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민 갈등 해소책

▲ 분양ㆍ임대 주민간 갈등이 격해지면 없던 담장도 생긴다. 사진은 지방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 갈등으로 생긴 철제 담장.[사진=뉴시스]
입주민 간 갈등의 골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이윤만 추구하는 건설사들의 행태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건설사가 바뀌기만을 기다려야 할까. 한때 분양 입주민과 임대 입주민이 갈등을 빚다 최근 손을 맞잡은 한 아파트를 찾아가봤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아파트 단지. 1000여세대가 들어선 이곳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양 입주민들이 임대 입주민을 업신여겼다. 분양 입주자협의회(분양협의회)는 임대 입주자협의회(임대협의회)를 협의의 대상으로 보지도 않았다. 때문에 아파트 단지 내의 대소사를 결정할 때 분양협의회끼리만 모여 회의를 했다. 임대협의회에는 공고조차 해주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이곳의 임대 보증금은 17평형(약 51㎡) 기준으로 약 2000만원이고, 월 평균 15만원가량을 낸다. 분양가는 33평형(약 108㎡)을 기준으로 6억원 후반대다. 임대 입주민과 분양 입주민의 생활수준 격차가 큰 편이다. 다른 아파트들처럼 저소득층의 임대 입주자들로 인해 아파트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걸 걱정한 거였다. 

그러다 한번은 분양협의회 내부에서 아파트 단지 내에 도로를 좀 더 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문제는 아파트 전 입주민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거였다. 분양협의회 동대표가 동의 서명을 받으러 다녔다. 하지만 임대협의회 쪽 주민들은 분양협의회에서 나온 주제라는 걸 알고는 서명에 응하지 않았다. 분양협의회에서 아파트 내부의 쓰레기장이 너무 커 보기가 좋지 않으니 규모를 줄이고 그곳에 나무를 더 심자는 의견도 나왔다. 임대협의회 주민들은 여기에도 서명하지 않았다. 물론 임대협의회에도 분양협의회에서 나온 주장들이 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동안 받아온 차별과 괄시가 맘에 들지 않아 반대했다.

결국 분양협의회 회장이 임대협의회 회장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앞으로는 모든 일에 임대협의회와도 얘기를 나눌 테니 서명을 대신 받아 달라는 거였다. 그 일을 계기로 최근 조금씩 사이가 풀어지고 있다. 임대협의회 회장은 “최근 들어 조금씩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며 “6월까지만 해도 임대 입주자들이 받은 괄시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 입주민이 필요한 사안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여전히 분양협의회끼리 뭉쳐 살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통의 관심사를 해결하기 위해선 양쪽이 모두 필요하다는 걸 깨닫자  갈등이 일단락됐다는 얘기다. 결국은 소통 문제다. 

 
‘우리끼리’라는 생각 버려야

공통의 관심사가 중요하다는 건 다른 데서도 나타난다. 경기도 양평에는 입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마을공동체를 꾸려 정답게 살아가는 곳이 있다[※ 참고: 더스쿠프 통권 67호 12쪽~15쪽]. 외지인들끼리 공동체를 꾸려가는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본 시행사 관계자는 분양과 임대 입주민간 갈등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양평 전원주택에 모인 이들에게는 아이들이 흙을 밟으며 자랄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나섰다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됐다. 그게 아니었다면 아파트에서처럼 서로 말도 안하고 지냈을지 모른다. 분양 입주민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간다. 그게 교육이든, 교통이든. 하지만 임대는 대부분 국가가 싸게 주택을 공급한다는 이유에서 옮겨 간다.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공통의 관심사를 찾아 해결하는 과정이 있느냐 없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소통이 되기 때문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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