동방항공은 호주 콴타스항공과 함께 제트스타홍콩을 설립했다. 내년부터 한·중·일에 LCC 항공기를 띄울 계획이다.

# 일본 대표 항공사 일본항공과 전일본공수가 국내 LCC 시장에 진출한다. 지난해 8월 제트스타재팬을 설립한 일본항공은 올해 말 한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LCC 피치항공을 운영하는 전일본공수는 이미 5월 한국에 첫 발을 들여놨다. 10월에는 아시아 최대 LCC 에어아시아와 함께 에어아시아재팬을 출범, 한국 시장 잡기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LCC 시장에 한·중·일 시대가 열리고 있다. 중심은 한국이다. 중·일 LCC가 한국에 몰려들고 있는 추세다. 이유는 국내 LCC 시장이 꾸준히 성장해서다. 한국진출을 가장 서두르는 곳은 중국 항공사다. 동방항공 뿐만 아니라 중국항공과 남방항공도 LCC 설립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항공사의 한국 진출 움직임도 분주하다. 일본 항공업계 쌍두마차 일본항공과 전일본공수를 비롯해 하이브리드(저비용 고품격) 서비스를 내세우는 스타플라이어가 올 7월 12일 한국노선에 취항한다.

 

중국과 일본 LCC의 무기는 ‘초저가’다. 전일본공수가 출자한 피치항공은 유류할증료를 부과하지 않는 가격정책을 내놨다. 5월 취항한 인천-오사카 노선은 국내 업체보다 7만~10만원 저렴하다. 일본 스타플라이어 역시 7월부터 운항하는 부산-키타규슈 노선에서 유류할증료를 제외했다.

8월 한국노선에 취항하는 중국 춘추항공은 ‘가격파괴의 왕’으로 불린다. 중국 여행업계 1위 춘추국제여행사 계열사인 춘추항공은 2004년 중국 시장 진출 당시 운임을 경쟁사의 40% 수준으로 낮췄다. 그 결과 중국 LCC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중·일, 자본력에 경영능력 갖춰

중국과 일본의 또 다른 무기는 전략적 제휴다. 경험이 풍부한 해외 LCC와 합작을 통해 경영 노하우를 배우고 시장에 적응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호주 제1 항공사 콴타스항공과의 제휴다.

일본항공은 지난해 8월 제트스타재팬을 출범했다. 일본항공과 콴타스항공이 각각 42% 출자했다. 제트스타재팬은 올해 말 인천-나리타 노선에 취항할 계획이다. 중국 동방항공도 콴타스항공과 각각 50%씩 출자한 제트스타홍콩을 내년 국내에 선보인다.

중국ㆍ일본 LCC가 초저가정책과 제휴전략으로 무장하고 한국시장을 노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LCC 시장이 해마다 가파르게 성장해서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LCC 5개사의 지난해 수송실적은 868만명에 이른다. 전년대비 23.9% 증가했다. 2006년 제주항공 첫 취항 당시 37만명보다 24배로 성장한 규모다. 국제선 수송객은 2010년보다 약 2배로 늘어난 183만명을 달성했다.

덩달아 적자의 늪에서 헤매던 국내 LCC 5개사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국내 LCC의 맏형인 제주항공은 지난 5월 누적 탑승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업계 최대 실적인 매출 2577억원, 영업이익 139억원을 달성했다. 2008년 설립된 대한항공 계열사 진에어,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에어부산도 출범 2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더구나 국내 LCC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지난해 국내선의 LCC 분담률은 2010년보다 5.6%포인트 상승한 42.1%를 기록했다. 반면 국제선의 경우 5.1%에 불과하다. 전 세계 평균 26%와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만큼 국내 LCC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매년 증가하는 것도 국내 LCC 시장에겐 호재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관광객은 980만명이다. 전년에 비해 11.3% 증가했다. 올해는 1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류(韓流)에 힘입어 중국인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과 일본이 한국 시장을 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시장을 향한 중·일 LCC의 발걸음이 빨라지자 국내 LCC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양국 LCC의 강점이 확실해서다. 중국은 인건비가 싸다. 국내 LCC 보다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 일본은 자본이 풍부하다는 게 강점이다. 글로벌 항공사와 제휴를 통해 한국시장에 진출할 만한 실탄(자금)을 가지고 있다.

국내 LCC 시장 확대 가능성

한국교통연구원 김제철 항공정책정보분석실장은 “중국은 인건비가 낮아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며 “전략이 풍부한 일본은 경험면에서 국내 LCC를 압도할만한 저력이 있다”고 말했다. 방심했다가는 국내 LCC 시장을 중국·일본에 내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반론도 물론 있다. 국내 LCC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이 국내시장에 진출하면 국내 LCC 업체의 영역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시장 자체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중국·일본과 함께 국내시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하늘에 한중일 삼국지 시대가 열리고 있다. 터줏대감 한국의 자리를 중국과 일본의 LCC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제2의 성장이냐, 후퇴냐. 국내 LCC는 기로에 서있다.

Issue in Issue 국내 LCC 유형
신규설립 VS 대형 항공사 자회사

국내 LCC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새로운 회사가 LCC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다. 애경그룹의 제주항공이 대표적이다. 생활용품ㆍ유통 전문기업인 애경은 2006년 항공업에 진출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양분하고 있는 국내 항공업계에 LCC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제주항공은 국내 최초 정기 LCC다.

하지만 국내 최초의 LCC는 2005년 출범한 한성항공이다. 제주항공과 달리 한성항공은 부정기 LCC였다. 경영난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던 한성항공은 지난해 티웨이항공으로 사명을 바뀐 뒤 재기의 날개를 펴고 있다.
 
둘째 형태는 기존 대형 항공사가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다. 대한항공의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이 있다. 항공업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로 LCC 시장까지 장악하겠다는 대형 항공사의 의지가 엿보인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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