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일의 Private Lesson

사회에서 은퇴한 노인 투자자는 늘 조급하다. 은퇴자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혹은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다. 그런데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판단력이 흐려져 정보를 선벌하는 게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종종 위험한 투자를 접한다. 노인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3P를 살펴봤다.

 파트너·사람·매체는 노인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대상이다. [사진=뉴시스]
최근 A증권사 지점을 방문했을 때였다. 업무를 보고 나오는 데 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가 희끗한 노인이 객장에 마련된 방문자용 컴퓨터 앞에 앉아 낑낑대고 있는 거였다. 몇시간 째 그렇게 앉아 있는 듯했다. 다가가서 살펴보니 노인은 주식 시세를 조회하고 있었다.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를 위해 강의를 마련한다. 경제TV나 증권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전문가와 증권사 직원들이 나와 강의를 하는 게 대부분이다. 강의시간을 가득 메우는 것은 중장년층이다. 노인 투자자가 특히 많다. 대략 전체 투자자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전체 주식투자자 중 노인 투자자는 얼마나 될까. 지난해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으로 60대 이상의 노인 투자자는 35.5%로 가장 많았다.

대한민국의 인구구조를 살펴보면 현재 40~50대 중장년층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중장년층만 늘어나는 게 아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은 2000년 7월 1일을 기준으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589만명으로 나타났다. 2020년이면 노인인구의 비율이 14%를 넘어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의 노인은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한다. 노후자금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라서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 투자자의 주식비율이 가장 높다는 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위험한 노후자산관리는 노인의 은퇴생활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개인투자의 승률은 처참하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겨본 적 없는 승률을 갖고 있다. 특히 60대 투자자들은 1980년대 주식시장의 태동을 몸으로 겪었다. 돈을 잃을 만큼 잃어 봤다는 얘기다.

일례로 올 1월 7일 주식투자에 실패해 빚을 진 50대 남성이 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는 노모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1억5000만원의 빚을 진 그는 가족의 부담을 줄이고자 노모와 함께 저승길을 택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수익률 30%를 보장하며 노인과 주부를 대상으로 사기를 친 일당이 붙잡혔다. 총 267억원 규모의 사기행각은 시골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2012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190억원대 비상장주식 사기에 노인들이 농락당했다. 1002조원대 중국 컴퓨터 합작사업 외에 대형사업을 진행한다는 그럴듯한 말에 넘어간 것이다.

노후 고민이 섣부른 투자 불러

이는 특정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기억력이 감퇴하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최신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이런 요인들이 위험한 투자와 만나 대한민국의 노인 투자자를 위협한다. 은퇴 후 삶을 두려워함에 따라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이들을 사기단의 사냥감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더욱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은 판단력이 좋아도 순발력과 결단력이 저하된다. 이렇다보니 화려한 술수에 넘어가버리고 만다. 지난해 유령회사를 세운 뒤 투자하면 연 30%가 넘는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여 노인 투자자와 주부로부터 수백억을 가로챈 일당이 검거됐다. 당시 일당은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TV광고를 활용해 홍보했다. 편리한 대출방식과 집중투자로 큰돈을 벌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해결책은 분별력을 갖고 조심하는 것뿐이다. 노인 투자자들은 ‘3P’를 주의해야 한다. 첫째는 파트너(Partner)다. 돈과 관련된 파트너를 뜻한다. 이들은 노인 투자자의 돈 관리를 잃게 만들 수도, 늘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경우가 잘못된 파트너로 인해 노후자금을 잃고 만다. 따라서 재무파트너는 신중하게 탐색하고, 여러번 검증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파트너의 선택에 따라 가계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지인에게 소개 받거나 모임에서 알게 된 사람(People) 또한 조심해야 할 대상이다. 이들은 말벗이 필요한 노인 투자자에게 접근해 쉽게 마음을 얻고 신뢰감을 형성한다. 고민을 들어주면서 노인 투자자의 마음을 여는 것이다. 이를 이용해 경제적 피해를 주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마지막은 매체(Paper)다. 주식시장에서 뉴스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보기가 어렵다. 뉴스도 하나의 상품이기 때문이다. TV뉴스는 방송국에서 비싼 광고료를 책임지는 간판프로그램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다루는 것도 문제다. 뉴스에서 말하는 정보가 정작 시장에서 뒤처진 뉴스라는 점도 매체를 온전히 믿을 수 없는 이유다. 뉴스를 통해 접한 정보는 이미 시장에 퍼진 것이고, 질적으로 떨어진 정보이기 때문이다. 노인 투자자가 즐겨보는 저녁 뉴스는 정보 연결고리의 가장 뒤에 있다고 봐야 한다. 노인 투자자에겐 날로 증가하는 매체정보를 바르게 해석하고, 걸러줄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다. 노인 투자자를 잡는 3P만 주의한다면 노년의 투자활동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이준일 평생자산관리연구소 대표 wnsdlf2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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