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수의 항공우주강국 만들기

무인기 전문가를 자처하는 어떤 사람들은 ‘이정도 크기의 소형 무인기에 왜 호들갑을 떠느냐’고 한다. 하지만 5~6㎏의 폭약을 탑재해 불특정 지역의 목표 좌표를 입력해 국내에 침투, 자폭시킨다면 우리 사회는 대혼란에 빠질 것이다.

2010년 11월 23일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자행된 날이다. 한국군은 이날 K-9 자주포로 응사했지만 발포한 후 동굴로 숨는 북한의 해안포를 명중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이때 해안포 동굴 입구를 찾아 들어갈 수 있는 ‘자폭형 무인기’가 실전 배치돼 있었다면, 북한 해안포를 더 많이 폭파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후 필자는 당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ㆍ카이) 개발 본부장이던 장성섭 부사장에게 저가형 국산 자폭 무인기를 제안했다. 몇달 뒤 건국대학교, 카이와 공동연구로 자폭 무인기 시제기(prototype)인 ‘데블킬러(Devil Killer)’의 비행을 성공했다. 현재 데블 킬러는 실용화 및 양산 개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2016년쯤에는 동굴에 들어가 있는 가상의 해안포를 통쾌하게 명중하는 시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3월 경기 파주시 봉일천 인근 야산에서 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항공기가 발견됐다. [사진=국방부 제공]
올 3월에는 북한의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무인항공기가 발견됐다. 하늘색으로 도색된 이 비행기는 상용 디지털 카메라를 탑재하고, 청와대 상공을 비행하며 사진 촬영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백령도와 강원도 삼척 인근에서도 북한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가 잇따라 발견됐다.

무인기 전문가를 자처하는 어떤 사람들은 ‘이정도 크기의 소형 무인기에 왜 호들갑을 떠느냐’고 한다. 하지만 5~6㎏의 폭약을 탑재한 뒤 불특정 지역의 목표 좌표를 입력해 국내에 침투, 자폭한다면 우리 사회는 대혼란에 빠질 것이다. 북한에 실전 배치돼 있는 무인항공기는 320여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중형 자폭형 타격무인기도 보유하고 있다. 북한 무인기의 능력을 절대로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무인항공기(UAVㆍUnmanned Aerial Vehicle)는 말 그대로 사람이 타지 않는 비행체를 의미한다. 이 비행체는 인간의 감각기관에 해당하는 GPS(위성항법), INS(관성항법)와 같은 센서와 인간의 두뇌에 해당하는 비행제어컴퓨터가 탑재돼 프로그램 된 경로를 따라 비행하고, 어느 정도의 자율적인 판단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사람의 손으로 무선 조종하는 RC(Radio Control) 비행기는 통상 무인기라고 부르지 않는다.

미국은 1970년대 비행시험을 위한 무인기 제작을 시작으로 꾸준히 무인항공기 개발에 몰두했다. 이후 이라크 전에서 공격형 무인기로 유명한 MQ-1 프레데터부터 최대 19㎞ 상공을 비행하며 정찰을 시행하는 RQ-4 글로벌 호크까지 고성능 무인항공기 기술을 확보했다. 1990년대 미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ㆍDefenc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은 여러 연구기관과 함께 초소형 비행체 개발에 몰두해 2011년 ‘새의 비행’을 모방한 ‘Humming Bird(벌새)’ 개발을 발표한바 있다. 노르웨이는 ‘Black Hornet(검은 말벌)’이라는 10㎝×2.5㎝ 크기의 초소형 무인기를 개발해 영국에 수출했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실제로 사용됐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무인기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지하고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항공 전체시장에서 무인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군수에서 민수로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비전게인(Visiongain)’은 세계 무인항공기 시장규모를 2009년 약 710억 달러(약 73조7000억원)에서 2016년 15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들어 뒤늦게 무인기의 중요성을 인식해 군수용 무인항공기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2000년 ‘RQ-101 송골매’ 개발을 완료해 군단급 무인정찰기로 실전배치했다. 2010년에는 유콘시스템에서 개발한 ‘리모아이-006’ 4대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오쉬노부대에 보급됐다. ‘국가방위’는 물론 ‘외화벌이’ 효자상품으로도 중요한 무인항공기에 대한 연구개발에 더욱 힘을 써야 한다.
조진수 한양대 교수 jsch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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