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우의 커피홀릭

국내 커피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커피시장의 성장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실과 다른 지적들이다. 홈카페 시장이 성장한다면 커피시장은 더 커질 공산이 크다. 일본·프랑스의 커피산업도 그렇게 성장했다.

서울 거리에 카페들이 차고 넘칠 정도로 많아졌다. 작은 카페라도 바리스타 자격증은 기본이고 유럽 바리스타 자격증, 큐그레이더(품질 감별사) 자격증 정도는 있어야 인정받을 정도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 국내 커피시장이 성숙기에 도달했다고 말이 나오고 카페수가 줄어들 거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동서식품의 ‘2013 한국 커피시장 전망’에 따르면 한국 커피시장 규모는 6조1500억원, 한국인 1인당 연간 원두 소비량은 2.1㎏이다. 이는 세계 35위에 불과하다.

▲ 국내 홈카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사진=뉴시스]
1위인 룩셈부르크의 국민 1인당 연간 원두 소비량은 28.4㎏, 핀란드는 12.1㎏, 덴마크는 9.5㎏, 스위스는 8.0㎏이다. 커피시장이 성숙기에 도달했다고 하지만 아직 한국의 원두소비량은 많지 않다. 몇 년 전 필자는 한 홈쇼핑 프로그램에서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을 판매한 적이 있다. 당시 원두커피의 인기가 정점을 향해 가고 있었던 때라 에스프레소 머신을 통해 고급 원두커피를 마시려는 수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랐다. 저조한 반응에 2회 방송은 결국 진행하지 못했다. 이후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일반 커피시장과 홈카페(Home Cafe) 시장이 완전히 다르다는 거다. 그런데 지금의 홈카페 시장은 원두커피가 아닌 믹스커피로 대변된다. 원두커피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믹스커피가 전체 커피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원두커피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커피시장의 30%에 불과하다. 한국 커피시장이 성숙기에 도달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밖에서 마시는 원두커피 시장, 다시 말해 카페 시장이 성숙기에 도달했을 뿐 한국 커피시장이 성숙기에 도달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커피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1800년대 프랑스 파리 전역에는 수천개 카페가 있었고 1970년대 일본에서는 카페 붐이 번졌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도쿄東京에 가면 카페를 찾아보기 어렵고 파리에 가도 예전처럼 카페가 많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홈카페 문화가 정착했기 때문이다. 커피수요가 가정·사무실로 옮겨간 거다. 이들 국가에 카페 수는 줄어들었지만 결과적으로 홈카페 시장이 성장하면서 원두 소비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한국에도 비슷한 흐름이 생길 거다. 원두 소비량이 증가할 수 있는 단계에 와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한국도 가정과 사무실에서 원두커피를 즐기는 홈카페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그렇다면 대기업이 믹스커피로 장악한 홈카페 시장에서 원두커피의 소비를 활성화할 방법은 뭘까. 어쩌면 간단하다.

한국의 커피전문점들은 세계 어느 곳과 견줘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품질 좋은 커피를 만든다. 해외기업이 한국에서 커피를 배워갈 정도다. 역으로 여러 커피전문점이 해외 진출을 꾀하기도 한다. 경쟁력을 갖춘 카페들이 홈카페 시장을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다. 이들이 카페를 찾아오는 손님만이 아닌 가정·사무실에도 커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주문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한편 배송서비스도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고객이 쉽게 원두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고객들 삶에 믹스커피가 아닌 원두커피를 자연스레 즐기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는 카페 매출의 확대는 물론 강력한 브랜드 형성을 통해 브랜드 자산을 쌓을 수 있다. 경쟁력을 갖춘 카페들이 하나둘 늘어갈수록 홈카페 시장에 원두커피 문화가 자연스레 정착될 수 있다. 출발점은 카페일 수 있고 온라인몰이 될 수도 있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한국 원두커피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커피사업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이대우 커피칼럼니스트 winoar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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