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훈의 Watch Dog

사회공헌활동은 경영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그러나 조직의 비전과 가치, 제품과 서비스, 이해관계자의 기대와 요구가 적절히 반영된 사회공헌활동을 장기적으로 진행한다면 유무형의 경영성과와 지속가능한 성장판을 만들 수 있다.

많은 기업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윤의 사회분배나 기부 수준을 넘어 전략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기업도 있다. 이해관계자의 기대와 요구사항을 경영활동에 즉시 반영하는 혁신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 CSR 활동의 상징으로 불리는 미국 화장품 업체 에스티로더의 ‘핑크리본’. [사진=뉴시스]
이처럼 기업은 사회공헌활동을 단순히 사회적 선행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환경 보존, 임직원 만족, 이해관계자 참여, 윤리경영, 협력업체와의 상생 등 활동영역과 시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거액의 기부금, 대대적인 사회공헌행사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나아가 그런 활동을 통해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버리는 게 옳다.

사회공헌활동은 경영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그러나 조직의 비전과 가치, 제품과 서비스, 이해관계자의 기대와 요구가 적절히 반영된 사회공헌활동을 장기적으로 진행한다면 유ㆍ무형의 경영성과와 지속가능한 성장판을 만들 수 있다.  사회공헌활동에 충실한 국내외 기업들은 활동테마와 프로그램을 정할 때 기업의 특성과 비즈니스를 적절하게 녹여 넣는다. 사회공헌활동이 경영목표에 부합하는지, 마케팅ㆍ홍보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등을 오랜 기간에 걸쳐 분석하고 선정한다는 얘기다. 이를 ‘전략적 사회공헌활동’이라고 하는데, 이는 사회에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주거나 기여하는 게 아니다. 사회만큼 기업도 무언가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기업에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후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수행해 기업의 보이지 않는 가치와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크게 세가지 기본요소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 첫째, 조직의 비전과 가치, 그리고 핵심비즈니스를 사회공헌활동에 담아야 한다. 기업의 특성과 가치가 담겨 있지 않은 사회공헌활동은 남의 옷을 입은 것과 다를 바 없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사업특성을 십분 반영해 장애인이 빵과 커피를 만들고 매장을 직접 경영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바로 ‘행복한 베이커리 카페’다, 고객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 활동은 SPC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요소는 이해관계자가 기대하고 요구하는 바를 명확히 파악하고, 활동프로그램에 반영하는 것이다. 다만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기업의 경영성과로 연결할 수 있다. 미국 화장품 제조업체 에스티로더는 핵심 이해관계자인 여성 고객이 가장 고려하는 이슈 중 하나인 ‘유방암 예방 캠페인’을 30년 가까이 진행하고 있다. ‘핑크리본’으로 상징되는 이 사회공헌활동은 여성 고객의 니즈와 가치를 가장 잘 포착한 세계적인 프로그램이자 브랜드가 됐다.

마지막 요소는 임직원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직원의 관심과 참여 의지가 부족한 활동은 형식적인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국내 기업이 가장 실수를 많이 하는 ‘보여주기식’ 사회공헌활동이다. 독일의 헨켈이나 미국의 리바이스는 기획ㆍ실행ㆍ성과보고 등 사회공헌활동의 모든 과정에 직원이 참여한다. 이들이 성공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기업으로 인정받은 건 우연이 아니다.
유명훈 코리아CSR컨설팅그룹 대표 ceo@koreacs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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